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질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제18대 총장을 뽑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응모 기간(서류 제출)은 지난 4월 10일까지였다. 총장후보발굴위원회에서 추천한 인물들에 대한 서류 제출 기간은 10일 정도 늦춰진 것으로 알고 있다. 이유가 궁금하다.”
답: “응모 기간은 지난 10일까지가 맞다. KAIST 이사회가 지난 3월 제18대 신임 총장 선임 일정을 공고하면서 서류 제출 기간은 4월 10일 18시까지로 정했다. 이와 별개로 총장후보발굴위원회가 추천한 인물에 대해서는 10일까지 명단만 제출하고 관련 서류는 추후 받기로 했다.”
![KAIST. [사진=KAIST]](https://image.inews24.com/v1/824ea648d62b0a.jpg)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신임 총장을 뽑는 과정에서 이사회 일반 공모 절차와 총장후보발굴위원회 추천 인물 등 이른바 ‘투 트랙’으로 진행되고 있어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다.
이사회가 공고한 신임 총장 응모 기간(서류 제출 마감)은 10일이었는데 총장후보발굴위원회 추천 인물들에 대해서 서류 제출 기간을 연장했다.
공개모집은 어떤 인물을 뽑을 때 공개적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과학기술계 대표 고등교육기관인 KAIST는 더 높은 투명성과 객관성이 있어야 한다. 객관성과 투명성을 전제로 하는 ‘공개모집’에 흠집이 생기면 온갖 소문과 갈등, 반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알려져 있듯이 KAIST 이사회는 지난 2월 임시이사회를 개최해 제18대 총장을 뽑기로 했다. 당시 후보군은 김정호 KAIST 교수, 이광형 전 KAIST 총장, 이용훈 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 등이었다.
이사회 투표 결과 과반수를 얻은 후보가 없어 무산됐다. 신임 총장은 이사의 과반수를 얻어야 한다. 재공모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졌다. KAIST 총장 선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사회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리자 KAIST 교수협의회와 학생들은 당시 잇따라 관련 성명서를 내면서 ‘이사회 책임론’을 제기한 바 있다.
18대 신임 총장과 관련해 선임이 무산되면서 재공모에 나선 결과 현재까지 교수협의회 추천, 자천, 총장후보발굴위원회 발굴 등으로 10여명의 후보가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가 명시한 응모 기간은 ‘4월 10일’인데 총장후보발굴위원회가 추천하는 인물에 대해서는 오는 22일까지 서류 제출 시간을 연장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다.
총장후보발굴위원회가 요청한 것이냐는 부분에 대해 총장후보발굴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우리는 후보군을 발굴하는 역할이었다”며 “그 일은 끝났고 이후 일정은 KAIST 기획처(KAIST 이사회 사무처 역할)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KAIST 이사회 사무국 기획팀 관계자는 “총장후보발굴위원회가 발굴한 인물들은 스스로 지원한 게 아니라 ‘총장으로 모시고 싶다’며 이른바 KAIST 이사회가 초대하는 사람들”이라며 “공식 응모 기간은 10일인데 우리가 모셔야 하는 인물을 발굴하다보니 10일까지 명단만 일단 제출하고 관련 서류 제출은 추후에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서류를 ‘늦게 받는 게’ 아니라 10일까지 발굴하다보니 서류 제출이 자연스럽게 지연됐다는 설명이다.
기획팀 관계자는 “총장후보발굴위원회는 규정이 따로 있다”며 “이사회의 일반 공모는 그대로 진행하고 총장후보발굴위원회 추천 인물은 또 다르게 진행하는 ‘이원화’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부분에서 갈등과 반목, 억측이 시작된다. 총장후보발굴위원회에서 발굴한 인물에는 현직 KAIST 혹은 전직 KAIST 보직교수들이 많다. 실제 보직에 있다고 이번 총장후보발굴위원회에 이름을 올리면서 보직을 그만둔 사람도 있다.
교협이나 자천 등으로 총장에 나선 인물들은 공식 서류 제출을 4월 10일까지 마무리했다. 총장후보발굴위원회 추천 인물들의 서류 제출이 이보다 늦어지면서 민감한 정보가 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18대 KAIST 총장 후보들은 △이력서 △주요 업적/경력 소개서 △KAIST 경영계획서 △개인정보동의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KAIST. [사진=KAIST]](https://image.inews24.com/v1/e340999bec7eb6.jpg)
총장후보발굴위원회 추천 인물들의 서류 제출 기간이 늦어지면서 이미 관련 서류를 제출한 후보들의 ‘KAIST 경영계획서’ 등이 사전에 노출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기획팀 관계자는 “제출받은 서류는 보안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며 “총장후보발굴위원회에서 발굴한 추천 인물들의 서류가 모두 취합되면 그때 총장후보선임위원회에 일괄 제출된다”고 말했다. 사전에 다른 곳으로 노출되거나 유출될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공개모집 기간을 특정 날짜로 못 박았으면 어떤 후보군이든 그 날짜에 맞추는 게 상식이고 규칙이다. 총장후보발굴위원회 추천 인물들의 관련 서류 제출 기간이 응모 날짜를 넘기면서 ‘공개모집’이란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공모는 객관성과 투명성이 생명이다. 이를 두고 한 과학기술계 인물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총장 선임을 두고 갈등과 반목, 조직 흐트러짐이 반복된다면 아예 정권 입맛에 맞는 인물을 지명하고 임명하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는 자조 섞인 이야기까지 나온다.
KAIST 이사회는 제18대 후보를 제때 뽑지 못하고 재공모에 나선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기에 KAIST 이사회 구성이 친정권(주무 부처와 관계부처 공무원, 출연연 기관장과 직원 등)으로 이뤄져 있는 것도 논란의 한 축이다.
신임 총장을 뽑는데 학교의 주체인 교수와 학생의 적극적 참여가 부족한 것도 현실이다. 총장 후보들이 6배수, 3배수로 줄어들 때마다 교수와 학생 의견이 그때그때 적정하게 반영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지금의 시스템을 갈아엎고 예전의 ‘임명직’으로 회귀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행동이다. 갈등과 반목이 아닌 ‘견제와 토론’, 조직 흐트러짐이 아닌 ‘조직 혁신’ 등으로 이어가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학교의 주체인 교수와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묻는 과정을 신설하고 친정권으로 이뤄져 있는 이사회 구성을 ‘KAIST의 시간’을 생각하는 구성원으로 혁신하는 등의 작업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과학기술의 저변 확대로 성장하고 굳건히 버티고 있는 나라이다. KAIST 총장을 뽑는 것은 과학기술계의 저변 확대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객관성과 투명성이 사라지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사회가 ‘거수기’ 역할로만 머물러 있다면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은…. 더 이상 말해 뭘 할 것인가.
한편 KAIST는 총장 후보군에 대한 서류 제출을 마감한 뒤 이를 총장후보선임위원회로 넘긴다. 총장후보선임위원회는 1차로 6배수, 면접 등 2차로 3배수로 확정해 이사회에 안건을 올린다.
3배수로 확정된 이후 6월에 KAIST 이사회 총장 후보 심의와 투표를 거친다. 이사회에서 과반수로 결정된 최종 후보는 교육부 장관 동의를 거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승인한다.
/정종오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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