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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마이크론 메모리 장기계약 잇따라…'오더컷의 눈물' 옛말


AI 투자 장기화에 메모리 구조 변화
3~5년 계약…사이클 산업 탈피 신호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고객들과 장기 공급 계약을 잇따라 체결하고 있다. 메모리 산업 구조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제품의 경우 그동안 짧게는 분기별로 길어야 연단위 계약을 하는 게 일반적이었으나 AI 반도체 수요 급증과 공급 부족 탓에 3~5년 장기 계약이 체결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메모리 업계의 리스크 요인 중 하나였던 '오더컷'(주문 취소·축소) 현상도 다소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오더컷'은 수요가 꺾이면 고객사가 기존 주문을 줄이는 것을 뜻하며 메모리 업체가 재고 부담 등을 안아야 했다.

마이크론은 18일(현지시간) 실적 발표에서 기존 장기공급계약(LTA)과 다른 전략고객계약(SCA)을 도입하고 첫 5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과거 '오더컷'에 눈물짓던 메모리 기업들이 장기계약으로 웃음짓는 장면. [사진=챗GPT]
과거 '오더컷'에 눈물짓던 메모리 기업들이 장기계약으로 웃음짓는 장면. [사진=챗GPT]

구체적인 고객사와 계약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마이크론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해당 계약이 대형 고객사와 체결된 다년 계약이라고 설명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SCA는 구체적인 커밋먼트를 포함한 견고한 합의로, 비즈니스 가시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현재 여러 고객사와 추가 계약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또 “향후 공급 계획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투자를 가능하게 하고, 수요에 대한 가시성을 높이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마이크론은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대만 파워칩으로부터 퉁궈 공장을 인수했고, 일본 히로시마 공장은 첨단 공정 전환과 생산 효율 개선을 위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는 패키징과 낸드 생산 거점을 확대하며 AI 메모리 공급망 구축을 강화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마이크론의 공격적인 행보가 향후 점유율 확대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마이크론에 앞서 삼성전자도 전날 열린 주주총회에서 주요 고객사와 3~5년 장기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AI 수요의 가장 큰 병목은 메모리”라며 “HBM이 탑재된 AI 칩을 기반으로 추론형 AI, 에이전틱 AI가 확산되면서 서버 D램, 스토리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전 영역에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에는 연단위·분기단위 거래가 중심이었지만, 현재는 주요 고객사와 3년, 5년 단위 공급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며 “장기 계약을 통해 고객과 당사 모두 사업의 안정성과 가시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년 계획을 통해 수요 변동을 사전에 파악하면 투자 규모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고, 공급 과잉과 공급 부족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메모리 업계 1위와 3위 업체가 연달아 다년 계약 기반의 공급 구조를 언급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과거 메모리 산업의 구조를 고려하면 의미가 크다.

그동안 메모리 업체들은 수요가 늘면 고객 요청에 맞춰 설비를 늘리고 생산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하지만 가격이 상승한 후 수요가 꺾이면 고객사가 기존 주문을 줄이는 '오더컷'(주문 취소·축소)도 심심찮게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재고와 설비 부담은 메모리 업체가 떠안았다.

지난 2022년에는 중국과 미국 서버 업체의 주문 축소 우려가 확산되며 SK하이닉스 주가가 하루 만에 4% 하락하는 등 시장이 크게 흔들리기도 했다.

이 같은 구조는 메모리 산업이 대표적인 경기 민감 업종으로 분류되고, 금융시장에서도 낮은 밸류에이션을 받는 배경으로 작용해왔다.

메모리 기업들이 고객사와 장기계약을 추진할 수 있는 배경에는 AI 인프라의 특성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AI용 고성능 메모리 제품은 고객과 설계, 생산, 패키징까지 협업을 필요로 한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이 파트너급 협업에 가깝고, 3~5년 단위의 장기 계약도 가능해졌다는 분석이다.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성격이 바뀌고 있음도 보여준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단기 사이클이 아니라 중장기 인프라 투자로 자리잡으면서, 메모리 역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공급이 필요한 핵심 자산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의미다.

마이크론 역시 “AI는 메모리를 단순 수요 제품이 아니라 전략 자산으로 재정의했다”며 장기 계약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전 부회장도 달라지는 반도체 시장을 염두한 듯 "제품 중심 시선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고객 중심의 회사로 변화하고자 한다"며 "메모리는 고객 맞춤형 솔루션 기업으로, 파운드리는 고객이 원하는 성능과 수율을 안정적으로 구현해 신뢰를 쌓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이번 행보를 두고 메모리 산업이 기존의 변동성 중심 구조에서 계약 기반 산업으로 전환되는 초기 신호로 평가하고 있다. AI 투자 사이클이 이어질수록 이 같은 변화는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박지은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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