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급증하면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연결하는 광통신 부품이 새로운 병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AI 연산은 수천~수만개의 GPU가 동시에 데이터를 주고받는 구조다. 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충분히 확보하더라도 서버와 스위치 사이의 데이터 전송 속도가 따라오지 못하면 전체 연산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인프라 경쟁이 GPU와 HBM에서 네트워크 장비와 광통신 부품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광통신 관련 이미지. [사진=대한광통신 홈페이지 캡처]](https://image.inews24.com/v1/e132ef42007fe6.jpg)
800G 넘어 1.6T로…광트랜시버 공급 부족 심화
AI 클러스터 규모가 커지면서 기존 구리선 중심의 연결 방식도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광섬유 기반 통신망(네트워크)에서 전기 신호를 광(빛) 신호로, 광 신호를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 송수신 작업을 하는 핵심 부품인 광트랜시버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이유다.
데이터센터용 광트랜시버는 400기가비트(Gbps)에서 800G로 주력 제품이 이동한 데 이어 1.6테라비트(Tbps) 제품까지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AI 서버 한 대에 필요한 광섬유 사용량이 기존 클라우드 서버보다 약 16배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급도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 광통신 업체 어플라이드 옵토일렉트로닉스(AAOI)는 최근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고객 수요가 현재 공급 가능한 물량보다 20~40% 많다"고 말했다. 매출 확대를 제한하는 요인은 수요가 아니라 생산능력이라는 얘기다.
AAOI는 월 생산능력을 현재 약 20만개에서 연말 65만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증설 물량은 800G와 1.6T 제품에 집중된다. 단일 고객으로부터 1.6T 제품 2억달러(약 2800억원) 이상을 수주했지만 부품 공급 제약으로 올해 4분기 확약 가능한 매출은 7000만~8000만달러(약 990억~1130억원) 수준이다. 해당 고객은 4분기 안에 전체 물량을 공급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광통신 제품 위탁생산업체 패브리넷도 비슷한 상황이다. 세이머스 그레이디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데이터센터 간 연결(DCI)과 광트랜시버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울 정도(insatiable)"라고 표현했다.
일부 부품은 이미 공급보다 수요가 많고 고객사가 제시한 수요 전망도 내년 말 이후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패브리넷의 주요 고객은 시스코와 엔비디아, 노키아, 아마존 등이다.
시장 규모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글로벌 광트랜시버 시장이 지난해 130억달러(약 18조원) 미만에서 올해 260억달러(약 37조원)로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고속 광트랜시버는 수요 대비 공급 부족이 최대 60%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엔비디아, GPU 넘어 광통신까지…CPO 상용화 속도
엔비디아도 GPU와 중앙처리장치(CPU), 네트워크 장비 사이의 연결 속도를 높이기 위해 광통신 기술을 직접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광통신 부품을 스위치 주문형 반도체(ASIC)와 한 패키지에 넣는 공동 패키징 광학(CPO) 기술 기반 '스펙트럼-X 이더넷 포토닉스'다.
![광통신 관련 이미지. [사진=대한광통신 홈페이지 캡처]](https://image.inews24.com/v1/f670500e4cbb2f.jpg)
기존 방식은 외부에 있는 스위치 칩에서 광트랜시버까지 전기 신호를 전달한 뒤 이를 빛으로 변환했지만, CPO는 광통신 부품을 GPU나 스위치 칩과 같은 패키지 안에 넣어 데이터 이동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엔비디아는 스펙트럼-X 이더넷 포토닉스를 올해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 6월에는 스펙트럼-X 이더넷 포토닉스를 두고 "향후 최대 100만개의 GPU를 연결하는 초대형 팩토리가 구축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현재 코히런트와 루멘텀, 패브리넷, 코닝 등 세계 주요 광통신 업체들도 엔비디아의 '실리콘 포토닉스(광반도체)'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다.
중국산이 글로벌 출하 절반 이상…美 규제도 변수
광트랜시버 공급망에서 중국 업체들의 비중도 높다. 지난해 중국 업체들은 글로벌 광트랜시버 출하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현재 전 세계 데이터 트랜시버 시장 1위 중국 중지이놀라이트는 해당 시장에서 점유율 27% 차지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메타 등을 고객사로 확보했으며 올해 1분기 전체 매출의 61.7%를 미국에서 올렸다.
미국 정부의 대중 규제는 변수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중국산 신형 광통신 데이터 부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AI 호황으로 늘어나는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보호하고 중국의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아직 확정된 조치는 아니어서 내용이 수정되거나 철회될 가능성도 있다.
그레이디 패브리넷 CEO는 최근 중국산 제품 규제가 자사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공급을 한꺼번에 차단할 경우 광통신 산업 전반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GPU와 HBM을 넘어 네트워크 장비와 광통신으로 확대되면서 고속 광트랜시버와 실리콘 포토닉스 확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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