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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국에 안방 내준 K-로봇의 현주소


[아이뉴스24 설재윤 기자] 지난 2일 국내에서 열린 글로벌 인공지능(AI) 로봇 대회 '로보컵' 현장은 씁쓸하기 그지없었다. 국내에서 열렸지만 대회장을 가득 채운 것은 K-로봇이 아닌 중국산 휴머노이드 로봇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참가팀의 80% 이상이 중국산 로봇 하드웨어를 사용했다. 단 1000만원대에 불과한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부스터로보틱스 'K1'은 참가팀에게 다른 선택지를 지워버렸다.

이 같은 풍경은 비단 대회장만의 일이 아니다. 이미 국내 로봇 산업 현장 전반에 중국 하드웨어가 깊숙이 파고든 게 현실이다. 현재 국내 로봇 기업 대다수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 하드웨어를 자체 제작하기보다,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하드웨어를 들여와 그 위에 국산 소프트웨어를 심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미들 디비전 경기에 출전한 'HULKS' 팀의 휴머노이드가 골을 성공시키자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설재윤 기자]
미들 디비전 경기에 출전한 'HULKS' 팀의 휴머노이드가 골을 성공시키자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설재윤 기자]

지난 2월 찾은 한 업체 포항지사 협동로봇 제조라인에서는 최신 모델이 중국 협동로봇 업체 '로케(ROKAE)'의 하드웨어를 활용해 제작되고 있었다. 아무래도 가격이 저렴하고 성능이 뛰어난 중국 모델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증언이었다. 중국산 하드웨어가 안방을 차지한 현장이다.

이러한 현실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 중 중국산이 84.7%를 차지했다. 기업별 점유율에서도 중국 유니트리가 지난해 기준 32.4%(1위), 애지봇이 23.5%(2위)를 기록했다. 서구권에서 가장 선두 주자인 테슬라의 옵티머스조차 글로벌 점유율은 5% 미만에 그쳤다.

국내 현장이 중국산 로봇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보조금 지원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휴머노이드 로봇을 국가 6대 미래산업 중 '미래제조'의 핵심 과제로 지정하고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미 지난해까지 휴머노이드 1단계 양산 체계를 구축한 데 이어, 오는 2027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다는 로드맵을 실행 중이다. 이를 위해 각 지방정부들이 경쟁적으로 수조 원대 펀드를 조성해 지역 거점 기업들을 밀어주고 있다.

유니트리와 애지봇 등은 정부의 막대한 자금 수혈과 보조금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의 지배력을 넓히고 있다. 중국 정부는 선전 등을 기반으로 단 2시간 내에 모든 부품을 조달할 수 있는 촘촘한 로봇 제조 부품 생태계와 공급망까지 구축해 냈다.

우리 정부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최근 정부는 반도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함께 'AI 로봇'을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중 하나로 지정했다. 액추에이터, 로봇손 등 핵심 부품의 R&D 확대 계획도 발표했다.

그러나 당장 현장의 중소·벤처기업들이 중국산 대신 국산 하드웨어를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실질적인 대책은 부족하다. 제조 단가를 보전해 주거나, 중소 부품·가공업체로 이어지는 하부 생태계를 살리는 디테일한 지원책은 보이지 않는다. 구호만 화려할 뿐 현장 밀착형 하드웨어 육성책은 빠져 있는 셈이다. 아울러 핵심 부품을 아무리 개발한다 한들, 이를 하나로 엮어낼 수 있는 완성품 제조 능력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부품 공급 기지로 전락할 뿐이다.

이제 정부의 로봇 정책도 화려한 구호에서 벗어나 철저히 현장 밀착형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원천 기술 R&D에만 자금을 쏟아붓는 방식으로는 당장 중국산에 안방을 내주는 속도전을 막을 수 없다. 정부는 중소·벤처기업들이 국산 하드웨어를 선택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제조 단가 보전 제도를 도입하고, 부품·가공 생태계를 살릴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설재윤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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