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의 파업을 앞두고 법원이 일부 정제 공정은 중단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바이오의약품 생산 현장에서 쟁의권과 공정 보호의 경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분수령을 맞게 됐다.
![22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정문 앞에서 상생노조가 단체 투쟁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https://image.inews24.com/v1/22bc5e915d1c16.jpg)
24일 인천지방법원에 따르면 전날 제21민사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측이 노조를 상대로 낸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법원은 노조가 파업 기간 중 회사의 일부 정제 공정을 멈추게 하거나,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임직원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나머지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법적 다툼은 노조가 지난달 말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다음 달 1일 파업 돌입을 예고하면서 본격화됐다. 노사는 임금과 근로조건 등을 놓고 교섭을 이어왔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핵심 쟁점은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 가운데 어디까지를 파업 중에도 중단할 수 없는 업무로 볼 것이냐는 점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포주 해동부터 배양, 정제에 이르는 전 공정이 한 번 멈추면 산출물을 폐기해야 할 수 있다며, 생산 공정 전반을 쟁의행위 제한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조는 이들 공정이 제품 생산 과정일 뿐, 법이 예외적으로 파업을 제한한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법원은 완성 직전 단계의 일부 공정만 예외적으로 인정했다. 이미 생성된 의약품 물질을 유지·보관 가능한 상태로 마무리하는 농축 및 버퍼교환, 원액 충전, 버퍼 제조·공급 등의 작업은 중단될 경우 제품 폐기로 이어질 수 있어 파업 중에도 계속돼야 한다고 봤다.
반면 세포주 해동과 배양, 회수, 배지 제조, 크로마토그래피, 바이러스 여과 등 선행 공정은 파업 금지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생산 전 과정 전체와 제품 폐기를 막기 위한 최소 공정을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는 취지다. 크로마토그래피는 불순물을 걸러내고 의약품에 필요한 성분만 분리하는 정제 과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을 바이오의약품 생산 현장에서 쟁의권과 생산공정 보호의 경계를 법원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한 첫 판단 중 하나로 보고 있다. 파업권 자체를 전면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이미 생성된 의약품 물질의 폐기를 막기 위한 최소 공정은 유지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다. 생산 차질이 곧바로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바이오산업 특성을 고려할 때, 노조의 쟁의행위도 공정 성격에 따라 일부 제한될 수 있음을 확인한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측은 노동조합법 제38조 2항을 근거로 생산 공정 전반이 쟁의행위 제한 대상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작업시설의 손상이나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막기 위한 작업은 파업 중에도 정상적으로 수행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포주 해동부터 배양·정제에 이르는 생산 공정 전반을 제한 대상으로 보고, 위반 시 1회당 1억원의 간접강제도 함께 신청했다. 이번에 인용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항고를 제기한 상태다.
노조는 법원 판단과 별개로 파업 계획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재성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위원장은 “사측이 항고를 제기한 만큼 협상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파업은 예정대로 다음 달 1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필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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