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설재윤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통해 탄생하게 될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의 지나친 시장지배력을 견제하기 위해 정부가 장거리 노선의 일부 운수권을 재분배했지만 그 효과가 의문시 되고 있다.
운수권을 새로 받은 저비용항공사(LCC)가 메가 캐리어와 실질적인 시장 경쟁을 통해 가격 인하와 소비자 편익을 도모하기엔 체력이 너무 약하기 때문이다. 장거리 노선의 메가 캐리어 독과점 우려가 해소되기 쉽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지난 1월 17일 출국객들이 체크인 카운터 인근에서 안내 전광판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권서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607c2a7d808108.jpg)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해 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절차가 마무리되면 여객기 200대 이상을 보유한 메가 캐리어가 본격 출범한다. 양사의 합병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경쟁 위축에 따른 항공권 가격 상승과 소비자 편익 저해 우려도 있다.
정부는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를 각각 유럽·미주 노선의 대체 항공사로 선정, 일부 노선 운수권과 슬롯(공항 점유 시간)을 배분했다. 티웨이항공은 파리·로마·바르셀로나·프랑크푸르트 노선을, 에어프레미아는 LA·뉴욕·샌프란시스코·호놀룰루 노선 등을 넘겨받아 운항 중이다.
하지만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들 항공사가 통합 항공사를 견제할 힘을 갖고 있는 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럽 노선에 취항한 티웨이항공은 기존 대형 항공사(FSC)보다 낮은 가격을 앞세웠음에도 지난해 로마·파리·프랑크푸르트 노선 탑승률은 70%대에 머물렀다.
특히 인천~바르셀로나 노선의 경우 슬롯 배분 전인 2019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탑승객 비중은 49%와 51%였으나, 티웨이항공이 슬롯(4개)를 배분받고 운항한 지난해 탑승객 비중은 오히려 아시아나항공의 점유율이 51%에서 62%로 상승했다.
티웨이항공의 지난해 매출은 1조7982억원으로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2024년 123억 원에서 2655억 원으로 급증했다. 고환율 상황에서 장거리 노선에 단기간에 진출하면서 고정비 부담이 급증해 손실 폭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재의 낮은 탑승률과 고정비 부담이 지속될 경우 장기적인 노선 유지 자체가 불투명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주 노선을 운영하는 에어프레미아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하이브리드 항공사'를 표방하며 보잉 787-9 드림라이너를 투입해 FSC 대비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미주 노선에 진출했다. 그러나 지난해 미주노선 탑승률은 대형 항공사에 크게 밀리는 80%에 그쳤다. 미주 노선의 탑승객 점유율도 10%대에 불과하다.
재무구조도 악화됐다. 에어프레미아는 2024년 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80%대에 달했으며, 같은해 9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재무구조 개선명령을 받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사실상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이들 항공사가 장거리 노선에서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지 못하는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사실상의 독점 체제가 굳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김규왕 한서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현재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는 고유가·고환율과 적자 누적으로 인해 공격적인 기재 도입이나 노선 개척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이들이 대한항공의 대안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결국 항공권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고, 시장은 FSC(대형 항공사) 중심의 독과점 체제로 개편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LCC들이 수익 구조가 악화하면서 대형 항공사(FSC)와 견줄 만한 서비스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도 "국민들이 미주나 유럽을 갈 때 통합 항공사 외에 대안이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실질적인 견제 정책이 없는 이상 시장은 독점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국가 항공 산업의 경쟁력과 승객 편익을 위해 정부가 LCC의 자생력을 키워줄 '코어(핵심) 노선'을 전략적으로 배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교수는 "통합 항공사가 가져가는 핵심(코어) 노선권을 LCC에 과감하게 배분해 수익 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LCC 역시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기내 공간 확보와 서비스 품질 향상 등 자구책을 마련해야 국가 항공 산업의 경쟁력과 승객 편익을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설재윤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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