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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허가 줄여도 멈춘다...재건축 발목 잡는 '상가 갈등'


상가 조합원 아파트 분양 기준 놓고 소송 잇따라
정관 재량 범위 불명확…조합원 전원 동의 여부도 갈려

[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정부가 정비사업 절차를 줄여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로 했지만 현장에는 행정 절차만으로 풀리지 않는 병목이 남아 있다. 상가를 둘러싼 권리 배분 갈등이다.

상가 소유주의 아파트 분양 자격과 상가 자산에 별도 보상·할증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분쟁을 줄이려면 관련 기준을 법령에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서울 강남·송파구 일대. 2025.6.5 [사진=연합뉴스]
5일 서울 강남·송파구 일대. 2025.6.5 [사진=연합뉴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쌍용1차는 지난 4월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지난달까지 조합과 상가 측이 신축 상가 계획과 토지 배분 등을 놓고 이견을 보였다. 강남구가 양측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상가가 재건축의 고질적인 난제로 꼽히는 것은 아파트와 상가 소유주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기존 상가의 가치와 신축 상가 분양가, 상가 소유주의 아파트 분양 자격 등을 따로 정해야 한다. 상가에 어느 정도 권리를 인정하느냐에 따라 다른 조합원의 몫도 달라질 수 있다.

최근에는 오프라인 상권 침체 등으로 상가 수요가 줄어든 반면 신축 아파트 선호는 높아졌다. 이에 새 상가 대신 아파트를 받으려는 상가 소유주도 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재건축에서는 상가 소유주가 원칙적으로 상가를 받는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데, 분양 자격을 가르는 산정 비율 등 일부 기준은 조합 정관에 맡겨져 있다. 상가와 아파트의 사업비·수익을 따로 계산하는 방식도 현장에서 활용된다.

상가 소유자에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예외 사유는 도시정비법 시행령에 규정돼 있다. 다만 주택 분양 자격을 가르는 산정 비율 등 일부 세부 기준은 조합 정관에 맡겨져 있다. 조합이 법령상 예외 사유를 구체화한 것인지, 법령과 다른 공급 기준을 새로 만든 것인지에 따라 필요한 동의 요건도 달라져 분쟁이 반복되고 있다.

관련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쟁점은 상가 소유주에게 아파트를 줄 수 있는 범위를 조합이 어디까지 정할 수 있느냐다.

방배6구역에서는 새 상가를 건설하면서도 상가 분양을 신청하지 않은 소유자에게 아파트를 공급하도록 한 결의가 문제가 됐다. 법원은 해당 기준이 시행령이 정한 주택 공급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법령상 기준과 다른 관리처분 기준을 만든 것으로 보고 조합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 판단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신반포2차는 경우가 달랐다. 조합은 상가 소유주가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지를 가르는 기준을 일반적인 수준보다 크게 낮췄다. 대법원은 올해 3월 이를 법이 정한 범위 안에서 조합이 정할 수 있는 세부 기준으로 보고, 조합원 전원의 동의까지는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개포주공6·7단지에서도 상가 권리가액 산정방식을 놓고 소송이 벌어졌다. 1심 법원이 전원 동의를 받지 않은 결의를 무효로 판단하면서 분양신청이 한때 중단됐다. 이후 조합은 상가 가치 산정방식을 다시 정해 지난달 관리처분계획안을 통과시켰다.

현장에서는 정관 변경이 법령상 기준을 구체화한 것인지 새로운 공급 기준을 만든 것인지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아예 새 상가를 짓지 않는 사업장도 등장하고 있다. 대치우성1차·쌍용2차 통합재건축이 대표적이다.

대치우성1차는 과거 상가 측과 협의가 틀어지면서 토지분할 소송을 거쳐 상가부지를 정비구역에서 제외했다. 쌍용2차와 통합재건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상가부지를 다시 편입하되, 새 상가는 짓지 않는 방향으로 사업계획을 짰다.

앞서 정부도 지난 13일 발표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서 인허가 지연뿐 아니라 이주·철거와 갈등·분쟁을 정비사업의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꼽았다. 국토교통부는 공사비와 인허가 이견, 관리처분계획 관련 분쟁 등을 다룰 정비사업 전문 중재기구 신설도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이번 대책에는 상가 소유주의 아파트 분양 자격이나 권리 배분 기준을 구체화하는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상가 소유주의 아파트 분양 기준을 조합에 맡긴 현행 구조를 손보고 법령에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상가 조합원의 주택 분양을 둘러싸고 법원 판단까지 엇갈리면서 현장에서는 어떤 기준을 적용해야 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준이 불명확하면 결국 당사자 간 협상과 소송이 반복돼 사업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법적 판단을 기다리기보다 입법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정승필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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