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인간 시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이 나왔다. 인간이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을 넘어 근적외선까지 볼 수 있는 인공 망막이 개발됐다. 앞으로 국방, 의료 등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간에게 보이지 않던 ‘근적외선을 보는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의 시각 복원 기술을 넘어 인간이 가진 감각의 한계를 기술적으로 확장하는 인공 망막 기술이 구현됐기 때문이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홍원화)은 박장웅 교수(연세대) 연구팀이 근적외선(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길고 에너지가 낮은 빛)을 전기 신호로 변환해 망막 신경을 자극함으로써 가시광선과 근적외선을 동시에 인식할 수 있는 이식형 인공 망막 장치를 개발했다고 14일 발표했다.
![근적외선 감지 인공망막의 구조. [사진=연세대]](https://image.inews24.com/v1/53acfac188f090.jpg)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는 무지개색인 가시광선(400~700nm 파장대)만 볼 수 있다. 이보다 파장이 길고 에너지가 낮은 근적외선은 인식하지 못한다. 근적외선을 보기 위해서는 특별한 장치가 필요하다.
근적외선은 야간 투시경이나 드론의 표적 탐지 등에 쓰이는 빛이다. 이를 볼 수 있다면 어둠 속에서도 사물을 식별하는 등 새로운 감각을 얻을 수 있다.
지금까지의 ‘인공 망막’은 시력을 잃은 환자의 시력을 되찾아주는 복원 기술에 머물러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진화시켜 시각적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 기술로 나아갔다. 인공망막(Artificial Retina)은 빛을 전기 신호로 변환해 손상된 망막 신경에 직접 전달함으로써 시력을 회복시켜 주는 전자 장치이다.
연구팀은 개발한 근적외선 감지 장치는 근적외선을 잡아내는 ‘포토트랜지스터’, 가시광선은 투과시키고 근적외선만 선별하는 ‘초박막 필터’, 안구 조직에 밀착되는 유연한 ‘3차원 액체금속 전극’으로 구성됐다.
실험 결과 장치를 착용한 쥐가 보이지 않는 근적외선 빛에 반응해 움직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새로운 시각 정보가 뇌에 성공적으로 전달됨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시력을 복원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가졌던 감각을 기술로 확장하는 ‘인간 증강’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기술이 상용화되면 망막질환 환자의 시력 보조뿐 아니라 야간 시야 확보, 열 정보 인지, 의료 영상 보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빛이 부족한 환경에서도 시각 정보를 획득할 수 있어 국방, 구조, 자율주행 등에도 응용할 수 있다.
다만 실제 적용을 위해서는 더 큰 동물 모델에서의 장기 안정성 검증, 해상도 향상, 전력 소모 저감, 무선화와 소형화 기술 개발이 뒤따라야 한다.
박장웅 교수는 “기존 시력과 새로운 시력이 동시에 작동하는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기술적 가치가 높다”며 “앞으로 야간 감시, 국방, 의료 진단 등 다양한 분야는 물론 뇌와 기계를 연결하는 신경 인터페이스 플랫폼으로의 확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앞으로 보다 높은 해상도의 인공 망막을 개발해 실제 시각 정보 처리 수준을 향상시키고 장기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완전 이식형 시스템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근적외선뿐 아니라 다양한 파장 영역까지 확장 가능한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인간의 감각을 다차원적으로 확장하는 신경 인터페이스 기술로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 성과(논문명:An Implantable Epiretinal Device for Near-Infrared Light Perception)는 전자소자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에 4월 13일자로 실렸다.
/정종오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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