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눈이 번쩍!"
19일 서울 잠실 bhc R&D 센터에 도착하니 익숙한 치킨 한 마리가 자리에 놓여 있었다. bhc의 시그니처 메뉴 '뿌링클'이다. 맛을 보라는 권유에 한입 베어 물었더니 눈이 번쩍 떠지는 느낌이다. 뭔가 달랐다.
기존 뿌링클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바삭한 튀김옷의 식감이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김기범 bhc 메뉴개발4팀 팀장은 "겉보기엔 뿌링클처럼 보이지만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라며 "동남아에선 기존 뿌링클만큼 많이 팔리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김기범 bhc 메뉴개발4팀 팀장. [사진=전다윗 기자]](https://image.inews24.com/v1/68290abc66b336.jpg)
이 제품은 bhc의 해외 메뉴 개발을 전담하는 김 팀장과 그 팀원들이 태국 등 동남아 시장을 겨냥해 개발된 현지화 메뉴 '크리스피 뿌링클'이다. 겉모습과 시즈닝은 기존 뿌링클과 동일하지만, 조리 방식이 다르다. 기존 제품은 흔히 '물반죽'이라고 불리는, 덴푸라에 가까운 반죽을 사용했다면, 크리스피 뿌링클은 '브레딩' 공정을 적용해 바삭한 식감을 살렸다.
김 팀장은 "고온다습한 동남아 기후 탓에 시간이 지나면 뿌링클의 식감이 국내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눅눅해진다. 치킨 표면에 묻힌 시즈닝이 더 빨리 튀김옷에 스며들기 때문이다. 특히 배달 주문하는 고객들에게 '눅눅하다'는 클레임이 많이 들어왔다"며 "뿌링클의 상징인 시즈닝을 바꿀 수 없다면 차라리 바삭한 식감을 살려보자는 발상에서 크리스피 뿌링클이 탄생했다. 시작은 보완 메뉴지만, 현재는 현지에서 기존 뿌링클과 비슷한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주력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김기범 bhc 메뉴개발4팀 팀장. [사진=전다윗 기자]](https://image.inews24.com/v1/39adb61a0e26c0.jpg)
크리스피 뿌링클은 bhc의 현지화 전략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꼽힌다. bhc는 해외 진출 시 뿌링클 등 기존 주력 제품과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는 유지하되, 세부적인 요소는 현지 사정에 맞춰 조정하는 방향에 집중하고 있다.
김 팀장은 "해외에 나가 보면 국내와 치킨 시장 자체가 다른 경우가 많다. 기후, 식문화, 소득 수준, 종교 등 다양한 요인을 섬세하게 고려하지 않으면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가별 치킨 소비 방식은 뚜렷하게 갈린다. 김 팀장은 "국내에서 치킨이 간식, 야식이라면 동남아에선 식사에 가깝다. 소득 수준도 낮은 편이기에 치킨 한 마리를 통째로 소비하기보다 밥과 함께 치킨 몇 조각이 함께 나오는 1인 콤보 메뉴를 자주 찾는다"며 "반면 소득 수준이 높고 가족 단위 소비가 많은 미국에선 한 번에 더 많은 조각 수의 치킨을 담은 플래터 타입 메뉴 선호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시그니처 치킨들의 경우 최대한 국내와 동일하게 만들려고 하지만, 맛의 밸런스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라면 최대한 현지 사정을 반영하려 한다"며 "'콰삭킹'의 경우 미국에선 매운맛이 국내 판매 제품의 25% 수준밖에 안 된다. 미국 소비자 취향을 반영해 치킨무와 함께 코울슬로를 함께 제공하고, 시즈닝을 먹을 수 있는 디핑 소스 형태로 선보이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김기범 bhc 메뉴개발4팀 팀장. [사진=전다윗 기자]](https://image.inews24.com/v1/eec9dc30730905.jpg)
다만 이러한 현지화 작업이 항상 순탄하게 진행되는 건 아니다. 김 팀장은 "본사에서 개발한 레시피를 현지에 전달했지만, 소통 문제로 전혀 다른 음식을 만들어진 사례도 있다"며 "이후에는 모든 레시피를 제조 과정이 담긴 영상과 함께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식재료 확보 역시 만만치 않은 과제다. 김 팀장은 "가장 기본인 닭 사이즈부터 나라마다 다르다. 선호 부위도 달라서 한국에선 가장 저렴한 닭가슴살이 미국에선 훨씬 비싸다"며 "미국 시장에 선보인 신메뉴 '크리스피 번'의 경우 현지에서 비슷한 빵을 찾기 위해 작은 식자재 마트부터 코스트코, 월마트까지 전부 돌아다녔다. 결국 완전히 똑같은 제품은 찾지 못해 맛은 유사하지만 계획보다 큰 사이즈로 출시하게 됐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bhc는 향후 해외 메뉴 개발에서 현지화 전략을 한층 더 강화할 계획이다. 단순히 국내 메뉴를 변형하는 수준을 넘어, 국가별로만 경험할 수 있는 전용 메뉴를 개발해 차별화를 꾀할 방침이다. 김 팀장은 "미국에서만 먹을 수 있는 치킨, 대만에 가면 꼭 먹어야 할 치킨 등 각 시장 특성을 반영해 해당 국가에서만 판매하는 시그니처 메뉴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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