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AI 열풍으로 HBM과 고성능 D램·낸드의 몸값이 치솟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둘러싼 '기술 전쟁'도 거세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메모리 특허를 둘러싼 소송이 이어지고, 중국에서는 삼성전자의 핵심 D램 공정기술이 중국 업체로 넘어갔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특허료를 둘러싼 분쟁을 넘어 수입금지와 핵심기술 유출까지 리스크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미국 메모리 기술업체 넷리스트(Netlist)와 약 6년간 이어온 특허 분쟁을 마무리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미국 반도체 특허 전문업체인 어드밴스드 메모리 테크놀로지(AMT)와의 소송에서 오는 10월 배심재판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도 SK하이닉스의 D램·낸드 특허침해 여부를 둘러싼 조사가 진행 중이다. 중국에서는 세계 4위이자 중국 1위 D램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를 둘러싸고 삼성전자의 핵심 공정기술 유출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삼성전자(왼쪽), SK하이닉스 사옥 전경. [사진=각 사]](https://image.inews24.com/v1/96b306296b220b.jpg)
삼성은 넷리스트와 6년 분쟁 끝 협력…SK하닉 재판은 코앞
삼성전자는 넷리스트와의 특허분쟁을 소송전에서 협력 관계로 전환했다.
넷리스트는 서버용 고성능 메모리 모듈 등을 개발·판매하는 동시에 D램 모듈과 HBM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특허 라이선스와 소송을 통해 특허를 수익화하는 사업도 진행해왔다.
양사는 지난 5일 특허 포트폴리오를 서로 사용할 수 있는 5년 크로스(상호) 라이선스와 메모리 제품 공급, 기술 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진행 중인 법적 분쟁을 모두 종료하기로 했다. 넷리스트의 특허 포트폴리오에는 서버용 메모리 모듈(DIMM)과 HBM 기술이 포함된다.
![삼성전자(왼쪽), SK하이닉스 사옥 전경. [사진=각 사]](https://image.inews24.com/v1/4636b91491cca5.jpg)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넷리스트에 D램과 낸드를 공급하고 보통주 1000만주를 총 100만달러(약 14억원)에 매입한다. 소송을 이어가는 대신 라이선스와 공급 계약을 묶어 분쟁을 정리한 것이다.
SK하이닉스의 상황은 삼성전자와 다르다. SK하이닉스는 미국 NPE(특허관리전문회사)인 어드밴스드 메모리 테크놀로지(AMT)와 특허소송을 진행 중이며, 오는 10월5일 미국 텍사스 동부연방법원에서 배심재판이 시작될 예정이다.
쟁점은 부스터 회로와 내부 전압 생성 회로 등 메모리 관련 특허다.
미국 NPE '모노리식3D'와의 분쟁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3월과 6월 두 차례 SK하이닉스의 D램·낸드 관련 특허침해 조사에 착수했다. 모노리식3D가 지금까지 침해를 주장한 특허는 22건에 달한다.
ITC 사건이 일반적인 특허소송과 다른 점은 미국 내 수입금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제품이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 시장에서 제품 수입·판매에 제약이 생길 가능성이 있어 사업상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삼성전자(왼쪽), SK하이닉스 사옥 전경. [사진=각 사]](https://image.inews24.com/v1/b92e4963f17b1b.jpg)
CXMT '삼성 기술탈취' 증언…中과 기술전도 확산
중국과는 핵심 공정기술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졌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출신 연구원이자 2016년 CXMT 창립 멤버였던 한 직원은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CXMT 최고경영자(CEO)와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이 삼성전자 공정레시피(PRP) 정보를 탈취해 D램을 개발하려 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검찰은 삼성전자가 5년간 약 1조6000억원을 들여 개발한 18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D램 공정 기술이 CXMT로 넘어간 것으로 판단했다. 해당 자료에는 약 600단계에 이르는 D램 공정 기밀 정보와 사용 설비, 조건값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관련 증언을 사실로 인정할 경우 향후 미국 ITC 등 국제 분쟁에서 활용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국 업체와의 지식재산권 분쟁은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업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1월 중국 디스플레이 1위 업체 BOE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특허·영업비밀 분쟁을 합의로 마무리했고, LG디스플레이도 최근 중국 톈마와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배터리 업체 EVE에너지를 상대로 미국에서 원통형 배터리와 분리막 관련 특허 5건의 침해를 주장하고 있다.
기업들도 방어막을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말 기준 전 세계에서 보유한 특허는 28만8770건으로 30만건에 근접했다.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HBM 등 고부가 메모리 시장이 커질수록 특허를 둘러싼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HBM은 적층 기술과 미세공정, 패키징 등 여러 핵심 기술이 결합된 제품인 만큼 제품 경쟁력뿐 아니라 관련 특허와 영업비밀을 얼마나 확보하고 방어하느냐가 시장 지배력과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권서아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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