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파업시에도 필수로 업무를 유지해야 하는 인력 범위를 두고 법정에서 공방전을 펼쳤다.
29일 수원지방법원에서는 삼성전자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사건 1차 심문이 비공개로 진행됐다. 심문은 오전 11시10분께 종료됐다. 2차 심문은 다음 달 13일 오전 10시다. 재판부는 총파업 시작일인 다음 달 21일 이전에 결론을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집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권서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2e54ca35900e1e.jpg)
이날 심문에서는 총파업 기간 중에 안전보호시설과 생산 관련 필수 유지 인력을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사측은 반도체(DS) 부문 전체 약 7만8000명 가운데 7000명 수준, 약 8.9% 인력에 대해 정상 근무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인력은 '쟁의행위 금지 대상 인원'이라는 취지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산정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노조 측 변호인은 심문이 끝난 직후 "회사가 제시한 해당 수치의 산정 근거를 확인할 수 없다"며 "부서만 나열돼 있고 부서별 인원 기준이 없어 사실상 해당 부서 전체가 쟁의행위에 참여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삼성전자 단체협약상 '협정근로자' 제도를 언급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협정근로자로 지정될 경우 해당 인력은 쟁의행위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범위가 넓어질 경우 쟁의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변호인은 "안전·보안 시설 유지 필요성 자체는 부인하지 않는다"며 "쟁점은 어느 시설에 최소 몇 명이 필요한지 특정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노조는 주말 수준 인력으로도 공정 유지가 가능하다는 입장인데, 회사가 관련 자료를 '보안'을 이유로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재판부도 이 부분을 쟁점으로 보고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측은 반도체 공정 특성상 생산시설과 안전보호시설의 상시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전력·가스·화학물질을 다루는 공정 특성상 일부라도 가동이 중단되면 설비 손상이나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웨이퍼(반도체 원판)는 한 공정 이후 일정 시간 내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지 못할 경우 공기 노출과 화학 반응으로 변질·폐기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광·식각 등 주요 공정 장비는 대부분 해외 장비다.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업체인 ASML의 노광장비(EUV)처럼 수천억원대 설비도 포함돼 있다. 이들 장비는 중단 후 재가동 과정에서 손상이 발생할 경우 복구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앞서 반도체 사업장의 안전보호시설 유지·운영은 노사 협의 대상이 아닌 법률상 의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유독성 가스와 화학물질을 다루는 사업장에서 시설 운영이 중단될 경우 임직원과 지역사회 안전에 중대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민경권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대표는 이날 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성과급 문제를 이유로 공장을 멈추겠다는 것은 주주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불법적인 쟁의행위가 발생하면 노조에 대해 책임을 묻고, 사측이 이에 동조하거나 무리하게 합의할 경우 경영진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연말까지 상황을 지켜본 뒤 내년 성과급 지급 전에 가처분·가압류 등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노조는 연간 영업이익의 15%, 최대 45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성과급 지급과 상한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다음 달 21일~6월 7일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반도체 생산 차질 등으로 최대 30조원 규모 손실 가능성도 거론된다.
/수원=권서아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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