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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더 줄게, 보증금도 깎을게"…그래도 외면하는 건설사들


서울 정비사업 25건 중 경쟁입찰 성사 단 3곳
마천5구역·성수2지구는 공사비·보증금 조건 손질
수익성과 수주 가능성 따져 '될 곳'에만 역량 집중

[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서울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 대형 건설사의 선별수주가 이어지면서 조합들이 시공사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입찰조건을 손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정공사비를 올리고 입찰보증금 부담을 낮춰도 경쟁입찰이 성사되지 않는 사업장이 나오면서다.

건설사들의 선별수주 양상이 짙어지면서 조합의 시공사 선정 전략이 달라지는 모습이다. 경쟁이 줄수록 공사비·금융지원·설계조건 등을 비교가 어려워져 조합의 협상 방식에 변화가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가 참여한 서울 정비사업 입찰 25건 가운데 복수 건설사가 실제 맞붙은 사업장은 △압구정5구역과 △성수4지구 △신반포19·25차 등 3곳에 그쳤다.

서울 양천구 목동10단지 전경. 공사비 2조6135억원 규모인 이 사업은 첫 현장설명회에 6개 건설사가 참석했지만 본입찰과 두 번째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만 참여했다. [사진=곽영래 기자]
서울 양천구 목동10단지 전경. 공사비 2조6135억원 규모인 이 사업은 첫 현장설명회에 6개 건설사가 참석했지만 본입찰과 두 번째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만 참여했다. [사진=곽영래 기자]

나머지는 단독 입찰 이후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사가 선정됐거나 관련 절차가 진행됐다. 서울 핵심 입지나 조 단위 사업이라고 여러 건설사가 경쟁에 뛰어드는 공식이 약해진 셈이다.

이에 조합들도 건설사가 받을 공사비를 높이거나 입찰 단계에서 묶이는 현금을 줄이는 방향으로 조건을 조정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마천5재정비촉진구역이 대표적이다. 조합은 예정공사비를 약 1조698억원에서 1조1148억원으로 451억원가량 높였다. 3.3㎡당 공사비는 902만원에서 940만원으로 올리고 입찰보증금은 500억원에서 400억원으로 낮췄다.

그러나 지난 18일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 한 곳만 참석했다. 앞선 시공사 선정에서도 경쟁이 성립하지 않자 조건을 손봤지만 다른 대형 건설사의 참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서울 성동구 성수2지구도 지난해 무응찰 이후 예정공사비를 1조7846억원에서 2조137억원으로 2291억원 높였다. 1000억원 전액 현금이던 입찰보증금도 현금 700억원과 이행보증보험증권 300억원으로 바꿨다.

지난달 현장설명회에는 DL이앤씨와 IPARK현대산업개발이 참석했다. 실제 경쟁 여부는 오는 31일 본입찰에서 결정된다.

공사비 2조6135억원 규모의 목동10단지도 첫 현장설명회에는 6개사가 참석했지만 지난 10일 본입찰에는 현대건설만 응찰했다. 지난 19일 열린 두 번째 현장설명회에도 현대건설만 자리했다.

건설사들이 사업장을 가려 받는 것은 수주 규모보다 실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공사비가 수조원에 달해도 착공까지 원자재와 인건비가 오르거나 공기가 길어지면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 입찰 단계부터 수백억원의 보증금이 묶이고 설계와 홍보, 수주 인력에도 비용이 들어간다.

경쟁에서 이길 가능성도 따진다. 비슷한 시기에 서울 대형 사업장이 쏟아지면 여러 곳에 비용과 인력을 나누기보다 승산이 높은 현장에 집중하는 편이 유리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금리 장기화와 공사비 인상 등 여파로 건설사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며 무리한 수주 경쟁을 피하고 있다"며 "건설사들은 선별 수주를 통해 사업성이 높은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 공사비 이슈가 수그러들기 어렵기 때문에 선별 수주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건설사의 선별수주는 조합의 협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여러 업체가 경쟁하면 △공사비 △이주비 △사업비 조달 금리 △공사기간 △특화설계를 비교할 수 있지만 한 업체만 남으면 선택지는 줄어든다.

그렇다고 기존 시공사를 교체하기도 쉽지 않다. 서울 강서구 방화6구역은 공사비 갈등 끝에 IPARK현대산업개발과 계약을 해지했지만 새 시공사 선정이 두 차례 유찰됐다.

이후 삼성물산이 제시한 3.3㎡당 공사비는 799만원으로 IPARK현산의 마지막 제안인 758만원보다 높았다.

공사비 갈등에서 계약 해지보다 합의를 택하는 현장이 늘어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서울시는 2024~2025년 대조1구역과 신반포4지구 등 37개 정비사업장의 조합·시공사 갈등을 조정했다. 협상이 길어지면 공사 중단과 금융비용 증가로 조합 부담이 더 커질 수 있어서다.

반복되는 단독 입찰에 맞춰 제도 개선도 논의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6월 국토교통부에 두 차례 유찰돼야 가능한 수의계약을 한 차례 유찰 뒤에도 허용해 달라고 건의했다. 재입찰 한 차례를 줄이면 시공사 선정 기간을 최소 52일 단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민지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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