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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모두가 피해자가 된 회생…홈플러스가 남긴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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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살려내어 다시 쓰게 함.'

국어사전에 명시된 '회생(回生)'의 사전적 정의다. 법원이 주도하는 기업회생절차 역시 같은 취지에서 출발한다. 일시적 자금난에 처한 기업의 채무를 조정해 파산을 막고 궁극적으로는 기업을 살려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이자는 제도다.

그러나 지난해 3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지 1년4개월이 흐른 지금 현장에서 만난 이들에게 들은 가장 압도적인 말은 역설적이게도 이 한 문장이었다. 누군가는 분노 섞인 목소리로, 누군가는 체념한 듯 말했다.

"대체 회생의 취지가 뭡니까."

현재 홈플러스가 마주한 상황은 참담하다. 회생절차 개시 이후 경영난은 오히려 심각해졌고 회생채권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했다.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기업을 억지로 인공호흡기에 묶어둔 대가는 이토록 가혹했다.

취재 과정에서 목격한 가장 씁쓸한 장면은 이 비극 속 이해관계자들의 '각자도생'이다. 회생의 당사자인 홈플러스부터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채권단, 직원, 협력사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저마다의 피해와 억울함만을 부각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모두가 피해자라고 울부짖는 이 아수라장에서 정작 '기업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에 대한 고뇌와 건설적인 논의는 실종됐다. 누구를 살리기 위해 이렇게 많은 이들이 피해자가 돼야 하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당장 회사가 존폐 기로에 선 지금까지도 MBK와 메리츠금융그룹은 책임론만 주고받으며 평행선을 달리는 중이다.

누가 틀렸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실제로 모두가 일정부분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생절차가 진행될수록 구조적으로 모두가 피해자만 되는 꼴이라면 정작 회생이 지향해야 할 정상화와 기업가치 보존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묻게 된다.

회생은 기업을 무조건 연명시키기 위한 '시간벌이용' 제도가 아니다. 철저히 정상화 가능성이 있을 때 기업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적 장치다. 만약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계획안으로 시간만 흘려보내고 피해 규모만 키운다면 회생은 제도의 존립 취지 자체를 잃게 된다.

지금의 홈플러스 사태가 던지는 우려도 여기에 있다. 회생이 기업 정상화를 위한 돌파구가 아니라 책임을 미루고 당면한 폭탄을 유예하는 수단으로 비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원래 회생계획안 가결 시한은 3일이다. 벌써부터 또다시 연장론이 고개를 들지만 중요한 것은 단순히 늘어나는 시간이 아니다. 기업 정상화 가능성을 단 1%라도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있느냐다. 그렇지 못하다면 앞으로 주어질 시간은 회생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고통과 피해만 키우는 시간이 될 뿐이다.

홈플러스 사태는 지금 우리 회생제도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회생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지금의 절차는 정말 그 목적에 부합하고 있는가.

만약 이 질문에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이번 사태의 끝은 잔혹한 파산 사례 하나를 추가하는 것에 그칠지 모른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남는 것은 수만 명의 피눈물과 우리 회생제도에 대한 깊은 불신뿐일 것이다.

/진광찬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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