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란 기자]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국제유가가 뛰면서 국내 정유업계가 올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정유사들의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유가와 정제마진에 따라 실적이 크게 출렁이는 사업 구조 때문이다. 정유 4사는 호실적을 발판 삼아 친환경 연료와 액침냉각유, 석유화학 등 신사업을 키우며 ‘탈유가’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 공장 전경 [사진=HD현대오일뱅크]](https://image.inews24.com/v1/3b8a0d24578f42.jpg)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최근 며칠간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아랍에미리트(UAE)가 자국을 향한 탄도미사일 발사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고 경제적 관계 단절을 선언하면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이 급격히 커졌다는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같은 중동 정세 불안은 올해 상반기 정유업계에 호재로 작용했다. 국내 정유 4사(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의 올해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은 9조 4400억원으로 집계됐다.
회사별로는 SK에너지(1조9344억원), GS칼텍스(2조5507억원), 에쓰오일(2조1961억원), HD현대오일뱅크(2조7576억원) 등이다.
유가 상승으로 정제마진이 확대된 데다 낮은 가격에 사둔 원유가 시차를 두고 원가에 반영되는 래깅 효과와 재고평가이익까지 더해진 결과다.
![HD현대오일뱅크 공장 전경 [사진=HD현대오일뱅크]](https://image.inews24.com/v1/d8b22b747f2373.jpg)
하반기에도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일부에서는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라는 외부 변수에 실적이 좌우되는 만큼 하반기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유가가 지나치게 빠르게 오르면 원유를 사오는 비용이 늘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유가가 급락하면 보유 원유와 석유제품의 가치가 떨어지는 역래깅 효과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국제유가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에 따라 실적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정유 4사는 단기 반사이익에 대신 저마다 유가에 흔들리지 않는 체질을 만들기 위한 신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원유 정제 마진과 국제유가에 실적이 좌우되는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정유사들은 친환경 바이오 연료 사업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액침냉각유 사업 등에 힘쓰고 있다.
SK에너지는 친환경 연료 생산을 확대해 기존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최근 울산 콤플렉스(CLX) 내에 지속가능항공유(SAF) 전용 생산 설비 및 코프로세싱 설비를 구축했다.
![HD현대오일뱅크 공장 전경 [사진=HD현대오일뱅크]](https://image.inews24.com/v1/f02e22050c26bd.jpg)
HD현대오일뱅크는 최근 국내 1위 바이오 원료 기업 대경오앤티 인수에 나서는 등 원료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대경오앤티는 바이오디젤 등 바이오 연료 핵심 원료 생산 기업으로 꼽힌다. 이에 회사는 2027년 이후 SAF 전용 설비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에쓰오일은 9조 원 이상을 투입한 대규모 석유화학 설비 '샤힌 프로젝트'를 미래 성장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올해 하반기 완공 후 2027년 상업 가동이 목표며 AI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유 '에쓰오일 e-쿨링 솔루션' 실증 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2023년 국내 정유사 최초로 대한항공과 SAF 시범 운항을 성사시킨 데 이어 국내 최초로 SAF 상업 수출까지 이뤄낸 바 있다. 또 LG유플러스 평촌 2센터에서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유 실증 작업을 마쳤다.
정유사들은 국제유가 상승이라는 단기 호재를 누리는 동시에 유가와 정제마진에 따라 실적이 흔들리는 기존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체질 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SAF와 바이오 원료, 석유화학, 액침냉각유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얼마나 빠르게 사업화하느냐가 향후 정유업계의 실적 안정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국제유가가 언제까지 상승세를 이어갈지 불확실한 가운데, 정유사들이 신사업을 통해 ‘유가에 웃고 우는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최란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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