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검찰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31일 범여권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80년 가까이 이어져 온 형사 사법체계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새 국면을 맞게 됐다.
![31일 국회에서 열린 7월 임시국회 제3차 본회의에서 전날 상정된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 통과되고 있다. 2026.7.31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d748120aa134f1.jpg)
재석 178인...찬성 175·반대 2·기권 1인
범여권은 보완수사요구권을 실질화하고 피해자 보호 장치를 마련했다고 강조하지만,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피해자 권리 구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주를 이룬다. 공소기각 사유를 확대한 조항을 두고는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을 겨냥한 '맞춤형 입법'이라는 야권의 반발도 거세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재석 178인 중 찬성 175인, 반대 2인, 기권 1인으로 통과시켰다.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과 곽상언 민주당 의원이 반대, 이소영 민주당 의원이 기권표를 던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안 통과 강행 추진에 반발해 불참했다.
개정안은 보완수사를 포함해 검사의 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고, 공소만을 전담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196조(검사의 수사)를 삭제하고, 195조에는 '검사는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를 책임지고, 사법경찰관은 수사를 책임진다'는 내용이 신설됐다.
법 시행 이후 공소청 검사는 수사가 금지된다. 대신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요구·시정조치요구·재수사요구를 할 수 있다. 보완수사요구에 따른 수사 기간은 1개월 이내로 규정했으며, 적정 보완수사를 기대하기 어려울 경우엔 상급 수사관서에 보완수사요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검사의 시정조치요구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다른 수사기관으로의 이송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재수사요구는 이행 기간을 3개월로 규정하되, 사법경찰관의 재수사에 따른 범죄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도록 했다.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이른바 '7대 범죄'에는 전건송치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아동학대·가정폭력·성범죄·아동성범죄·스토킹·장애인학대·노인학대 사건은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더라도 모두 공소청에 보내도록 하는 방식이다.
![31일 국회에서 열린 7월 임시국회 제3차 본회의에서 전날 상정된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 통과되고 있다. 2026.7.31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aa9857b92acbb4.jpg)
與 "국민 명령에 국회가 응답한 결과"
범여권은 보완수사를 상급수사기관에 맡기는 방안과 경찰 불송치 결정에 대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 피해자의 검사 면담권 등도 보완책으로 제시했다. 관련 법안은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법안 통과 이후 "국민이 명령한 검찰개혁이 마침내 완성됐다"며 환영했다.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70년 간 이어져 온 형사사법 체계가 마침내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원칙 위에 서게 됐다"며 "오늘의 입법은 무소불위의 권한을 남용해 온 검찰을 개혁하라는 국민의 명령에 국회가 응답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야권과 법조계를 중심으로는 형사 사법체계 붕괴에 따른 국민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검수완박' 관철을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정부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지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형소법은 시험(베타) 버전으로 출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이렇게 개정해 혼란이 속출하면 머지않아 다시 형소법을 고치자는 말이 나올 것"이라며 "법은 다시 고치면 되지만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국민의 시간과 권리는 돌려받을 수 없다"고 했다.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도 앞서 입장문을 내고 "1차 수사기관의 수사 내용에 대한 검사의 실효적인 점검·보완·시정 기능이 사라진다면 진실은 은폐되고 대한민국의 형사사법 체계는 무너진다"며 "그로 인한 피해는 국가의 보호가 필요한 국민이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개정안 본회의 통과 직후 입장문을 내고 "앞으로 범죄 피해자들은 경찰이 끝까지 진실을 밝혀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외에는 기댈 곳이 없게 됐다"고 비판했다.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범야권과 국민 여러분께서 그토록 심각한 부작용을 경고했음에도 민주당은 끝내 이를 외면한 채, 대한민국을 범죄자들이 활개 치는 나라로 내모는 선택을 했다"며 "오늘 이후 대한민국에는 억울함을 호소할 곳을 잃은 피해자들의 절규와 끝내 진실에 닿지 못한 이들의 곡소리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31일 국회에서 열린 7월 임시국회 제3차 본회의에서 전날 상정된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 통과되고 있다. 2026.7.31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699d86fdbc526b.jpg)
"공소기각 확대, 적법절차 원칙 확립"
개정안의 법사위 처리 과정에서 공소기각 사유를 확대한 조항이 추가된 점도 논란이다. 현행법은 재판권이 없거나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을 위반해 무효인 경우 등을 공소기각 사유로 규정하고 있지만, 개정안 327조에는 여기에 중대한 위법수사에 따른 공소제기와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공소제기가 사유로 추가됐다.
범여권은 위법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를 강화하고 적법절차 원칙을 확립하기 위한 법리를 명문화했다는 설명이지만, 야당을 중심으로는 여권이 검찰의 이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를 넘어 법원의 공소 기각까지 압박하기 위해 수를 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 종료 후 "누가 봐도 재판 중지 상태에 있는 이 대통령을 위한 맞춤형 입법"이라며 "대통령에게 분명히 말씀드린다. 이 법안이 '이재명 탈옥법'이라는 오명을 받기 싫다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라"고 요구했다.
대검찰청도 앞서 낸 설명자료에서 "공소기각은 실체 판단 없이 형사절차를 종료시키는 예외적 제도"라며 "공소기각 여부가 재판부 해석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높고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논란 소지가 다분한 형소법 개정안을 전당대회 직전 검찰 폐지를 주장하는 강경 지지층의 여론만을 의식해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처리했다'는 비판이 우선적으로 제기된다. 실제 검찰 보완수사권 존치를 주장하는 여론은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기 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과반을 넘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법안 저지의 마지막 보루인 야당도 여당의 독주 국면에서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는 지적 역시 나온다. 국민의힘은 법안 처리 초기 단계인 범여권 주도 법사위 소위에 대부분 불참했다.
![31일 국회에서 열린 7월 임시국회 제3차 본회의에서 전날 상정된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 통과되고 있다. 2026.7.31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f27429eeaf3528.jpg)
'속수무책' 국민의힘, 법안 내놓고 심사·표결 불참
범여권은 지난 6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김승원 민주당 의원을 법안심사1소위원장으로 선출한 뒤 형사소송법 개정안 논의에 착수했다. 국민의힘은 원 구성 협상 파행을 이유로 의사일정 보이콧을 선언한 채 범여권 주도의 소위 회의에 대부분 불참했다.
국민의힘은 정 원내대표 주도로 검찰 보완수사권 존치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지만, 소속 의원들이 정작 소위 심사에는 참여하지 않으면서 실효성 있는 대응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은 지난 27일 박형수 의원이 법사위 간사로 선임된 뒤 뒤늦게 소위에 복귀했지만, 범여권이 개정안 성안 작업을 사실상 마친 뒤였다.
장동혁 지도부가 선거관리위원회 특검법 처리에만 당력을 집중하고 형사소송법 개정안 저지에는 사실상 손을 놓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장 대표는 7월 한 달 동안 선관위 특검을 촉구하며 전국 순회 장외집회를 이어갔지만,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는 지난 14일 김미애 의원 주최 토론회에 참석한 것 외에 별다른 투쟁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그 사이 국민의힘 당대표 출신인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주장하는 토론회를 개최하고 필리버스터 신청에도 나섰으나, 국회의장과 여야의 발언 순번 협의 과정에서 뒤로 밀리면서 최종 무산됐다.
앞서 김성원 의원 등 당 일각에선 여론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법무부장관을 지낸 한 의원이 토론에 나설 수 있도록 지도부가 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를 두고 당 지도부가 형소법 개정안을 "희대의 악법"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내부 권력다툼에 매몰돼 '최후의 카드'조차 활용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당내에서도 나왔다.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의원이 올라와 보완수사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한다면 주목을 끌 수 있는 부분이 있고, 국민들 설득에도 더 쉬운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런 기회를 놓칠 것 같은 배경에는 묘한 (당내) 권력 다툼이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31일 국회에서 열린 7월 임시국회 제3차 본회의에서 전날 상정된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 통과되고 있다. 2026.7.31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f19b8dde8831c1.jpg)
국힘, 국회법 개정안도 '필버'…결국 통과 수순
한편 이날 본회의에선 형사소송법 개정안 통과 직후 국회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개정안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의 처리 기한을 현행 330일에서 90일로 축소하는 내용이 골자다. '국회 거수기법'이라며 이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방해)를 신청한 국민의힘은 첫 주자로 김미애 의원을 내세웠다.
다만 7월 임시국회가 회기가 앞선 여당 주도 일정 변경으로 이날 자정을 기해 만료되는 만큼 필리버스터 역시 같은 시간 종료될 예정이다. 국회법 개정안은 8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에 자동 상정돼 표결 절차를 밟는다.
/유범열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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