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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싸워도…” 애플·마이크론, 20년 동맹 다시 꺼낸 이유


마이크론 100억달러 美 연구소에 팀 쿡도 응원
애플·마이크론, 공급난 속 협력·견제 무드 공존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한 달 전 메모리 가격과 중국산 메모리 도입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던 애플과 마이크론이 오랜 협력 관계를 다시 강조하고 나섰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마이크론을 "20년 넘게 중요한 파트너"라고 공개적으로 평가하면서다.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메모리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양사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지만, 오랜 공급 관계도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 드러난다.

팀 쿡 애플 CEO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애플 첨단 제조 센터 개소식에서 손님들과 관계자들을 맞이하고 있다.2026.08.13 [사진=AP/연합뉴스]
팀 쿡 애플 CEO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애플 첨단 제조 센터 개소식에서 손님들과 관계자들을 맞이하고 있다.2026.08.13 [사진=AP/연합뉴스]

25일 업계에 따르면 쿡 CEO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마이크론이 발표한 '마이크론 리서치 랩스(Micron Research Labs)' 설립 보도자료에서 양사의 협력 관계를 강조했다.

마이크론은 향후 10년간 10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아이다호주 보이시에 대규모 연구시설을 구축한다. 메모리와 컴퓨팅, 첨단 패키징, 차세대 반도체 제조 기술 등을 연구할 예정이다.

이번 발표에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반도체 장비업체 경영진 등 미국 정부와 업계 주요 인사들이 축사를 보냈다.

이 가운데 쿡 CEO는 "20년 넘게 마이크론은 전 세계 사람들이 매일 사랑하고 사용하는 애플의 혁신적인 제품에 메모리 기술을 공급해 온 중요한 파트너였다"고 밝혔다.

이어 "애플은 미국의 혁신을 굳게 믿고 있다"며 마이크론의 미국 내 첨단 제조와 연구개발(R&D) 역량 확대를 지원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CEO(오른쪽)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1월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오논다가 카운티에서 열린 1000억 달러 규모의 최첨단 메모리 제조 단지 착공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마이크론 테크놀로지]

한달 전엔 中 메모리 놓고 '맞불 로비'

쿡 CEO의 발언이 눈길을 끄는 것은 불과 한 달 전 애플과 마이크론이 메모리 가격과 중국산 메모리 도입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양사는 지난달 중국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YMTC)의 메모리 사용 문제를 놓고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서로 다른 입장에서 로비를 벌였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메모리 공급이 부족해지고 가격이 뛰자 애플은 중국 업체를 새로운 공급처로 검토했다.

애플은 마이크론이 높은 수익을 올리면서도 공급 확대를 위한 투자는 충분하지 않다는 취지의 불만도 미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론은 맞섰다. 중국 메모리 업체의 애플 공급망 진입을 허용하면 미국 반도체 산업과 자국 내 투자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과거 애플을 비롯한 대형 고객들이 메모리 가격을 낮추면서 업계의 설비투자 여력이 줄어든 것이 현재 공급난의 원인 중 하나라는 주장도 내놨다.

양측의 갈등은 올해 들어 90% 이상 급등한 모바일 메모리 가격 탓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업체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AI용 제품에 생산능력을 집중하면서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까지 공급이 빠듯해졌기 때문이다.

메모리를 대량 구매하는 애플의 원가 부담은 커진 반면 메모리 업체들의 가격 협상력은 강해진 상황이다.

마이크론의 DDR5 D램. [사진=마이크론테크놀로지 공식홈페이지]

가격은 싸워도 20년 공급 관계는 유지

다만 최근의 신경전이 양사의 오랜 공급 관계 자체를 흔드는 것은 아니다. 쿡 CEO가 직접 '20년 넘은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한 것도 이를 보여준다.

애플은 마이크론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공급처를 늘릴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중국 업체까지 추가하면 공급 안정성을 높이고 가격 협상에서도 선택지가 많아진다.

마이크론도 대규모 메모리를 구매하는 애플을 주요 고객으로 유지해야 한다. 동시에 미국의 유일한 대형 메모리 제조사로서 중국 업체의 애플 공급망 진입은 견제해야 하는 처지다.

미국 정부는 현재 중국산 메모리 사용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러트닉 장관은 최근 애플에 중국산 메모리 대신 다른 해결책을 찾을 것을 요구했다.

결국 애플과 마이크론은 가격과 중국 업체의 시장 진입을 놓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도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인 셈이다.

한 달 전 가격을 놓고 날을 세웠던 애플의 수장이 다시 마이크론을 "20년 넘은 중요한 파트너"라고 강조한 배경에도 이 같은 복잡한 이해관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박지은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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