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실수요자들의 선택 기준이 ‘선호 입지’보다 ‘대출로 실제 매입이 가능한 가격대’로 이동하고 있다.
대출 규제 강화와 주거비 부담 속에서 30대 실수요층은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권 대신 정책금융 적용이 가능한 9억원 안팎 주택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확연하게 관측된다. 서울 내부에서는 외곽과 준상급지로, 나아가 고양·김포 등 수도권 인접 지역으로까지 수요가 확장되며 '자금조달 구조'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양도세 중과 유예 기준 완화 논의까지 맞물리면서 이러한 흐름이 거래 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올해 1~3월 서울에서 생애 첫 부동산을 매입해 등기를 마친 1만9004명 중 30대 비중이 55.3%로 절반을 넘은 가운데, 강서구가 797명으로 1위를 기록했다. 반면 강남·서초 등 전통적 상급지는 최하위권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표=김민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683dabd272fe79.jpg)
대한민국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상가 등) 기준 서울에서 생애 첫 부동산을 구입해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친 매수자는 1만9004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30대 비중은 55.3%(1만516명)로 절반을 넘었다.
이들이 향한 곳은 △강서(797명) △노원(685명) △구로(677명) △성북(676명) △동작(533명) 등이다. 반면 전통적인 상급지인 강남(238명)과 서초(237명)는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이는 자금 여력이 제한적인 30대가 강남권 고가 주택에 매달리기보다, 신생아 특례대출이나 디딤돌 대출 등 정책 금융 활용이 가능한 '9억~10억원 이하' 매물로 발 빠르게 선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소득만으로는 감당 안 돼…정책 대출이 '징검다리'
30대가 부동산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제한된 계층으로 분류되는 배경에는 생애 주기상 자산 축적 기간이 짧다는 구조적 요인이 있다. 국가데이터처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30대 가구주의 평균 순자산은 약 3억원으로, 50대(평균 5억8000만 원)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현재 서울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30대 근로소득자가 자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자산 축적 기간이 짧은 이들에게 정책 대출은 주택 시장 진입을 위한 사실상 유일한 경로"라고 분석했다.
2020년 이후 급등한 집값 탓에 맞벌이 가구라 하더라도 부모의 증여 없이 대출만으로 9억원 초과 주택에 진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직방과 등기정보광장 데이터를 종합하면, 2026년 1분기 서울 상위 5개 자치구 거래의 62.4%가 정책 금융 적용 구간인 9억원 이하에 집중된 이유이기도 하다.
비규제 지역인 노원·강서 등은 LTV가 최대 80%까지 가능하지만, 강남 3구는 LTV가 50%로 제한된다. 여기에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까지 적용되면 소득이 낮은 청년층의 대출 한도는 더 줄어든다. 서 교수는 "이러한 금융 구조가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권보다 9억원 이하 시장으로 수요를 밀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동작구는 상징적인 사례다. 동작구는 등기 비율 0.74%로 서울 1위를 기록하며 강남 진입을 노리던 고소득 30대 수요를 흡수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동작구는 준강남권 입지임에도 규제지역에서 제외돼 대출 이점이 크다"며 "강남 장벽에 막힌 수요자들이 실질적인 대중 상급지인 동작으로 우회하며 등기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1~3월 서울에서 생애 첫 부동산을 매입해 등기를 마친 1만9004명 중 30대 비중이 55.3%로 절반을 넘은 가운데, 강서구가 797명으로 1위를 기록했다. 반면 강남·서초 등 전통적 상급지는 최하위권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표=김민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f039766e484b4c.jpg)
"서울 못 사면 인근지역으로"⋯9억 이하 신축 중심 이동
서울 진입 문턱이 높아지면서 주거 선택지는 서울 경계를 넘어 외곽으로 확장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6년 2월 국내인구이동통계'를 보면 지난 2월 서울을 떠난 30대 순유출 인구는 1852명으로 지난해 6월(1240명) 대비 크게 늘었다.
이들이 향한 △고양 덕양 △김포 △하남 등은 서울과 인접하면서도 9억원 이하 신축 공급이 원활한 지역이다.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이들 지역의 신축 아파트 중 9억원 이하 비중은 78.4%에 달한다. 김포(82.1%)와 고양 덕양(75.6%)은 30평대 신축도 6억~8억원대에서 '등기 완주'가 가능하다.
이는 서울 내 9억원 이하 매물이 24.1%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20년 이상 된 노후 단지에 쏠려 있는 것과 대비된다. 성북구 '석관동신동아파밀리에(2011년 준공)'나 동작구 '상도현대(2003년 준공)' 전용 84㎡가 8억원대에 거래되는 상황에서, 동일 자본으로 수도권 신축 소유권을 확보하려는 '실속형 이동'이 강화되는 추세다.
![올해 1~3월 서울에서 생애 첫 부동산을 매입해 등기를 마친 1만9004명 중 30대 비중이 55.3%로 절반을 넘은 가운데, 강서구가 797명으로 1위를 기록했다. 반면 강남·서초 등 전통적 상급지는 최하위권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표=김민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297e518ed8d9c1.jpg)
함 랩장은 "서울 내 9억 이하 매물이 줄어들면서 동일 자금으로 주거 쾌적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경기권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며 "이는 정책 대출을 지렛대 삼은 30대의 합리적인 주거 이동 성격이 나타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시장 흐름이 입지보다 대출 가용 여부와 자금 구조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 규제가 유지되는 한, 실제 소유권 이전이 가능한 중저가 구간과 수도권 인접 지역을 중심으로 한 수요 재편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김민지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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