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삼성전자가 만든 갤럭시에는 삼성전자가 만든 D램이 들어갑니다. 그렇다면 메모리 가격이 크게 올라도 갤럭시는 조금 싸게 공급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최근 공시된 반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의 모바일용 메모리 매입가격은 지난해 평균보다 211% 뛰었습니다.

같은 기간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메모리 평균판매가격 상승률 220%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인공지능(AI)발 메모리 호황으로 DS부문이 역대급 실적을 내는 동안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사업부는 비싸진 메모리를 사야 했던 셈입니다.
MX사업부 경영진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아이뉴스24의 취재를 종합하면 MX사업부 경영진은 지난해 가을부터 DS부문에 메모리 가격을 배려해줄 수 있는지 요청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양측 경영진이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사내에서도 주요 현안이 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DS부문의 사정도 간단하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생산에 집중했고, 모바일 D램 공급은 줄었습니다.
그 결과 모바일용 메모리를 구하려는 스마트폰 업체들의 주문은 세계 최대 D램 업체인 삼성전자로 몰렸습니다.
삼성전자가 찾아온 모든 고객사에 원하는 만큼의 물량을 공급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고객사에는 물량을 충분히 주지 못하면서 MX사업부에는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가격까지 낮추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합니다.
애플을 비롯한 대형 고객사들도 높은 메모리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에서 MX사업부에만 낮은 가격을 적용할 경우 고객사와의 형평성은 물론 법적 분쟁 가능성까지 고려했다는 설명입니다.
모바일 D램을 더 많이 만드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당장 새 팹은 지을 수 없고, 기존 라인에서 모바일 D램 생산을 늘리면 현재 높은 가격에 팔리는 서버용 D램 등의 생산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죠.
AI 서버용 메모리를 더 만들어도 부족한 상황에서 DS부문 경영진이 쉽게 내릴 수 없는 결정이었다는 후문입니다.
대신 MX사업부에는 필요한 메모리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메모리 부족으로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출하량을 줄이는 동안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하며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높였습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Z 폴드8,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 갤럭시 Z 플립8. [사진=삼성전자]](https://image.inews24.com/v1/da71db47a9f28b.jpg)
삼성전자의 사업 운영 방식도 이런 결정의 배경으로 꼽힙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9년 완제품과 부품 사업을 나눈 이후 각 부문이 독립적으로 실적과 수익성을 책임지는 구조를 이어왔습니다. 삼성의 다른 계열사들도 비슷한 분위기입니다.
과거처럼 그룹 차원에서 "같은 삼성이니 싸게 공급하라"고 일방적으로 정하기보다는 각 사업과 회사를 맡은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움직이는 성격이 강해졌다는 게 삼성 안팎의 설명입니다.
결과적으로 MX사업부는 가격 부담을 떠안는 대신 갤럭시 생산에 필요한 메모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했습니다. DS부문은 글로벌 고객과의 가격 형평성과 고부가 제품 중심의 생산 전략을 유지했습니다.
같은 삼성전자 안에서도 DS와 MX가 사실상 독립적인 사업 주체로 움직이는 모습이 이번 메모리 공급난에서도 나타난 셈입니다.
/박지은 기자([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