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설재윤 기자] 16일 인천국제공항공사 청사 앞 주차장. 운전자가 기아 니로 EV 차량을 주차칸에 세우자, 대기 중이던 로봇 팔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로봇은 3D 비전 카메라를 통해 차량의 위치와 충전구 상태를 정밀하게 파악한 뒤, 충전구 커버를 스스로 열었다.
이후 로봇 팔 끝부분에 위치한 텔레스코프 모듈이 내부 보호 캡까지 개방했다. 사람의 손길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완전 자동화'를 구현한 모습이었다. 로봇은 곧바로 급속 충전 커넥터를 들어 올려 차량 충전구에 연결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질을 높일 수단으로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ACR)이 떠오르고 있다. 현대자동차·기아 로보틱스랩(이하 로보틱스랩)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협업해 선보인 ACR 기술이 정상궤도에 오르며, 상용화에 임박했다는 평가다.
![16일 인천국제공항공사 청사 주차장에서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이 개발한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ACR)이 기아 니로 EV 차량에 충전 커넥터를 연결하고 있다. [사진=설재윤 기자]](https://image.inews24.com/v1/c65156bacc8c72.gif)
일반적인 급속 충전 시 사용자가 직접 들어야 하는 커넥터와 케이블은 고전압에 따른 발열을 제어해야 하기에 10kg의 바벨과 맞먹는 수준으로 무겁다.
박세종 로보틱스랩 책임연구원은 "ACR은 장애인, 임산부, 고령자 등 충전 커넥터를 쓰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교통약자의 편의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로봇 도입은 전기차 충전 구역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접근성' 문제를 해결했다. 충전기 주변의 주차턱이나 좁은 공간은 휠체어 이용자에게 장애물이었으나, 로봇이 전 과정을 대신하면서 이동 약자가 차량에서 내리지 않고도 안전하게 충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16일 인천국제공항공사 청사 주차장에서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이 개발한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ACR)이 기아 니로 EV 차량에 충전 커넥터를 연결하고 있다. [사진=설재윤 기자]](https://image.inews24.com/v1/e25d4cf68f4627.jpg)
화재 안전성도 강화됐다. 해당 로봇은 차량의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과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충전 상태를 점검한다. 만약 충전 중 배터리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거나 과충전 위험이 감지되면, 로봇이 스스로 판단해 즉시 충전을 중단하고 전력을 차단함으로써 화재 사고를 사전에 방지한다.
인천국제공항은 이러한 로봇 인프라를 실증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로 꼽힌다. 공항공사 관용차 85대가 우선적으로 ACR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최낙훈 인천국제공항공사 차장은 "현재 인천국제공항에는 6만1000대 이상의 차량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교통 수요가 많은 곳"이라고 강조했다.
로보틱스랩과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해 5월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이후 실제 현장에서 실증을 이어오고 있다. 도입 초기 발생했던 일시적 오류들은 약 1년여의 운영 기간 동안 대부분 해결됐으며, 현재는 상용화 직전의 안정화 단계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해당 로봇은 이미 국내 품질 보증 인증인 KC 인증은 물론, 유럽연합(EU)의 안전 요구사항을 충족해 CE 인증까지 획득했다. 국내외 여러 업체가 유사한 로봇 개발을 시도하고 있지만, 상용화를 앞둔 곳은 로보틱스랩이 유일하다.
이에 로보틱스랩과 인천공항공사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주차장 내에 '레일형 ACR' 2대를 추가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레일형 로봇은 고정형과 달리 충전기 한 대가 레일을 타고 이동하며 여러 주차 면을 커버할 수 있다.
앞서 서울 성수동의 로봇 친화형 빌딩 '팩토리얼 성수'에서 실증을 성공적으로 마친 ACR은 향후 민간 영역으로도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로보틱스랩 측은 현재 분양 예정인 서울 압구정 2구역 재건축 단지 등 프리미엄 주거 시설에도 해당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로보틱스랩은 이번 실증 데이터를 바탕으로 ACR의 상용화 시점을 내년 초, 이르면 올해 말 정도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기술이 상용화 궤도에 오르자, 해외에서도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심수민 로보틱스랩 책임연구원은 "인천공항 사례가 글로벌 시장에 알려지며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와 동북아 주요 공항으로부터 도입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설재윤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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