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김범석 쿠팡 의장을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하면서 한·미 외교관계에 미칠 정치적 파장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쿠팡을 둘러싼 미국의 반발이 거세질 수 있단 우려에서다.
29일 공정위는 김 의장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동일인 지정 제도는 기업집단을 하나의 경제 단위로 보고, 해당 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개인이나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그간 김 의장은 친족 경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령상 동일인 예외 요건을 충족한다는 이유로 지난 5년간 동일인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발표에선 김 의장의 동생 김유석 씨가 글로벌 운영 경험 총괄 책임자(Head of Global Operation Experience)로서, 쿠팡 내 부사장(VP)급으로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와 유사한 위상을 갖고 있다고 해석하며 기존 태도를 뒤집었다.
공정위는 올해 실시한 현장 조사에서 김유성 씨가 쿠팡의 물류·배송 정책과 관련한 정기·수시 회의를 주도하고, 계열사 대표들과 함께 물량 확대나 배송 정책 변경 등 핵심 사안을 논의하는 등 사업 운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정황을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쿠팡 사태와 관련한 대한민국의 사법 주권을 침해하는 미국 정치권의 부당한 압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3ab7a200ff6a48.jpg)
김 의장이 동일인 지정은 한국과 미국의 외교·안보·정치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후폭풍이 거세다.
그간 미국은 쿠팡에 대한 정보 유출 조사 등 일련의 조치에 대해 자국 기업 차별 소지가 있다며 우려를 제기해 왔다.
쿠팡도 지난 23일 밝힌 동일인 지정 촉구에 대한 입장문에서 "정부가 시행령으로 발표한 동일인 지정 제도는 한국 대기업집단의 오너와 친족이 소수 지분을 출자해 기업 소유하거나 통제하고 사익을 편취하는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미국 정부의 규제를 받는 쿠팡Inc의 지배구조는 이런 우려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상장한 외국 기업 CEO에 이 제도를 사상 최초로 적용하면 실효성 없이 부작용만 양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쿠팡이 김 의장의 동일인 지정을 두고 미국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한 로비를 강화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양국 간 이 사안을 두고 긴장감이 커지며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앞서 지난 21일(현지시간) 미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54명은 강경화 주미대사에게 쿠팡 같은 미국 기업 차별을 중단하라는 서한을 발송했다. 이에 맞서 전날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등 범여권 의원 90여 명도 미국 정치권이 쿠팡 등 미국 기업에 탄압을 중단하라는 서한을 보냈다.
가장 우려하는 부문은 쿠팡 사태로 양국 간 감정이 격해질 경우 핵추진잠수함과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연료봉 재처리 등 원자력 협력에 대한 한미 협상에서도 부정적 영향을 이끌어 낼 수 있단 우려다.
현재까진 표면적으로 쿠팡에 관한 사안이 외교·안보 협의에서 공식적으로 거론되진 않았으나, 물밑에서는 쿠팡 문제가 외교·안보 협의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에서는 기업의 로비 활동이 합법적으로 인정되는 만큼, 쿠팡의 활동 역시 합법적 범위 내에 있다는 점에서 과도한 우려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엄기홍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에선 주권 침임으로 해석할 수는 있지만 미국에게 쿠팡은 수많은 자국 기업중 하나"라면서 "미국의 반응은 자국 기업 쿠팡의 합법적인 로비 활동에 대한 미국의 반응으로, 국가 차원에서 하나의 기업으로 경제와 안보를 걸고 넘어질 것이란 우려는 과도한 우려다"라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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