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석유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정유업계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이례적인 수준까지 치솟고 있다.
다만 수익성 개선 기대와 달리 원유 수급 불안과 정책 리스크가 동시에 부각되며 정유사들은 호재와 부담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6일 하나증권에 따르면 4월 첫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82.3달러를 기록했다. 단기간 내 80달러선을 넘어선 것은 극히 이례적인 사례로, 과거 고유가 국면과 비교해도 손꼽히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제마진은 전쟁 발발을 기점으로 급등 흐름을 보였다. 미국·이란 전쟁 발발 직후인 3월 첫째 주 33.3달러까지 치솟으며 상승 국면에 진입했고, 이후 3월 둘째 주 25.5달러, 셋째 주 19.3달러로 일시 조정을 거쳤다. 그러나 3월 넷째 주 들어 39.1달러로 다시 급등하며 변동성이 확대된 모습이다.
정제마진은 정유사가 원유를 들여와 휘발유·경유·항공유 등 석유제품으로 정제·판매해 얻는 이익을 의미하는 핵심 수익성 지표다. 통상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 수준으로, 현재와 같은 80달러대 마진은 초과이익 구간이 크게 확대된 상황으로 해석된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호르무즈 해협의 운항 차질이 빚어지고 있고 보험료 및 운임 상승 등 부수 비용까지 확대되면서 정제마진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원유뿐 아니라 정제제품 전반의 가격 상승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정유사 입장에서는 정제마진 상승이 통상적으로 호재로 여겨지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우선 원유 수급 불확실성이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중동 지역 의존도가 높은 도입 구조상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실제 원유 수급이 끊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실제 3월까지는 전쟁 이전 선적된 원유가 순차적으로 도착하면서 정상 가동이 가능했지만, 지난달 20일 입항한 200만 배럴을 끝으로 해협 경유 물량 유입이 끊기면서 4월 도착분에 공백이 발생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장기간 원유 확보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정제설비 가동률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특히 중동 외 지역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하더라도 국내 정제 설비가 중동산 원유에 최적화돼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원유 성상 차이에 따라 정제 효율이 떨어지거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 단기간 내 대체 수급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국내 유류 최고가격제 시행도 수익성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정제마진이 상승하더라도 정부의 가격 통제 정책으로 판매가격에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경우, 이익 개선 폭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4월과 같이 원유 수급 공백 우려가 큰 시기에는 원가 부담이 확대되는 반면 판매가격은 억제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어 수익성 압박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정제마진만 놓고 보면 역대급 호황 구간이지만, 원유 수급 불안과 가격 통제 등 변수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어 체감 상황은 전혀 다르다"며 "특히 4월 이후 원유 도입 공백 가능성이 현실화될 경우 가동률 조정까지 검토해야 하는 만큼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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