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삼성전자의 계약부채가 불과 3개월 만에 8조5000억원 넘게 급증했다. 인공지능(AI)용 메모리 공급 부족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글로벌 고객들이 장기공급계약(LTA)을 잇따라 요청한 가운데, 이에 따른 선수금 유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14일 삼성전자가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계약부채는 23조592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말 15조852억원보다 8조5069억원, 56.4%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증가 폭은 더 크다. 지난해 6월 말 계약부채는 13조4233억원으로 1년 만에 10조1689억원, 75.8% 늘었다. 2024년 6월 말에는 12조6625억원이었다.
계약부채는 고객에게 돈을 먼저 받았지만 아직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매출로 잡지 않은 금액이다. 삼성전자는 계약부채가 선수금, 미지급비용, 기타유동부채 등에 포함돼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5년치 메모리 확보한다…선수금까지 지급
올해 계약부채가 크게 늘어난 배경에는 메모리 LTA에 따른 선수금 유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2분기 실적발표에서 AI 서비스 인프라를 확보하려는 고객들이 급증하면서 D램과 낸드 모두 다년간의 공급계약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글로벌 5대 고객과 장기공급계약을 완료했고 추가 AI 고객 5곳과도 협상을 마무리하는 단계다. 계약기간은 5년이 기본이며 이후 계약기간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특히 계약 이행의 구속력을 높이기 위해 다년간 보유하는 예치금 성격의 선수금을 상당수 계약에 포함했다. 삼성전자는 당시 예정된 선수금 가운데 약 4분의 1을 이미 받았으며 앞으로 선수금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비밀유지계약(NDA)을 이유로 구체적인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향후 전체 D램·낸드 생산능력의 60~70%를 LTA 물량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계약을 체결한 고객들도 추가 물량을 요구하고 있고 신규 계약을 원하는 고객도 다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AI가 바꾼 메모리 시장…'그때그때 주문'에서 장기계약으로
메모리 시장의 거래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업황에 따라 고객사의 주문이 늘거나 줄면서 가격과 반도체 업체의 실적도 크게 출렁였다.
하지만 AI 확산으로 메모리 공급 부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자 고객들이 수년 뒤 필요한 물량까지 미리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범용 메모리의 경우 미래 투자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LTA에 가격 하한선을 설정하고 있다.
공급을 빠르게 늘리기도 어렵다. 삼성전자는 신규 생산능력을 확보하기까지 3년 반이 넘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올해 충족하지 못한 수요가 내년으로 넘어가면서 2027년에는 공급 부족이 올해보다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장기계약을 통해 메모리 사업의 고질적인 업황 변동성을 줄이고 중장기 수요를 미리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AI가 메모리 수요뿐 아니라 거래 방식까지 바꾸기 시작한 셈이다.
/박지은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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