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나광국 기자] 자잿값 폭등과 건설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공사를 할수록 손실이 쌓이는 '역마진' 공포가 건설업계를 덮쳤다. 생존 기로에 선 건설사들은 기존 계약의 공사비 증액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중견사를 중심으로 연쇄 폐업과 줄도산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2026년 시공능력평가 상위 50개 건설사 중 22개사가 계약금액을 상향한 단일판매·공급계약 정정공시를 총 107건 낸 것으로 집계됐다.
변경된 계약액은 총 48조1665억원으로 증액 전 42조3832억원 대비 5조7833억원(13.65%)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변경계약 정정공시는 17곳에서 총 83건을 기록했고, 변경된 계약액은 3조4032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총 증액 규모는 지난해보다 2조3801억원(70%) 늘었다.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88aaf38b545c96.jpg)
계약액 변경 건수가 가장 많은 건설사는 HJ중공업으로 16건이 증액됐다. 다음으로 △계룡건설산업 11건 △동부건설 9건 △코오롱글로벌 8건 △대우건설 8건 △DL이앤씨 7건 △KCC건설 6건 △삼성물산 5건 △현대건설 5건 △GS건설 5건 △IPARK현대산업개발 5건 순이었다.
변경 규모를 기준으로 보면 삼성E&A가 1조8160억원으로 가장 컸다. 그밖에 △대우건설 1조1967억원 △삼성물산 8398억원 △현대건설 5463억원 △GS건설 3053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공사비 증액 상승률이 가장 큰 건설사는 삼성E&A로 68.8% 늘었다. 이어 △대우건설 41.1% △GS건설 14.2% △코오롱글로벌 11.5% △삼성물산 9.8% △HJ중공업 9.8% △동부건설 9.2% △IPARK현대산업개발 9.1% △서희건설 8.3% △서한 7.2% △KCC건설 6.6% △계룡건설산업 5.9% △현대건설 5.7% △금호건설 4.1% △한라 3.6% △동원개발 3.6% 순으로 나타났다.
단일 계약별로 증가폭이 가장 큰 계약은 삼성E&A의 '복합동, 그린동, 변전소 골조공사'로 계약액이 5500억원에서 1조8790억원으로 1조3290억원(241.6%) 뛰었다.
그다음으로 증가폭이 크게 변경된 사업지는 대우건설의 '장위10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과 '수표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으로 각각 4174억원(112.9%), 2824억원(117.2%) 증가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공사비 증액에 나선 배경에는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수익률 부진이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이 산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6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8.22로 전년 동월 대비 5.5% 늘었고, 공사 비용이 급증하기 전인 2020년 11월 100.97과 비교하면 36.9% 증가했다.
원자재값 상승 외에도 인건비와 장비비 증가, 설계변경, 공사범위 확대, 공기 연장 등이 공사비 증액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사업 지연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하거나 과거 급등한 원가가 발주처·조합과의 협상을 거쳐 뒤늦게 계약금액에 반영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는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견·중소건설사다. 대형건설사보다 발주처와의 협상력과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해 늘어난 공사비를 제때 반영하지 못할 경우 수익성 악화와 자금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6f23c6b55379da.jpg)
여기에 금리 상승까지 겹치면서 중견·중소건설사의 자금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올렸다. 추가 인상 시 PF 대출 등 금융비용이 늘면서 차입 의존도가 높은 건설사의 유동성 압박이 커질 수 있다.
건설업계의 수익성도 녹록지 않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외감 건설기업 2004곳의 지난해 평균 영업이익률은 3.4%로 2021년 4.5%보다 1.1%p 낮아졌다.
이자상환 능력이 떨어진 기업도 늘었다.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돈 기업은 2021년 62곳(4.5%)에서 지난해 173곳(11.3%)으로 급증했다. 건설경기 침체와 금융비용 부담이 지속될 경우 취약 건설사를 중심으로 경영난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최근 폐업 신고한 건설사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키스콘) 집계를 보면 올해 1월부터 이날까지 폐업 신고한 건설사 공고는 2736건으로 전년 동기 2178건 대비 558건(25.6%) 늘었다. 단순 계산하면 하루에 폐업 신고 12건이 접수된 것이다. 이 중 비교적 규모가 큰 종합건설사는 524건, 하청·재하청을 주로 맡는 전문 건설사는 2212건이다.
건설사 폐업은 하반기 들어서도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올해 상반기 건설업 폐업 신고 공고는 2092건으로 12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불과 50여일 만에 700곳 가까이 추가로 폐업 신고를 했다. 상반기 폐업 규모의 31%가량이 두 달여 만에 발생한 셈이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연간 폐업 건수도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반기에도 건설업계의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높은 금리 수준이 이어지는 데다 분양시장 회복이 지연되고 있고, 지방을 중심으로 쌓인 미분양 물량도 건설사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몇 년간 금리와 원자재 가격이 함께 급등하면서 건설업계의 체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약화하고 있다"며 "건설업은 한번 업황의 방향이 바뀌면 수년간 흐름이 이어지는 특성이 있어 단기간에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황이 등락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높은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업계가 재편되는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광국 기자([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