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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李 대통령의 'ABC론'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초청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4.10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초청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4.10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사진=연합뉴스]

[아이뉴스24 문장원 기자] 얼마 전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던 유시민 작가의 이른바 'ABC론'은 정치에 있어 '가치'와 '이익'의 균형을 설명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독일 정치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정치철학을 가져와 민주당 지지층을 가치 중심의 A그룹, 이익 중심의 B그룹, A와 B가 섞인 C그룹으로 나눴다. A그룹은 민주 진보 진영에서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을 좋아하고 가치를 중시하는 코어 지지층이다. B그룹은 정치를 통해 이익과 생존이라는 목적을 추구하는 세력이다. C그룹은 A와 B의 교집합으로, 가치와 현실적 이익의 균형을 중시하는 현실주의자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분류법이 맞다 틀리다 하는 논쟁은 문제가 될 수 없다. 정치인이나 지지층을 딱 세 분류로 정확히 나눌 수도 없을뿐더러, 우리는 세상이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유 작가 역시 이후 방송에서 "지지층을 갈라치기를 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정치인과 비평가들의 행보를 분석하기 위한 도구였다"고 해명했다. 다만 현실에선 A·B·C 그룹 가운데 "누가 더 옳은가"를 가르는 기준을 제시하게 되면서 문제가 됐다. 진영 대립이 심각하고 정체성에 기반한 정치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 정치 지형에선 이 구분법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동양 정치철학은 오래전부터 이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다뤄왔다. 맹자는 '의(義)'와 '이(利)'의 대립 속에서도 결국 정치의 기준은 백성의 삶에 있어야 한다고 봤다. 맹자는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이 그다음이며, 군주가 가장 가볍다(民為貴, 社稷次之, 君為輕)"고 했다. 이 말의 핵심은 정치가 가치냐 이익이냐의 내부 논쟁에 경도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국민의 현실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치도 이익도 결국 그 기준 앞에서 재조정돼야 한다는 민본(民本)의 정신이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정치를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국민의 삶을 직접 책임질 때는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실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에둘러 ABC론에 대한 자신의 대답을 내놓았다. 또 "사실 국민을 기준으로 뭔가를 선택하고 판단한다면 이념이고 개인 성향이고 이게 뭐 중요하겠나"라며 "오로지 중요한 기준은 다수 국민의 최대 행복"이라고도 했다. 정치에서 중요한 건 A도 B도 C도 아니라 그냥 국민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가장 뻔하고 원론적이지만, 한국 정치가 이념과 정체성에 몰두한 나머지 놓쳐왔던 핵심이다. 어쩌면 이 대통령은 'A도, B도, C도 국민'이라는 자신만의 'ABC론'으로 논쟁에 대답한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라크 파병 결정에 대해 사후 자서전 '운명이다'에 이렇게 적었다. "이라크 파병은 옳지 않은 선택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당시에도 그렇게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옳다고 믿어서가 아니라 대통령을 맡은 사람으로서는 회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서 파병한 것이다." 자신의 신념과 국익이 충돌하는 순간을 가장 정직하게 드러낸 고백이다. 이 대통령이 향후 신념과 국익의 충돌 사이에서 내리는 선택이 이 ABC론의 진정성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문장원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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