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5주연속 금요일 밤마다 혼술바를 찾았습니다. 처음 2주간 방문한 곳은 혼자 책을 읽거나 생각을 정리하는 일명 '클래식 바'였습니다. 바텐더와 가볍게 대화를 나누기도 했지만 칵테일 한 잔 가격이 2~3만원대에 달해 매주 방문하기에는 부담스러웠습니다.
이후 A씨는 강남과 홍대 등 번화가에서 확산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혼술바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이곳에서는 혼자 온 손님들이 여럿이 둘러앉는 공용 테이블에 자리를 잡습니다. 직원이 대화를 유도하기도 하지만 맞은편이나 옆자리 손님에게 먼저 말을 걸며 자발적으로 어울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A씨는 "관계가 지속되지 않더라도 매주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혼술바 매력"이라며 "개인 신상을 자세히 공개하지 않고도 직업이나 취미, 일상 등 자유로운 주제로 이야기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낯선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혼술바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AI 생성 이미지]](https://image.inews24.com/v1/7802cbdd5f8242.jpg)
◆혼자만의 공간서 낯선이와 어울리는 공간으로
혼술바 의미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혼자 조용히 술을 즐기는 사람이 찾는 바를 통칭했다면 최근에는 혼자 방문한 사람들이 낯선 이들과 부담 없이 대화하는 공간으로 개념이 확장됐습니다.
주요 이용층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직장인입니다. 퇴근길에 칵테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방문했다가 예상보다 활기찬 분위기에 놀랐다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한 번 경험으로 충분하다는 반응도 있지만 일과 학업으로 새로운 모임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매주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즐겁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새로운 이성을 만나려는 수요도 있습니다. 다만 클럽이나 헌팅포차처럼 만남 목적이 전면에 드러나기보다 술과 대화를 즐기다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는 분위기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연락처를 교환하거나 이후 관계를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이 적다는 점도 젊은층 진입장벽을 낮춥니다.
혼술바는 혼자 있고 싶지만 완전히 고립되고 싶지는 않은 심리가 교차하는 공간인 셈입니다. 별도 약속을 잡지 않고 원하는 시간에 방문해 낯선 사람들과 느슨하게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 주요 매력으로 꼽힙니다.
◆주류 소비 감소 속 주요 상권서 확산
혼술바의 확산세는 전반적인 주류시장 흐름과 대비됩니다. 2024년 국내 제조 주류 출고량은 315만1000㎘로 2014년 380만8000㎘보다 17.3% 감소했습니다.
과음하는 비율도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7개 시도 월간 폭음률 중앙값은 33.8%로 2023년 35.8% 이후 2년연속 하락했습니다. 월간 폭음률은 최근 1년간 월 1회이상 한 번 술자리에서 남성은 7잔 또는 맥주 5캔이상, 여성은 5잔 또는 맥주 3캔이상 마신 사람 비율입니다.
이 같은 흐름속에서도 혼술바는 강남과 홍대 등 2030세대가 몰리는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늘고 있습니다. 혼술바 브랜드 '야화'는 창업 3개월만에 전국 약 90곳 계약을 완료하며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습니다.
기존 바보다 낮은 가격도 확산 배경으로 꼽힙니다. 전통적인 바에서 칵테일 한 잔이 2만~3만원대인 것과 달리 최근 혼술바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칵테일과 하이볼 등을 제공합니다. 업주들은 손님들이 대화를 나누며 머무는 동안 술을 추가로 주문하는 경우가 많아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성 만남 공간으로 고착시 남초화 우려
다만 혼술바 인기가 장기간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다양한 사람과 대화하는 공간이라는 정체성이 이성을 만나는 장소로만 좁아질 경우 남성 이용자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일부매장은 여성고객을 대상으로 주류 1+1 쿠폰이나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등 성비를 맞추기 위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사한 형태 매장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경쟁이 빠르게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도 변수입니다.
혼술바 업계 관계자는 "혼술바는 코로나19 시기 제주에서 유행하기 시작해 올해 2분기 들어 주요 유흥상권에서 빠르게 늘었다"며 "당분간 인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이성을 만나기 위한 공간으로만 굳어지거나 유사매장이 지나치게 늘면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류 소비는 줄고 있지만 소비자가 술집에서 원하는 경험은 더욱 세분화되고 있습니다. 취하기 위한 회식이나 단체모임보다 자신 취향에 맞는 술을 가볍게 즐기고 필요할 때만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공간을 찾는 것입니다. 최근 혼술바 확산은 술 양보다 공간과 관계방식을 중시하는 젊은층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구서윤 기자([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