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닥치고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폐교든 공공부지든 주택을 지을 수 있는 쪽은 샅샅이 다 찾겠다. (중략)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분들, 맘카페도 포함해 정말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 필요하면 공개토론도 거쳐서 신중하게 정책을 결정하겠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한 토론회에서 토로한 이 한마디는 정부가 직면한 주택공급 정책의 난맥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폐교와 공공부지까지 샅샅이 뒤지고 맘카페와 공개토론까지 언급할 만큼 정부의 조급함이 묻어난다. 부동산 반발여론을 달래려는 제스처로 읽히지만 시장의 냉소는 여전하다.
한 손으로는 주택공급 가속페달을 밟으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거래를 묶는 규제강화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고 있어서다. 손발을 묶어놓고 더 빨리 뛰라는 격이다.
물론 공급가뭄이 전적으로 현 정부의 잘못만은 아니다. 과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사태와 고금리 여파로 건설·금융업계가 위축되면서 공급량이 예년보다 30~40% 줄어든 탓이 크다.
문제는 해법 실효성이다. 3기신도시 조기착공과 태릉CC·과천경마장 등 유휴부지 활용이라는 문재인 정부시절 '재탕정책'을 들고나왔다. 과거 주민반발로 표류했던 카드를 다시 꺼내 드니 사업이 탄력을 받을 리 없다.
그사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지난해 3만가구대에서 내년 1만가구대로 급감한다. 공급 부족 속에 서울 집값은 올 들어 4.82% 상승하며 이미 과열기였던 지난해 동기(3.10%)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취임전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던 이재명 대통령이 구두 개입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까지 언급하며 으름장을 놨지만 효과는 그때 뿐이었다.
여기에 정부 정책이 불을 지폈다. 동 단위로 적용하던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를 수도권 선호지역까지 광범위하게 확대 적용하며 시장을 더 옥죄었고 결과는 참혹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매물은 지난해 상반기 9만건대에서 최근 6만건대 초반으로 전세매물은 3만건대에서 2만건 수준으로 줄었다. 매물이 씨가 마르면서 매매와 전세 모두 가격이 치솟았다.
토허제로 실거주 의무가 강화되면서 세입자들의 설 자리도 좁아졌다. 전세난민이 된 서민들이 매수로 돌아서려 해도 높은 집값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제한에 막혀 오지도 가도 못하게 됐다.
결국 서울을 포기하고 경기도로 밀려나지만 선호지역 집값마저 동반 과열되면서 자산과 지역간 '양극화'라는 부작용만 심화됐다.
정부는 돌고 돌아 다시 주택공급 확대로 시선을 돌리며 토론회를 제안했지만 이미 발표된 대책 외에 뾰족한 해법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는 진짜 해법은 결국 '규제완화'다. 3기신도시가 실질적인 입주로 이어지기까지 수년의 시차가 존재하는 만큼 그 공백을 메우려면 기존 재고주택이 시장에 돌도록 물꼬를 터주어야 한다.
토허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해 거래 숨통을 틔우고 서울내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에 속도가 붙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물론 규제를 풀면 단기적으로 매수세가 몰려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규제로 억지로 가격을 누르다 공급 씨를 말리고 양극화만 키우는 역설을 부르는 것보다 시장 메커니즘을 복원하는 편이 낫다.
부동산 수요는 누른다고 사라지지 않으며 시장은 건드릴수록 더 크게 왜곡돼 왔다. "부동산이 가장 쉽다"던 정부가 '닥공(닥치고 공급)'까지 외치는 막막한 처지에 몰렸다면 이제는 거래규제를 풀어 공급갈증을 해소하는 정공법을 택해야 할 때다.
/이효정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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