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희성 기자] 정부가 대주주의 승계 과정에서 이뤄지는 이른바 '주가 누르기'를 막기 위해 관련 제도를 내놨지만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선 대주주가 의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주가'보다 기업의 실질 가치를 반영하는 순자산가치(NAV)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세제 개편안은 장기간 저평가된 기업의 경우 과거 주가를 기준으로 삼더라도 상속·증여세 부담이 크게 늘지 않지만 일시적인 주가 급등 시 실제 기업가치보다 높은 세 부담을 지울 수 있다. 주가 변동에 따라 과세 형평성이 흔들릴 수 있어 대주주의 인위적인 ‘주가 누르기’를 차단한다는 제도 도입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정경제부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cefaa47f28e957.jpg)
기존에는 최대주주가 보유한 상장주식을 평가 기준일 전후 각 2개월간 거래소 종가 평균으로 평가했다. 세제 개편안은 주가 누르기로 추정되는 경우 별도 평가방법을 적용하도록 했다. 현행 평가액에 30%를 할증한 금액과 과거 6개월~6년 6개월간 주가 평균 중 가장 높은 금액을 비교해 상속·증여재산을 보는 방식이다.
주가 누르기 추정 요건은 크게 두 가지다. 최근 13개 반기 중 12개 반기 동안 업종별 PBR 하위 25%(코스피)·10%(코스닥)에 해당하는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이 대상이다. 최근 1년 내 중복상장·교환사채(EB) 발행 등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가 있고 현재 주가가 과거 평균 대비 30% 이상 하락한 경우도 포함된다.
문제는 이 같은 기준이 오히려 만성 저평가 기업에 절세 여지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상속 직전 단기간에 주가를 낮춘 기업은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면 10~20년간 주가가 낮게 유지된 기업은 과거 평균 주가 자체가 낮아 30%를 할증해도 과세표준이 크게 높아지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특정 시기에 주가가 일시적으로 급등했던 기업은 불리할 수 있다. 코로나19 특수처럼 과거 고점이 과세 기준에 반영되면 현재 기업가치가 낮아졌더라도 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인 상황에 따라 주가가 과도하게 오르거나 내릴 수 있는데 최대 6년 6개월 전 주가까지 끌어오는 게 합리적인 기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주가 대신 NAV가 대안으로 제시된다. 상속·증여 시점 기업 NAV의 80%를 최소 평가 기준으로 설정하는 방식이다.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더라도 세 부담이 줄어들지 않도록 절세 유인을 차단하자는 취지다.
다만 재경부는 실무적인 부담을 이유로 NAV 기준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상장주식의 상속·증여 때마다 NAV를 산정하려면 전문적인 자산 평가가 필요해서다. 특히 자회사가 많은 대기업은 모회사 가치 산정을 위해 각 자회사의 자산·부채 등을 일일이 평가해야 한다. 순환출자 구조를 가진 기업은 평가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실무상 어려움은 인정하면서도 평가원칙 자체를 포기할 이유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VIP자산운용 관계자는 "세법상 실무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나 이는 실무적으로 어떻게 풀 것인가의 문제"라며 "예외·허용 대상을 늘리거나 세부 기준을 유연하게 두는 방식으로 대응할 문제이지 PBR 0.8배 미만 기업을 순자산가치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원칙 자체를 바꿀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재경부의 주가 누르기 방지안은 개선될 여지가 크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도 취지를 살려야한다며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재경부는 이달 말 국회 보고를 앞두고 당정 협의를 거쳐 세제 개편안 내용을 최종 조율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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