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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특성 무시한 판결"⋯'라이더=근로자' 확대에 배달 플랫폼 긴장


법원, 라이더 근로자성 첫 인정⋯"실질적 관리·감독하면 근로자"
특정 대행사 이례적 사례지만⋯근로자성 확대 논의 탄력받을 듯
'유연한 고용' 필수인 배달시장⋯산업 위축 피할 세심한 논의 필요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라이더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오면서 배달 플랫폼 업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 판결 자체는 배달 대행사가 라이더를 사실상 관리·감독한 이례적 사례다. 그러나 정부 플랫폼 노동자 보호 기조와 맞물려 관련 논의에 힘이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유연한 노동이 핵심인 배달시장에서 라이더를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경우 산업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서울 시내에서 배달 노동자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에서 배달 노동자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38-1 민사부는 지난 3일 라이더유니온 지부 조합원 A씨가 배달대행 플랫폼 업체 B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및 임금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했다. 앞서 A씨의 근로자 지위를 부정한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으로 법원이 라이더 근로자성을 인정한 첫 사례다.

재판부는 계약형식보다 실제로 종속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했는지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원고(A씨)는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 회사의 지휘·명령을 받아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 회사가 운영하는 서비스를 수행하기 위해 배달업무라는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배달 플랫폼이나 배달 중개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모든 라이더의 근로자성이 인정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게 업계의 견해다.

실제로 B사는 관리자용 프로그램을 통해 라이더 근무일수와 출퇴근·휴무일 등을 관리·감독하고 카카오톡으로 배차지침, 출근독려, 수수료 및 페널티에 대한 공지 및 특정가맹점 배차요청, 복장 주의사항 등에 대해 공지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판결로 모든 라이더의 근로자성이 인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견해다. 배달 대행사가 라이더를 이 정도로 관리·감독한 사례는 현장에서 찾아보기 힘들 만큼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주요 배달 플랫폼들은 주문과 배차를 중개할 뿐 업무지시나 개입 없이 자율운행에 맡기고 있다.

그럼에도 업계가 주목하는 건 법원의 적극적인 방향성 때문이다. 재판부는 "플랫폼 노동자 부합 별도 입법이 바람직하지만 입법 전까지는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개별 사안에서 근로기준법을 탄력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라이더를 원칙적 근로자로 추정하는 '근로자 추정제' 도입 등 정부 정책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

업계는 벌써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라이더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면 통상의 근로계약 대신 유연한 노무제공계약을 맺어 오던 플랫폼 사업자들에게는 큰 타격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의 경우 이미 플랫폼들이 일부 부담하고 있고, 4대보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기존에 부담하지 않던 국민연금·건강보험은 절대적 비율이 크기에 관련 지출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용 압박을 견디지 못한 플랫폼이 라이더 일자리 자체를 지금보다 줄이거나 배달비 등 관련 요금을 늘릴 경우 그 부담이 소비자나 자영업자에게 이어질 수 있다.

근로자성 인정을 둘러싼 분쟁이 늘어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입증 책임에 대한 부담, 소송 비용 증가 등은 곧 고용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다수 라이더가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는 상황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사용자를 특정해 근로자성을 인정할 것인지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라이더 입장에선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는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다. 실제로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직고용 라이더를 표방하며 2022년 손자 회사 '딜리버리N'을 세웠지만 주 52시간제 등으로 인해 지원이 저조해 지난해 법인을 청산한 바 있다. 세금·보험료 부담 증가로 라이더들의 실질 소득이 감소할 수 있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라이더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을 위한 안전망이 보강돼야 한다는 취지 자체엔 공감한다. 하지만 배달시장 특성을 고려할 때 라이더의 근로자성을 폭넓게 인정할 경우 산업 자체가 저해될 수밖에 없다"며 "여러 이해주체가 맞물려 있고, 라이더들의 멀티호밍이 일반적인 이러한 시장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 세심하게 바라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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