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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민주당은 '장윤기 사건'에 답해야 한다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된 장윤기(23)가 지난 5월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전 포토라인에 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된 장윤기(23)가 지난 5월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전 포토라인에 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장윤기 살인사건은 우리 형사사법 체계가 얼마나 쉽게 구멍 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경찰은 장윤기를 살인·살인미수·살인예비 혐의로 검찰에 넘기며 교제 거절에 따른 분풀이 살인으로 봤다. 그러나 검찰 보완수사 결과는 달랐다. 검찰은 장윤기가 피해자를 납치해 성폭행하려다 저항하자 살해한 것으로 판단하고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일반 살인과 강간 등 살인은 법정형부터 다르다. 사건의 실체가 달라지는 문제다.

더 심각한 것은 이후 드러난 경찰 수사의 민낯이다. 장윤기의 아버지인 현직 경찰 장 모 경감이 훼손된 리얼돌과 휴대전화 등 핵심 증거를 폐기한 정황이 드러났다. 수사팀이 장 경감에게 원룸 주소와 도어록 비밀번호, 압수수색과 구속영장 신청 상황까지 알려준 정황도 제기됐다. 담당 형사팀장은 증거인멸 혐의로 체포됐다. 광주경찰청 전담팀으로 대응했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결국 반나절 만에 본청 특별수사팀을 투입하고 광주청 지휘라인을 배제했다.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을 뒤늦게 의식한 것이다.

이 사건은 검찰과 경찰 중 어느 기관이 더 낫다는 식의 문제가 아니다. 경찰 수사의 허술함, 자기 식구 감싸기, 내부통제 실패가 한꺼번에 드러났고, 그 공백을 현행 제도에 남아 있던 검찰 보완수사권이 가까스로 메웠다는 점이 핵심이다. 만약 공소청이 기소만 하고 보완수사를 전혀 할 수 없는 구조였다면 이 사건은 어떻게 됐겠는가. 경찰 기록만 보고 일반 살인으로 기소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 민주당은 오히려 보완수사권 완전폐지 속도를 더 내고 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는 민주당의 확고부동한 원칙이며 당내 이견이 없다"고 했다. 형사소송법 개정 TF가 이미 성안 작업에 착수했고, 이번 주 내 개정안 발의를 목표로 논의에 속도를 내겠다고도 했다. 처리 시점에 대해서도 "특정 시기를 고려하지 않고 신속하게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오는 10월 공소청과 중수청 출범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민주당은 좌고우면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대적 사명이자 역사적인 명령인 검찰개혁의 마침표를 단호하게 찍겠다"고 했다. 이렇게까지 서두르는 이유가 뭔가.

형사사법 시스템은 "좌고우면하지 않겠다"는 결기로만 설계할 수 없다. 보완수사권 완전폐지가 정말 "확고부동한 원칙"이라면, 민주당은 '장윤기 사건'에 대한 입장을 먼저 밝혀야 한다. 경찰이 사건을 잘못 구성하고, 핵심 증거를 보존하지 못하고, 수사팀 자체가 증거인멸과 수사정보 유출 의혹의 대상이 됐을 때, 보완수사권 없는 공소청은 무엇을 할 수 있나. 경찰 기록만 보고 기소할 것인가, 다시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것인가, 아니면 기소를 미루고 별도 절차를 기다릴 것인가.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도 최소한의 보완수사권은 남겨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지도부와 당권 경쟁자들의 구호는 다른 방향이다. 보완수사권 완전폐지를 "국민의 명령"이라고 말한다. 어느 국민이 경찰 수사가 잘못됐을 때에 이를 바로잡을 장치를 없애라고 명령했나. 장윤기 사건의 피해자와 유족 앞에서도 그렇게 말할 수 있나.

민주당은 장윤기 아버지를 법적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여론이 들끓자 '친족특례' 폐지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친족특례를 없애면 경찰 수사의 신뢰가 회복되고 보완수사권 공백이 메워지나. 형사사법 체계가 안정되나. 아니다. 그 것은 그것대로 신중히 살펴봐야 할 별개 과제다. 장윤기 사건이 드러낸 핵심은 경찰 수사의 부실과 이를 보완할 제도적 안전판의 필요성이다. 친족특례 논의가 그 본질을 가리는 방패가 돼서는 안 된다.

검찰은 개혁해야 한다. 하지만 개혁은 공백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어느 기관도 완전하지 않다는 전제 위에서 서로 견제하고 보완하는 구조를 만드는 게 국회와 정부가 할 일이다. 보완수사권이라는 안전판을 없애려면 그에 상응하는 독립수사 장치와 통제 장치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 그 설계 없이 완전폐지만 외치는 것은 개혁이 아니라 무책임이다.

/최기철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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