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한 번 따면 다시 닫을 수 없었던 음료 캔에 '뚜껑'이 생겼다. 이그니스는 독일 자회사의 개폐형 캔 마개를 앞세워 연간 5000억 개에 달하는 세계 음료 캔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생산량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현재의 고정형 탭을 대체하고 장기적으로는 국제 표준으로 자리잡겠다는 구상이다.
![이그니스와 독일 자회사 엑솔루션이 개발한 개폐형 캔 마개 'XO 리드' [사진=송대성 기자]](https://image.inews24.com/v1/e3eb4984b750ee.jpg)
10일 서울 성동구 이그니스 본사 타운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의 주인공은 음료가 아니라 손바닥보다 작은 캔 마개였다. 박찬호 이그니스 대표와 주요 경영진은 독일 자회사 엑솔루션이 개발한 개폐형 캔 마개 'XO 리드'의 사업 성과와 글로벌 확장 전략을 공개했다.
XO 리드는 캔을 딴 뒤에도 입구를 다시 닫을 수 있는 제품이다. 탭을 들어 올린 뒤 플라스틱 슬라이더를 밀어 음용구를 열고, 반대 순서로 조작하면 다시 밀봉된다. 내용물이 쏟아지거나 먼지와 벌레가 들어오는 것을 막고 탄산도 기존 캔보다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캔 마개는 1970년대 중반 고정형 탭인 ‘SOT(Stay-On Tab)’가 등장한 뒤 약 50년간 기본 구조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탭이 캔에서 떨어져 나가던 과거 풀탭의 쓰레기 문제는 해결했지만, 한번 열면 다시 닫을 수 없다는 한계는 그대로 남았다. 이그니스는 XO 리드를 통해 캔 기술 경쟁의 중심을 ‘쉽게 따는 것’에서 ‘다시 닫는 것’으로 옮기겠다는 목표다.
후발 주자의 진입도 쉽지 않다는 게 회사 측 판단이다. 대기업도 기술을 개발할 수 있지만 음료 접촉 소재와 내부 압력, 누출, 유통 안정성 등을 검증하는 데만 최소 3년 이상이 걸린다는 것이다. 실제 상용화까지는 5~10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그니스와 독일 자회사 엑솔루션이 개발한 개폐형 캔 마개 'XO 리드' [사진=송대성 기자]](https://image.inews24.com/v1/ca2f16c063593c.jpg)
박 대표는 "대기업도 기술적으로 진입할 수 있지만 상당한 시행착오가 필요하다"며 "우리가 확보한 시간을 바탕으로 표준화 작업을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그니스가 제시한 장기 목표는 10년 뒤 세계 캔 마개 시장에서 90%의 점유율을 확보하는 것이다. 회사가 추산한 세계 음료 캔 시장은 연간 약 5000억 개다. 특정 규격이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 글로벌 제관사와 음료 브랜드의 공급망을 통해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현재 생산 규모는 목표와 거리가 멀다. 엑솔루션의 연간 생산능력은 약 1억2000만 개로 매출로 환산하면 100억원을 밑돈다. 물량이 부족해 이그니스가 운영하는 음료 브랜드에도 필요한 수량을 모두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이그니스와 독일 자회사 엑솔루션이 개발한 개폐형 캔 마개 'XO 리드' [사진=송대성 기자]](https://image.inews24.com/v1/97f479f8307eb5.gif)
이그니스는 독일 바이에른주 다하우에 생산·연구개발(R&D) 통합센터를 건설해 생산 병목을 해소할 계획이다. 센터는 오는 12월 완공돼 2027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생산능력은 기존보다 6배가량 늘어난 연간 6억 개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6억 개도 세계 시장의 약 0.12%에 불과하다. 이그니스는 연간 생산량이 30억 개는 돼야 유의미한 사업 규모를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3년 안에 XO 사업 매출 800억원을 달성한 뒤 추가 증설과 기술 라이선스를 병행할 방침이다. 세계 시장의 1%만 확보해도 매출이 4000억~5000억원 규모로 커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박 대표는 "현재 1억2000만 개는 물론 6억 개도 세계 시장에서는 미미한 수준”이라며 "최소 30억 개 정도는 돼야 유의미한 사업 규모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음료 캔 제조사 아르다 메탈 패키징 유럽(AMP-유럽)과의 협력은 시장 확대의 첫 단계다. AMP-유럽이 기존 공급망을 활용해 XO 리드를 유럽 주요 음료 브랜드에 제안하는 방식이다. 계약상 보장된 공급 물량은 없지만 글로벌 제관사의 영업망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그니스와 독일 자회사 엑솔루션이 개발한 개폐형 캔 마개 'XO 리드' [사진=송대성 기자]](https://image.inews24.com/v1/977ffaec04e6bf.jpg)
가격 경쟁력은 넘어야 할 과제다. 일반 SOT 마개의 개당 가격은 36~40원 수준이다. XO 리드는 이보다 약 세 배 비싸 국내외 음료업체들이 제품을 시험하고도 곧바로 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초기 공략 대상도 가격 부담을 흡수할 수 있는 주류와 에너지음료 등 프리미엄 제품에 맞췄다. 일반 탄산음료는 가격 민감도가 높아 당장 적용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그니스는 생산량을 늘려 단가를 낮춘 뒤 일반 음료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친환경성도 풀어야 할 과제다. XO 리드는 알루미늄 캔에 플라스틱 개폐 장치를 결합해 재활용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에 회사 측은 알루미늄을 파쇄·선별할 때 플라스틱의 95% 이상이 분리되고 XO 리드에 들어가는 플라스틱도 1g대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을 추가로 낮출 방침이다.
박 대표는 "브랜드 사업에 더해 기술 사업까지 성장축을 확대하고 생산과 기술 라이선스를 아우르는 사업 모델을 구축해 XO 리드를 새로운 글로벌 표준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송대성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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