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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카카오 파업, 문제 해결이 먼저인가 흥행이 먼저인가


박용후 관점 디자이너 - 대화 테이블을 거부한 파업은 설득력을 잃는다

[아이뉴스24 정유림 기자] 노동조합의 파업권은 존중되어야 한다. 회사가 노동자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대화와 협상을 회피한다면 노조는 단체행동을 통해 압박할 수 있다. 그것은 노동권의 핵심이다. 그러나 파업이 정당성을 얻으려면 전제가 있다. 먼저 대화하려 했는가. 협상 테이블에서 문제를 풀려는 노력을 다했는가. 파업은 최후의 수단이어야지, 처음부터 여론전과 동원력을 키우기 위한 정치적 무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사진=박용후 관점 디자이너]
[사진=박용후 관점 디자이너]

회사는 대화를 시도했고, 노조는 테이블을 거부했다

이번 카카오 노조 파업을 바라볼 때 불편한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업계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카카오는 노조와 만나기 위해 여러 경로로 대화를 시도했다. 직접적인 만남이 잘 성사되지 않자 준법과신뢰위원회, 이른바 준신위에까지 중재를 요청했다. 준신위가 월요일에 노사 간 대화 테이블을 만들어보겠다고 했고, 회사는 이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노조는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내세운 이유는 "고용안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고용안정은 결코 가벼운 의제가 아니다. 노동자에게 일자리의 불안은 생존의 문제다. 그러나 여기서 따져봐야 할 대목이 있다. 이 고용안정 이슈가 카카오 본사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디케이테크인, 즉 DKT 관련 사안이라는 점이다. 계열사의 고용 불안을 본사 협상 거부의 명분으로 삼는 순간, 의제의 성격은 달라진다. 문제 해결보다 전선 확대가 목적 아니냐는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외부 중재까지 거부했다면 '협상 결렬'만으로 보기 어렵다

성남지청에서도 다시 대화를 권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월요일에 조정 절차처럼 노사가 다시 앉아보자는 제안이 있었고, 회사는 이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노조는 이 또한 거절했다는 것이다. 회사는 "아침에도 계속 대화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알려졌다. 이 설명이 사실이라면 이번 갈등의 구도는 단순한 협상 결렬이 아니다. 외부 중재기관이 마련하려 한 대화 테이블에는 회사가 응했고, 노조가 반복해서 거부한 흐름이 된다.

물론 노조 입장에서는 "회사가 실질적 안을 내지 않으니 앉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협상은 원래 불완전한 조건에서 시작된다. 모든 요구가 사전에 받아들여져야만 테이블에 앉겠다는 태도는 협상이라기보다 항복 요구에 가깝다. 특히 대중 서비스를 운영하는 플랫폼 기업의 파업은 소비자와 주주, 협력사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파업 전 대화의 문을 끝까지 열어두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

고용 안정과 성과급은 같은 의제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의제의 결합 방식이다. DKT의 핵심 의제는 고용안정이다. 반면 카카오 본사의 핵심 의제는 성과급이다. 하나는 일자리 불안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보상 확대의 문제다. 성격이 전혀 다르다. 그런데 이 둘을 하나의 파업 전선으로 묶으면 대중에게는 '카카오 전체의 거대한 노동 문제'처럼 보인다. 바로 이 지점에서 파업의 순수성에 의문이 생긴다. DKT와 카카오엔터프라이즈(KEP)의 고용안정 이슈만으로는 파업의 주목도와 동원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보고, 카카오 본사의 성과급 문제를 함께 결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성과급 요구는 '얼마냐'보다 '지속 가능하냐'의 문제다

성과급 논쟁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성과급과 별도로 노조는 1인당 500만원을 추가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카카오 직원 약 4000명을 기준으로 하면 이는 2025년 별도 영업이익의 약 5%에 해당하고, 이미 지급한 성과급과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까지 포함하면 전체 부담이 영업이익의 15%를 넘는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쟁점은 단순히 "회사가 한 푼도 주지 않으려 한다"가 아니다. 이미 상당한 규모의 보상안을 놓고, 어느 수준이 지속 가능한가를 다투는 문제다.

그런데 노조는 성과급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신뢰 회복과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신뢰를 말하는 것은 가능하다. 경영 책임을 묻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보상 협상과 경영진 퇴진 요구가 뒤섞이면 협상의 초점은 흐려진다. 임금협상인지, 고용안정 투쟁인지, 경영진 퇴진 운동인지 구분이 어려워진다. 이렇게 되면 회사도 무엇을 양보해야 타결되는지 알기 어렵고, 대중도 무엇이 핵심 쟁점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로그오프데이는 참여 확대인가, 서비스 압박인가

여기에 또 하나 주목할 대목이 있다. 노조는 6월 29일 이른바 '로그오프데이'를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연차를 내고 일하지 말자는 취지다. 겉으로는 단체행동의 한 방식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시점과 형식을 놓고 보면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실제 집회 현장에 나온 인원이 조합원 체크오프 숫자에 비해 기대보다 적다고 판단했고, 거리 집회보다 숫자로 보여주기 쉬운 방식으로 행동 방식을 바꾼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집회 참석자는 눈에 보인다. 현장에 몇 명이 나왔는지, 분위기가 어떤지, 외부의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반면 로그오프데이는 다르다. 연차 사용이나 업무 중단 참여 숫자를 통해 "많은 사람이 함께했다"는 메시지를 만들기 쉽다. 즉, 현장의 동원력보다 숫자의 인상 효과를 키우는 데 유리한 방식이다. 그래서 이 행동이 문제 해결을 위한 압박인지, 파업의 흥행을 이어가기 위한 장치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더 민감한 문제는 카카오톡이라는 국민 플랫폼의 안정성이다. 노조는 파업 중에도 장애가 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카카오톡에 큰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의 구성원들이 서비스를 지켜낸 점은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로그오프데이는 더 신중해야 한다. 카카오톡이 멈추지 않도록 하겠다고 하면서, 동시에 일하지 않는 방식으로 숫자를 확대하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긴장을 만든다.

물론 연차 사용은 노동자의 권리다. 그러나 카카오톡은 단순한 사내 서비스가 아니다. 국민의 일상 커뮤니케이션, 소상공인의 고객 응대, 금융·결제·예약·인증 등 수많은 생활 동선과 연결돼 있다. 이런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의 구성원이 "장애는 내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대규모 로그오프를 조직한다면, 사용자는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정말 서비스 안정에 협조적인 태도인가. 아니면 국민 플랫폼의 중요성을 협상 압박의 볼모로 삼는 방식인가. 노조가 답해야 할 질문이다.

파업은 절박함을 설득하는 행위다

일각에서 집회 현장을 두고 "놀러 나왔느냐"는 식의 비아냥이 나온 것도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다. 물론 집회 참여자의 표정이나 분위기 만으로 파업의 정당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파업은 사회적 설득의 행위다. 노동자의 절박함을 말하려면 그 태도 역시 절박함과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 파업이 축제처럼 보이는 순간, 시민과 주주의 시선은 차가워진다.

카카오는 이미 국민 생활과 깊게 연결된 플랫폼이다. 카카오톡, 결제, 모빌리티, 콘텐츠, 커머스 등 수많은 서비스가 일상 속에 들어와 있다. 그래서 카카오의 노사 갈등은 사내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주주는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걱정하고, 사용자는 서비스 안정성을 걱정하며, 시장은 경영 리스크를 가격에 반영한다. 이런 기업에서 파업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문제 해결보다 파업의 흥행이 앞서서는 안 된다

이번 사안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회사는 대화하자고 했고, 외부 중재기관도 테이블을 만들려 했다. 그러나 노조는 DKT 고용안정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그런데 실제 파업 전선에는 카카오 본사의 성과급 15% 수준 요구까지 결합됐다. 여기에 6월 29일 로그오프데이까지 선언했다. 이 흐름만 놓고 보면 이번 파업은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이라기보다, DKT·KEP의 고용안정 이슈에 카카오 본사의 성과급 문제를 끼워 넣고, 다시 로그오프데이라는 방식으로 참여 숫자와 주목도를 키우려는 정치적 플레이로 보인다.

노조가 정말 신뢰를 말하고 싶다면 먼저 대화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회사가 정말 책임을 말하고 싶다면 투명한 숫자와 실질적 안을 내야 한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파업의 흥행이 문제 해결보다 앞서서는 안 된다. 파업의 목적은 회사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지금 카카오 노조가 국민과 주주에게 설득해야 할 질문은 하나다. 이 파업은 회사를 살리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명분과 숫자를 키우기 위한 것인가.

/정유림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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