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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부터 캐리어 끌고 오픈런"…2030 성지 된 '주류박람회' [현장]


평일 낮부터 '오픈런'…'소형캐리어·개인 시음잔' 필수
"2만원에 전세계 술 탐험"…2030세대 새로운 '놀이터'

[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캐리어 없으면 힘들어요. 현장에서 시음해보고 마음에 드는 술을 할인가에 바로 살 수 있다 보니 올 때마다 잔뜩 사가게 되거든요."

지난 18일 오후 3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3층 C홀. '2026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 행사장 입구는 평일 낮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오픈런(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는 것)'을 방불케 하는 인파로 북적였다.

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주류 시음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구서윤 기자]
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주류 시음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구서윤 기자]

안으로 들어서자 왁자지껄한 대화소리와 함께 향긋한 과일향, 달콤한 누룩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눈에 띄는 것은 관람객 대다수가 20·30대 청년층이라는 점이었다. 곳곳에서 소형 캐리어를 끌고 다니며 각 부스에서 구매한 와인, 위스키, 전통주를 담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올해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는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 열렸다. 행사에는 국내외 와인, 위스키, 맥주, 전통주 등 다양한 주종을 다루는 360여 기업이 참가했으며 약 8000여 브랜드가 전시부스를 꾸렸다.

주류박람회는 최근 몇년새 2030세대 사이에서 '필수 방문코스'로 입소문을 탔다. 지난해 행사 방문객 5만4757명중 2030대 비중이 약 80%에 달했으며 올해 역시 이같은 젊은층 쏠림현상이 이어졌다.

2030세대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이유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경험'이다. 2만원 안팎의 입장권(사전예매 1만7500원)만 구매하면 전세계 다양한 주종을 한자리에서 시음하고 비교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캐리어를 하나씩 끌고 함께 행사장을 찾은 20·30대 친구 셋은 부스 앞에 나란히 서서 술을 맛보고 서로의 반응을 살피며 제품을 비교하느라 바빴다.

30대 초반이라고 밝힌 김모씨는 "주류박람회는 수없이 왔는데 올해는 생각보다 새로운 양조장이 많다"며 "올 때마다 신제품을 볼 수 있고, 직접 시음한 뒤 구매할 수 있어 실패 확률이 적다"고 말했다.

이어 "매년 오다 보니 알아봐주시는 사장님들이 서비스를 챙겨주기도 한다"며 "예전부터 좋아하던 양조장이 올해 잘돼서 입구 쪽으로 부스를 옮겼는데 괜히 뿌듯했다"고 웃어 보였다.

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주류 시음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구서윤 기자]
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위스키 시음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구서윤 기자]

기업들에 박람회는 핵심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의 즉각적인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최적의 '테스트베드(시험대)'로 통한다. 특히 전통주에 대한 청년층의 높은 관심이 입증됐다. 막걸리, 소주, 과실주 부스 앞에서는 도수와 향미, 페어링(음식과의 궁합)을 꼼꼼히 묻는 젊은 소비자들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현장에서 만난 유지훈(29)씨는 "이 주류박람회에는 매년 꾸준히 오고 있는데 해가 갈수록 사람이 많아지는 것 같다"며 "막걸리를 좋아해서 여러 제품을 시음해본 뒤 구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초반부터 술을 너무 많이 사서 냉장 보관 공간에 맡겨뒀다가 그대로 두고 집에 간 적도 있다"며 덧붙였다.

안동소주 브랜드 진맥소주 박성호 이사는 "주류시장이 좋지 않다고 하지만 오늘 행사장만 보면 전혀 그렇지 않고 희망적"이라며 "구매자들의 평균 연령이 32세로 젊은데 안동소주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제주 기반 전통주 '제주곶밭' 관계자 역시 "제주 레몬을 활용한 리큐르 제품인 리몬첼로가 처음 나왔을 당시 소비자 반응이 궁금해 박람회에 참여했는데 한 참가자가 올린 게시글이 60만회가량 리트윗되며 준비한 물량이 모두 나간 적이 있다"며 "소비자 반응을 파악하기 좋아 앞으로도 참가할 것 같다"고 말했다.

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주류 시음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구서윤 기자]
칭따오맥주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구서윤 기자]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대형 주류업체들은 단순 시음을 넘어선 '브랜드 경험(BX)'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칭따오맥주는 브랜드 역사와 양조기술을 알리는 퀴즈 이벤트를 접목해 참여를 유도했고 서울장수는 전통 막걸리뿐만 아니라 달빛유자, 티젠 콤부차주 등 트렌디한 라인업을 전면에 내세워 젊은 관람객들과 접점을 넓혔다.

칭따오맥주를 시음하던 박희원(26)씨는 "재작년에 주류박람회에 왔었는데 올해 또 왔다"며 "페스티벌에서도 주류를 즐길 수 있지만 보통 주종이 정해져 있는 반면 이곳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종류의 술을 마셔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오후 5시가 넘어가자 가득 찬 캐리어를 무겁게 끌고 나가는 이들과 퇴근 후 평일 야간 관람을 위해 들어오는 이들이 입구에서 교차했다. 경기침체와 소비둔화로 유통업계가 시름하고 있지만 자신의 취향과 경험에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2030 세대의 '힙한 술 문화'만큼은 이곳 코엑스에서 가장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구서윤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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