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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NOW] 성과급 한 줄이 기업의 지속가능성 흔든다


기업 생존과 사회적 수용성 함께 봐야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혁명은 때로 광장에서 오지 않는다. 단체협약서의 한 줄로 온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한다”는 문장 하나가 기업의 보상 체계, 투자 전략, 주주환원, 협력사 생태계, 나아가 국가 산업 경쟁력까지 흔들 수 있다. 성과급은 인사·재무 부서의 문제가 아니라 ESG 거버넌스의 언어다.

직원이 성과를 나눠 갖는 것은 당연하다. 기술과 현장을 지킨 사람들에게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야 한다는 데 이견은 크지 않다. 특히 글로벌 인재 전쟁이 치열한 첨단 산업에서 보상 경쟁력은 곧 생존 조건이고, 직원을 비용이 아닌 핵심 자원으로 대우하는 것은 ESG의 ‘S(사회)’가 요구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문제는 성과급이 ‘성과에 대한 보상’을 넘어 ‘이익의 자동 배분 장치’로 바뀌는 순간이다. 영업이익은 회사 금고에 쌓인 현금이 아니다. 그 안에는 다음 세대 공장을 지을 돈, 연구개발비, 환경·안전·탄소중립 투자, 차입금 상환, 주주 환원, 협력사와 공급망을 지킬 비용이 함께 들어 있다.

이광욱 법무법인 화우 신사업그룹장. [사진=법무법인 화우]
이광욱 법무법인 화우 신사업그룹장. [사진=법무법인 화우]

특히 반도체와 같은 장치 산업에서는 호황기에 벌어들인 이익이 불황기를 버티는 방파제이자, ‘E(환경)’ 전환을 위한 재원이기도 하다. 그 이익의 일정률을 고정적으로 먼저 나누기로 하면, 기업이 미래 세대와 사회에 약속한 지속가능성의 선택지는 그만큼 줄어든다.

더구나 ‘S’의 이해관계자는 내부 직원에 그치지 않는다. 협력사 직원, 청년 구직자, 지역사회, 납세자, 소비자도 같은 무대 위에 있다. 대기업 정규직의 대규모 성과급은 능력주의와 공정한 보상의 사례로 읽힐 수도 있는데 동시에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임금 격차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소비되기도 한다.

한 산업의 선례는 다른 산업으로 번지고 “저 회사는 받았는데 우리는 왜 안 되느냐”는 요구는 자연스럽게 확산된다. 내부적으로 정당한 성과 공유가 사회 전체에서는 상대적 박탈감과 분배 논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회사도 노조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성과급이 불투명하면 불신이 생기고, 지나치게 단순하면 또 다른 불공정이 생긴다. 영업이익 하나만을 기준으로 삼으면 환율, 업황, 공급 부족, 경쟁사 부진처럼 개인의 기여와 무관한 외부 요인까지 보상에 반영된다.

성과급은 이제 인사 부서의 숫자 계산이 아니라 이사회가 다뤄야 할 ‘G(거버넌스)’ 안건이다. 상한, 이연 지급, 장기성과 지표, 사업부별 차등, 클로백(환수) 장치, 회사와 직원을 장기 성장으로 묶어주는 주식 보상까지—내부통제와 자본배분의 핵심 축으로 설계돼야 한다.

좋은 거버넌스는 법원과 정부가 등장하기 전에 갈등을 예측하고, 숫자의 기준을 설명하며, 이해관계자 간 균형을 미리 설계하는 일이다.

좋은 보상은 많이 주는 보상만이 아니다. 직원에게 납득되고, 주주에게 설명되며, 협력사와 사회에도 수용될 수 있는 보상이다. 기업의 성과를 만든 사람을 존중하되 기업의 내일과 사회적 신뢰를 담보로 오늘의 박수를 사서는 안 된다.

성과급 한 줄은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기업이 누구의 이바지를 인정하고, 얼마를 미래에 남겨두며, 어떤 이해관계자와 함께 지속가능성을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선언이다. 초과이익을 나누는 방식, 갈등을 통제하는 방식, 파업 중에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사업연속성을 정하는 방식까지 함께 지속가능해야 진짜 ESG다.

지금 필요한 것은 승자의 축배가 아니라, 기업의 생존과 사회적 수용성을 함께 보는 차가운 균형감이다.

이광욱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신사업그룹장) [email protected]

/정종오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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