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엔비디아 창업자 젠슨 황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그는 AI가 대규모 일자리 파괴자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일자리를 대거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AI가 더 넓게 보급될수록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가 대규모로 필요해지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사람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는 설명이다.
젠슨 황은 최근 AI를 단순한 소프트웨어 기술이 아니라 전기와 인터넷처럼 필수적인 인프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AI 경쟁은 단순히 챗봇이나 서비스 몇 개를 잘 만드는 수준이 아니라, 그 서비스를 실제로 돌아가게 만들 거대한 기반 시설을 누가 더 빨리, 더 크게 구축하느냐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엔비디아]](https://image.inews24.com/v1/c01ee27762bf01.jpg)
AI 시스템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고성능 반도체가 필요하고, 이를 탑재한 컴퓨터와 서버가 필요하며, 수많은 장비를 수용할 데이터센터와 전력 설비, 냉각 시스템도 함께 갖춰져야 한다. 젠슨 황은 지금까지 AI 인프라 구축에 들어간 자금이 수천억 달러 수준에 불과하며, 앞으로는 수조 달러 규모의 투자가 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가 보는 AI 인프라는 크게 5단계 구조로 이뤄져 있다. 에너지, AI 칩, 인프라, AI 모델, 애플리케이션이 그 순서다. 겉으로 보기에는 챗봇이나 AI 서비스가 가장 눈에 잘 띄지만, 실제로는 그 아래를 떠받치는 물리적 기반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기존 소프트웨어는 저장된 명령을 불러와 실행하는 방식에 가까웠다면, AI는 필요한 순간에 추론하고 결과를 생성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를 뒷받침할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시 말해 AI 산업은 이미 완성된 시장이 아니라, 이제 막 본격적인 건설 단계에 들어선 시장에 가깝다.
이 때문에 젠슨 황은 지금도 아직 존재하지 않는 인프라가 많고, 아직 충분히 훈련되지 않은 인력도 많으며,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기회도 많다고 봤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직업으로 5가지를 꼽았다. 모두 고숙련 직군이면서도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직업들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엔비디아]](https://image.inews24.com/v1/b3f6df0ad2a6a6.jpg)
첫 번째는 전기기사다. AI 데이터센터는 일반적인 건물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한다. 고성능 서버와 칩이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국 대규모 전력망을 설계하고 설치하며 유지할 수 있는 전기기사의 역할이 핵심이 된다.
두 번째는 배관공이다. AI 칩은 성능이 높을수록 발열도 심해지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식히지 못하면 시스템 전체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 그래서 최근 AI 데이터센터에서는 수냉식 냉각 시스템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냉각수를 안정적으로 순환시키기 위한 배관 설비를 설치하고 관리하는 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이다.
세 번째는 철강 노동자다. AI 데이터센터에는 수많은 서버와 장비, 전력 설비, 냉각 설비가 들어가야 한다. 이런 시설을 안전하게 운영하려면 이를 지탱할 견고한 구조물이 필요하다. 단순히 건물만 짓는 것이 아니라, 무거운 장비를 안정적으로 설치할 수 있는 산업용 구조물을 만들 수 있는 인력이 중요해진다.
네 번째는 네트워크 기술자다. AI 시스템은 단일 장비가 아니라 수많은 칩과 서버가 동시에 연결돼 작동한다. 이 장비들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지연 없이 주고받아야 제대로 된 성능이 나온다. 따라서 초고속 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기술자의 역할도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엔비디아]](https://image.inews24.com/v1/c1105d2c73bacf.jpg)
다섯 번째는 운영자다. 아무리 좋은 데이터센터를 구축해도, 이를 24시간 멈춤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전력 이상, 냉각 문제, 네트워크 장애 같은 변수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상태를 점검하고 문제가 생기면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운영 인력이 필요하다.
이 다섯 가지 직업의 공통점은 모두 AI 산업의 겉이 아니라 바닥을 떠받치는 역할이라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AI 시대의 유망 직업이라고 하면 개발자나 데이터 과학자 같은 직군을 먼저 떠올리지만, 젠슨 황은 오히려 AI를 현실에서 움직이게 만드는 현장 인력의 중요성을 더 강조한 셈이다.
AI 산업이 커질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 기반 시설의 가치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젠슨 황은 이런 일자리가 특정 국가나 특정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봤다. 앞으로는 거의 모든 기업이 AI를 활용하게 될 것이고, 각국 역시 자체적인 AI 인프라 구축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AI 시대의 경쟁은 소프트웨어 경쟁인 동시에 인프라 경쟁이며, 이 과정에서 전기, 설비, 건설, 네트워크, 운영 등 다양한 분야의 일자리가 함께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AI가 사람의 일을 모두 대체할 것이라는 단순한 전망과 달리, 현실에서는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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