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인공지능(AI)이 메모리 산업의 호황 공식을 바꾸고 있다.
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올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나란히 5년 안팎의 장기공급계약(LTA·SCA) 전략을 공개했다.
![메모리 3사의 장기공급계약 체결을 표현한 AI 이미지. [사진=챗GPT]](https://image.inews24.com/v1/a77f0ce5a50955.jpg)
계약 기간은 같았지만 조건과 고객 전략은 달랐다. 각사의 생산능력과 투자 계획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작년만 해도 3년이었는데…모두 '5년' 강조
세 회사가 맺은 장기공급계약의 공통점은 5년이다.
삼성전자는 기본 5년 계약에 매년 종료 시점을 1년씩 연장하는 '롤링 계약'을 도입했다. 올해 2030년까지 계약했다면 내년에 2031년으로 늘려 계약 기간을 5년 안팎으로 유지하는 방식이다.
SK하이닉스도 통상 5년 계약을 기본으로 하며, 마이크론 역시 대부분의 전략적 고객계약(SCA)을 2026~2030년으로 체결했다.
5년 동안 가격을 고정하는 것은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가격은 매년 또는 반기별로 다시 협상한다. 가격 하한이나 변동폭 제한을 두고 시장가격을 반영하는 식이다.
고객은 일정 물량 구매를 약속하고, 메모리 업체는 이를 토대로 생산과 투자 계획을 세운다.

삼성은 고객 저변 확대…생산능력 60~70% 장기계약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능력의 60~70%를 장기공급계약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주요 5대 글로벌 데이터센터 고객과 계약을 마쳤고, AI 고객 5곳과도 협상을 마무리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5대 고객을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오라클 등으로 본다. AI 고객에는 오픈AI와 앤트로픽,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등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미국 빅테크와 AI 기업뿐 아니라 중국 거래선도 폭넓게 관리한다. 특정 고객에 편중되지 않는 구조다. 계약에는 선수금과 범용 제품의 가격 하한도 포함됐다. 삼성전자는 선수금의 약 4분의 1을 이미 수취했다.

SK는 맞춤형 계약…HBM 고객 중심으로 유연성 확보
SK하이닉스는 10여개 고객과 LTA 협상을 마쳤으며 계약 기간은 통상 5년이라고 밝혔다. 가격과 예치금, 계약 구조는 고객과 제품에 따라 다르게 설계했다.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주요 AI 고객과 장기 협력을 이어가는 만큼 일률적인 계약보다 고객별 맞춤형 구조를 택했다. 공급이 빠듯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물량과 수익성을 함께 관리하려는 전략이다.

마이크론은 계약 강도…AI 넘어 자동차까지
마이크론은 기존 LTA보다 구속력이 강한 SCA를 도입했다. 가격 상·하한과 선급금, 고객이 계약 물량을 가져가지 않아도 일정 금액을 내는 '테이크 오어 페이(Take-or-Pay)' 조항을 포함했다.
지난달 말까지 체결한 16건 가운데 14건의 최소 계약금액은 약 1000억달러(한화 약 144조원)다. 선급금과 금융약정은 220억달러이며 이 가운데 180억달러는 현금 예치금이다.
고객군도 AI 기업에 그치지 않는다. GM 등 자동차 업체와도 장기계약을 맺어 미국 내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사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메모리 3사의 장기공급계약 체결을 표현한 AI 이미지. [사진=챗GPT]](https://image.inews24.com/v1/466f834ca4e53e.jpg)
생산능력이 만든 다른 셈법
세 회사의 전략 차이는 생산능력과 투자 여건에서 비롯됐다.
업계 최대 생산능력을 갖춘 삼성전자는 고객 저변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HBM 공급이 빠듯한 SK하이닉스는 맞춤형 계약으로 운영 유연성을 확보했다.
미국 내 대규모 증설을 추진하는 마이크론은 구매 의무와 선급금으로 투자 위험을 낮췄다.
메모리 산업은 수요 증가 뒤 증설 경쟁이 벌어지고, 2~3년 뒤 공급과잉과 가격 급락이 반복되는 대표적인 경기순환 산업이었다. 2018년 슈퍼사이클 이후와 코로나19 특수 뒤인 2023년에도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고객이 5년 뒤 물량까지 미리 계약하고 일부는 선수금도 지급한다. 메모리 업체는 확인된 수요에 맞춰 투자 시점을 정할 수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낸드로도 확산되고 있다. 일본 키옥시아는 2028년 낸드 생산 물량의 50%를 장기공급계약으로 확보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장기공급계약 확대가 메모리 산업의 가격 변동성을 구조적으로 낮추는 핵심 요인"이라며 "가격 하락 위험은 제한하면서 공급 부족 시에는 시장가격을 반영할 수 있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지은 기자([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