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박지영 기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 딱 그 꼴이다. 11년전 조단위 축포를 터뜨리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홈플러스가 이제 청산이라는 벼랑 끝에 섰다. 서울회생법원이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하면서 남은 시간은 단 2주. 이 기간 안에 2000억원을 구하지 못하면 파산이다.
동네마다 하나씩 있던 거대마트의 몰락. 현장은 아수라장이다. 직영직원 1만2000명의 생줄이 끊기기 직전이고 협력업체와 지역상권은 연쇄도산 공포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 참사의 한가운데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있다. 이들의 행보를 보면 옛말이 그르지 않다. '감탄고토(甘呑苦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했다. 기업을 지배하며 알짜점포를 팔아치울 때는 안방주인 행세를 하더니 배가 가라앉자 "우리는 그저 펀드운용사일 뿐"이라며 발을 뺀다. 권리는 누리고 책임은 지지 않는 비겁한 자본의 민낯이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삼킬 때 제 돈을 거의 쓰지 않았다. 회사를 담보로 돈을 빌려 기업을 사는 차입매수(LBO) 방식을 썼다. 빚을 갚으려고 멀쩡한 매장을 팔고 다시 임차해 쓰는 '살을 깎아 뼈를 깎는' 세일앤리스백을 남발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임대료와 금융비용은 고스란히 기업체력을 갉아먹었다. 투자금 회수(엑시트)에만 혈안이 돼 미래를 위한 투자는 뒷전이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셈이다.
문제는 이들의 실패비용을 왜 국민이 치러야 하느냐다. 정부는 부랴부랴 긴급자금을 편성해 협력사 지원과 체불임금 구제에 나섰다. 결국 국민세금으로 사모펀드가 싼 똥을 치우는 꼴이다.
어디 그뿐인가. 국민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은 홈플러스에 투자한 6121억원을 사실상 '0원' 처리했다. 국민연금 공정가치가 제로(0)가 됐다는 것은 우리가 매달 내는 쌈짓돈이 공중분해 됐다는 뜻이다. 이익은 사모펀드가 사유화하고 손실은 노동자와 국민이 사회화하는 비정상 구조다.
역사는 반복된다. 홈플러스 피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MBK는 국가기간산업인 고려아연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최근 고려아연 노조가 홈플러스 노조와 연대투쟁에 나선 이유를 주목해야 한다. "다음은 우리 차례"라는 공포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돈 앞에 국적도, 고용도, 기술유출도 안중에 없는 단기자본이 기간산업을 쥐락펴락할 때 벌어질 재앙은 불 보듯 뻔하다.
재무제표 숫자는 차갑다. 하지만 그 숫자 뒤에는 노동자 목숨줄과 가족생계가 걸려 있다. 주주권리만 외치고 사회책임을 외면하는 자본주의는 약탈일 뿐이다.
제2, 제3의 홈플러스 사태를 막으려면 껍데기만 남기는 먹튀자본의 폭주를 멈춰 세워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愚)를 범하기엔 우리사회가 짊어져야 할 독배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박지영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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