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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NOW] ESG와 방산, '지속가능한 투자' 정의 바뀌고 있다


‘피스 워싱(Peace-washing)’이란 비판 없지 않아

얼마 전 방산 업계 출신 관계자와 만남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유럽 연기금들이 그동안 투자 배제 목록에 올려두었던 방산 기업에 투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방위산업은 ESG 투자에서 사실상 금기에 가까웠다는 점을 떠올리면 필자로서는 적잖이 놀라운 변화였다.

올해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합동 공습 작전을 개시했다. 이후 이란의 보복으로 중동 전역의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었고, 국제유가도 큰 폭으로 상승하며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조준오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ESG센터). [사진=법무법인 화우]
조준오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ESG센터). [사진=법무법인 화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와중에 중동에서까지 대규모 무력 충돌이 현실화한 것이다. 이 충격은 에너지·물류·금융시장을 넘어, ESG 담론 자체에도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연 안보 없이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한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은 자국의 방위 역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현실을 절감했고, 최근 중동 사태는 이런 인식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2025년 3월 ‘유럽 재무장 계획(ReArm Europe Plan/Readiness 2030)’을 통해 회원국 차원에서 상당한 규모의 방위비 지출 확대 구상을 제시했다. 같은 해 6월에는 관련 정책 패키지 논의를 통해 지속가능금융 프레임워크가 방위산업 전체를 일률적으로 배제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국제법상 금지된 무기를 제외하면, 재래식 방위산업이 안보와 회복탄력성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해석이 공식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장도 빠르게 반응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유럽 ESG 주식형 펀드의 항공우주·방산 부문 투자 비중은 2022년 러시아 침공 이후 약 2배 이상 늘었고, ESG 유럽주식 펀드의 약 43%가 방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방산 전문 투자펀드의 수도 지난해 역대 최다 수준까지 증가했으며, 특히 SFDR(지속가능금융공시규정)상 Article 8(환경사회 등 ESG를 고려하는 투자) 펀드에서 방산 노출 확대가 두드러진다. 기존의 방산 배제 원칙을 재검토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비판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NGO와 인권단체들은 이런 흐름을 ‘피스 워싱(Peace-washing)’으로 부르며 군비 확장을 지속가능성의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종 사용자에 대한 투명성 부족, 방산 분야 특유의 부패 리스크, 민간인 피해 가능성 등은 여전히 핵심 우려로 언급되고 있다. 실제로 Article 9(지속가능성이 목적인 투자) 펀드에서는 방산 투자 확대가 뚜렷하지 않아 ‘안보가 곧 지속가능성’이라는 명제가 아직 보편적 합의에 이르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지정학적 현실은 ESG의 경계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방위산업이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 16번, 즉 ‘평화·정의·강력한 제도’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회복탄력성을 부각시켰다면 최근 중동에서의 충돌은 여기에 군사 안보, 지역 안정, 에너지 인프라 보호라는 층위를 더하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우리나라 방산 기업에도 새로운 기회의 창을 열고 있다. 주요 방산 기업들의 수주잔고는 최근 수년간 빠르게 증가했고, 폴란드·루마니아를 포함한 유럽 시장과 중동은 핵심 수출 시장으로 부상했다.

유럽의 연기금과 ESG 펀드가 방산 투자 문턱을 낮추는 흐름은 국내 방산 기업의 자본시장 접근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보인다.

실제로 국내 주요 방산 기업들은 이미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ESG 경영 체계를 갖추어 나가고 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공급망 관리 강화, 윤리경영 체계 고도화 등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노력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신뢰를 축적해 온 결과이기도 하다.

다만, EU의 입장은 방산 투자를 무조건 허용한다는 뜻이 아니라, 지속가능금융 체계가 방위산업을 일률적으로 금지하지 않는다는 점임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방산 기업 역시 지속가능성 공시, 공급망 실사, 인권 위험 관리, 부패 방지, 최종 사용자 통제와 같은 기준에 지속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요소들은 이제 단순한 평판 관리가 아니라 수출 경쟁력과 투자 접근성의 일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방산 기업들은 이미 단순한 무기 수출을 넘어 신뢰할 수 있는 안보 파트너로서 국제사회에서 입지를 넓혀 가고 있다. 여기에 투명성과 거버넌스를 한층 더 강화해 나간다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의 경쟁력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그동안 쌓아 온 ESG 전략을 바탕으로 투명한 공급망 운영과 인권 리스크 관리를 더욱 고도화한다면, 안보 기여와 사회적 책임이 조화를 이루는 사업 환경이 한층 견고해질 것이다. 이는 단순히 규제 리스크에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 한국 방산 기업의 위상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고 본다.

조준오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ESG센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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