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징벌'에 갇혀 '구제' 놓쳤나⋯배달앱 '동의의결'의 두 얼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총합 3600억 규모 상생안에도⋯공정위, 배민·쿠팡 동의의결 기각
"면죄부 안 돼" vs "숨통 틔워줄 자구책"⋯첨예하게 엇갈리는 입장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동의의결 신청을 기각하기로 했습니다. 동의의결이란 공정위 조사·심의를 받는 기업이 스스로 시정할 기회를 주는 제도입니다. 기업의 자진 시정 방안을 심의한 공정위가 그 타당성을 인정할 경우 혐의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히 종결합니다.

배달 라이더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배달 라이더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양사는 지난해에도 동의의결을 신청했다가 퇴짜를 맞은 바 있죠. 올해 보완된 상생안에는 최혜대우 등 공정위로부터 불공정 혐의를 받는 사안을 자진 시정하면서 소상공인을 위한 대규모 재정 지원 방안도 함께 담았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은 3년간 3000억원 규모의 입점업체 상생지원 방안을, 쿠팡은 4년간 600억원 규모의 입점업체 재정 지원 방안을 제출했습니다. 이들이 제시한 지원 규모는 공정위가 부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과징금 규모에 버금가는 수준입니다.

다만 공정위는 사건의 성격과 시간적 상황, 공익성 등을 고려할 때 동의의결로 처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으로 법 위반 여부와 제재 수위를 따지는 정식 심의에 착수할 예정이죠. 예상 과징금 규모는 배민 2390억~5100억원, 쿠팡이츠 250억~420억원 수준으로 거론됩니다. 쿠팡이츠의 경우 동의의결을 신청하지 않은 끼워팔기 혐의 등이 위법으로 판단될 경우 최대 수천억원대 과징금이 추가 부과될 전망입니다.

배달 라이더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18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배민·쿠팡 불공정행위 엄중처분 촉구 기자회견'에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엄중한 처분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전다윗 기자]

동의의결 기각이 결정된 후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렸습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그리고 배달 비중이 큰 일부 입접업주 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이들은 동의의결이 배달앱들에게 일종의 '면죄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해 왔습니다. 동의의결 허용 시 위법 여부 자체를 판단하지 않기에 이전부터 이러한 꼬리표는 항상 따라다녔죠.

공정위 동의의결 기각 발표 후 더불어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와 소상공인·시민 단체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정위 판단을 지지하고, 배달앱들의 신속하고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공정위의 동의의결 신청 기각은 꼼수로 면죄부 받으려던 독과점 배달 플랫폼들에 대한 사필귀정의 당연한 결과"라며 "이제 타협과 유예기간은 끝났다. 배민과 쿠팡이츠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법이 허락하는 가장 신속하고 엄격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대로 대다수 소상공인, 입접업주 단체는 동의의결 재심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외식 자영업자의 '공공의 적'인 배달앱을 비호하다니. 의아하게 여겨질 수 있지만, 사실 동의의결 자체가 강자는 유리하고 약자는 불리한 그런 구조가 아닙니다.

동의의결의 본질은 피해자를 신속하게 구제하자는 데 있습니다. 과거 대기업들의 소송 선례를 볼 때 앞으로 이어질 공정위와 배달앱들의 법적 공방은 길게는 5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사이 소상공인들은 아무런 지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졸지에 총합 3600억원 규모 상생안이 0원으로 바뀐 셈입니다. 당장 자금력이 부족한 소상공인 입장에선 날벼락 같은 소식입니다. 천신만고 끝에 과징금 등 제재가 내려져도 모두 국고로 귀속될 뿐 피해 당사자가 실질적으로 얻는 이득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정식 시정조치가 내려지겠지만 현장의 제안보다는 아무래도 다소 추상적이고 포괄적일 수밖에 없죠.

배달 라이더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상공인연합회와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등 5개 단체가 배달 플랫폼의 동의의결을 기각한 공정거래위원회를 비판하며 재심의를 촉구했다. [사진=소상공인연합회]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등 5개 소상공인 단체도 공동 입장문을 통해 "이번 결정은 골목상권의 숨통을 틔워주고 경기 회복의 전기를 줄 수 있는 구제 기회를 공정위가 날린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지금 골목상권은 단 일주일도 버티기 힘든 연쇄 폐업 도미노가 현실화되고 있다. 소상공인들에게 절실한 것은 수년 뒤에나 나올 천문학적 과징금 처분이 아니라, 당장 내일의 비용 절감과 부담 완화 지원책"이라며 "공정위는 기각이라는 극단적 선택 대신 적극적인 중재와 보완 명령을 통해 소상공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확실한 지원책을 유도했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독과점 플랫폼을 시장 교란 행위에 면죄부를 쥐여주는 대신 엄벌해야 한다는 원칙론, 징벌에 집착하다 정작 피해 구제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자는 실용론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섣불리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다만 원칙론, 실용론을 떠나 당장 생존이 시급하다는 골목상권의 호소에는 귀를 기울여야 할 때 아닐까요. 이들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 같습니다.

/전다윗 기자([email protected])




주요뉴스



alert

댓글 쓰기 제목 '징벌'에 갇혀 '구제' 놓쳤나⋯배달앱 '동의의결'의 두 얼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