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스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해상 운송 전략 병목지점(chokepoints)’ 교란에 구조적으로 크게 노출돼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 일부 국가에 비해 대응 역량이 비교적 높은 편으로 평가되는데 위기 장기화나 유사 충격의 반복 가능성을 고려하면 화석연료 의존 자체를 줄이는 방향의 에너지전환을 더 빠르게 추진하는 것이 가장 전략적이고 실용적 해법이라는 지적이다.
영국의 기후에너지 싱크탱크인 E3G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 ‘공급 확보를 넘어: 석유·가스 수입국의 해상 운송 전략 병목지점 리스크(Beyond Securing Supply: Chokepoint risk for oil and gas importers)’ 31일 공개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미나 알 파예르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에 유조선과 화물선이 줄지어 서 있다. [사진=AP/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46230d2cdff27b.jpg)
보고서는 “공급이 원활한 시장에서도 소수의 핵심 항로에 대한 의존이 남아 있는 한 공급 충격과 가격 급등은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수입국의 에너지안보는 ‘공급 확보’보다 ‘노출 자체를 줄이는 구조개혁’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EU, 중국, 일본, 한국,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주요 9개 원유·LNG 수입 경제를 대상으로 병목지점 교란 위험을 평가했다.
평가의 핵심은 △병목지점에 대한 노출도(exposure) △공급 차질·가격 급등에 대응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며 특히 유럽과 아시아의 수입 의존 경제가 구조적으로 높은 리스크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물리적 봉쇄뿐 아니라 해상 운송 제약, 보험 철수, 우회 항로 지연, 리스크 프리미엄 등으로 시장이 경직되는 비물리적(문서·금융·보험) 병목지점(‘paper chokepoints’)이 발생할 경우, 실제 봉쇄가 없더라도 가격 급등과 수급 경색이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으로 수입되는 원유와 LNG 상당량은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말라카 해협을 지나는 경로이다. E3G는 이때 원유 수입 물량 중 약 72%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다른 물량(약 1%)과 함께 말라카 해협(약 73%)을 경유한다. LNG 수입도 약 20%가 호르무즈를, 약 34%가 말라카 해협을 통과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전반적 취약성이 가장 높은 국가는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로, 두 나라 모두 원유·가스 노출이 매우 높고 대응력은 낮게 평가돼 위험이 크게 나타났다.
노출만 놓고 보면 파키스탄이 가장 높고, 일본도 원유 노출이 ‘매우 높음’으로 조사됐다. 반면 대응력은 일본과 중국이 ‘매우 높음’으로 두드러지며 EU·한국·싱가포르는 ‘높음’ 수준으로 평가됐다.
국가별로 충격의 양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예컨대 인도는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으로 장기화될 경우 경상수지·통화·재정 여력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과 한국은 LNG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시장이 경색질 때 ‘급성 공급 취약성’이 부각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결론적으로 E3G는 공급 확대만으로 에너지안보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전기화·효율·전력망·저장·국내 청정에너지 확대를 통해 석유·가스 의존을 줄이는 것이 가장 지속가능한 구조적 해법이라고 제시했다.
마두라 조시(Madhura Joshi) E3G 글로벌 청정전력 외교 프로그램 책임자는 “아시아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와 LNG 물량의 많은 부분을 수령하며 혼란이 장기화될 경우 그 충격은 국가별로 불균등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한국처럼 LNG 의존도가 높은 경제권은 장기간 시장 경색을 흡수할 여지가 제한적이어서 공급 취약성이 커질 수 있어 전기화와 국내 청정에너지 확대를 가속하는 것이 가장 지속가능한 회복탄력성의 길”이라고 말했다.
리처드 스미스(Richard Smith) E3G 글로벌 에너지전환 선임 정책자문관은 “한국은 원유와 LNG 수입의 대부분이 소수의 취약한 해상 운송로를 통과하는 구조여서 해상 운송 전략 병목지점 리스크에 대한 노출도가 매우 높다”며 “지속가능한 에너지 안보의 유일한 해법은 수입 화석연료 의존을 줄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종오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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