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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속도는 경찰, 전문성은 검찰…검찰개혁은 이 균형 지켰나


국민 10명 중 7명, 경찰 수사 원해…'수사 속도' 때문
'전문성'은 7.6%…검찰 택한 21.9%가 전문성 꼽아
'文 정부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속도 회복에 7년 걸려
'10월 2일' 이후 경찰·국민 부담…정부여당 대책 있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3월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소청법안(대안)이 통과되자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있다. 2026.3.20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3월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소청법안(대안)이 통과되자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있다. 2026.3.20 [사진=연합뉴스]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만일 피의자(범죄용의자)로서 수사 기관의 조사를 받게 된다면 어느 기관에서 조사를 받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경찰"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KICJ)이 최근 발표한 '수사권 조정에 대한 인식 및 경험 조사결과'다. '수사체계 재정립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수록됐다.

'조사를 신속하게 진행할 것 같아서'가 이유다. 경찰을 선택한 응답자 중 29.5%가 이렇게 답했다. 신뢰(14.7%)와 적극성(13.6%)에 대한 기대는 그 뒤였다. 전문성을 이유로 든 비율은 7.6%에 불과했다. 국민이 경찰에 기대하는 것은 전문성보다 신속성에 가까웠다.

검찰을 선택한 응답자 중 21.9%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을 것 같아서' 검찰에서 수사를 받고 싶다고 했다. 조사팀은 "우리나라 국민은 조사의 신속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경찰에 대한 신뢰가 크고 전문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검찰에 대한 신뢰가 큰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조사를 정확히 해줄 것 같아서' 경찰을 택한 국민은 7.2%, 검찰은 16.4%다. 비슷한 맥락이다.

여기서 말하는 수사 전문성은 단순히 피의자를 불러 조사하는 능력만을 뜻하지 않는다. 혐의를 법률적으로 구성하고, 증거의 관련성과 증거능력을 따지고, 압수수색과 계좌추적, 디지털포렌식 결과를 재판에서 버틸 수 있는 증거로 정리하는 능력까지 포함한다. 수사는 결국 공소제기와 재판으로 이어진다. 수사 단계에서 법률적 완성도가 떨어지면 그 부담은 공판 단계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올 10월 2일이면 검찰청은 문을 닫는다. 경찰과 신설 기관인 중수청이 수사를 맡는다. 대검찰청 통계를 보면 현재 전국 검찰청 미제사건은 12만 건을 넘는다. 이 사건 상당수는 경찰과 중수청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축적된 수사 경험과 법률 판단 역량을 가진 검찰도 처리하지 못해 쌓아둔 사건들이니 만큼 난이도도 상당할 것이다. 경찰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사건 처리 속도도 그만큼 지연될 것이다.

문제는 속도만이 아니다. 복잡한 경제범죄, 부패범죄, 선거범죄, 대형 재난·산업재해 사건은 처음부터 법률 판단과 증거 설계가 함께 가야 한다. 수사기관이 사실관계만 모아놓고, 뒤늦게 기소기관이 법률적 흠결을 발견하는 구조라면 사건은 다시 돌아가고 국민은 다시 기다려야 한다. 이른바 '핑퐁 수사'가 반복되면 신속성도, 전문성도 함께 무너진다.

경찰의 사건 처리 속도는 2018년 문재인 정부 수사권 조정 이후 이미 현격하게 떨어졌다. 2022년 경찰청 통계를 보면 사건 처리 기간이 3개월 이상 지연된 사건이 2017년 18.8%에서 2021년 26.9%로 증가했다. 사건 발생률이 증가하는데 인력은 없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제257조는 고소·고발 사건을 3개월 내 처리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2022년 3월 평균 사건 처리기간이 74.3일로 정점을 찍었다가 작년 8월 기준으로 54.4일로 줄었다는 반가운 통계도 있다. 경찰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수사권 조정 전 평균 처리 일수는 55.6일이었다. 여기까지 오는데 7년이 걸렸다.

검찰청이 폐지된 이후 사건 처리기간은 다시 늘어날 것이다. 정부여당이 공소청의 보완수사권 문제를 매듭짓겠다고 했지만 보완수사요구권 선에서 정리될 거라는 말이 많다. 그러나 보완수사요구권만으로 수사의 전문성을 보전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요구는 말 그대로 요구일 뿐이다. 기소를 책임지는 기관이 직접 증거의 빈틈을 메우고 법률 구성을 정리할 수 없다면, 복잡한 사건일수록 책임 소재는 흐려지고 절차는 길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인 검찰 내부는 "차라리 다 없애라"라는 자조적 분위기가 없지 않다. 변호사 업계는 호황을 기대하는 눈치다. 수사에 숙련된 검사들은 이미 변호사로 개업한 지 오래다. 국민의 법률비용도 그만큼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사법부 신뢰의 추락은 '재판 지연'에서 비롯됐다. 새로 취임하는 대법원장들이 '재판의 신속성'을 강조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일명 '검찰 개혁' 이후 국민은 재판 지연에 더해 수사 지연의 부담도 떠안게 될까 걱정이다. 검찰청 폐지 이후 국가 수사의 전문성이 급감할 거라는 우려가 강하게 제기됐지만 '검찰개혁 3법'이 공포된 뒤로는 쑥 들어갔다. 수사지연 문제가 더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사지연과 수사 전문성은 따로 떨어진 문제가 아니다. 전문성이 부족하면 수사는 늦어지고, 늦어진 수사는 부실해질 가능성이 커진다.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검찰개혁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인지는 역사가 판단할 것이다. 그러나 제도 전환기의 피해를 국민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 정부와 국회는 검찰청 폐지 이후 미제사건 처리 기준, 책임 주체, 처리 기한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인력과 예산 확충, 전문수사 역량 보전, 공소청의 보완수사 권한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검찰청 간판을 내린 뒤에도 국가의 형사사법 시스템은 찰나의 순간에도 완전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직결된 문제다. 수사의 신속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 그것이 여야를 막론한 입법부와 행정부가 지금 당장 해답을 내놓아야 할 숙제다. '역사가 판단할 것'이라는 말 뒤에 숨기에는 그 대가가 국민에게 너무 크다.

/최기철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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