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다주택자의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이 안 된다면 급하게 매도하려는 물량이 있을 거에요. 이렇게 집주인이 바뀔 경우 세입자는 집을 빼줘야 할 수도 있고요. 집주인도, 세입자도 모두 힘들어질 수 있죠."
서울 송파구 A 중개사무소 관계자의 말이다. 금융당국이 다주택자가 보유한 서울·수도권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 중단을 검토함에 따라 주택시장에 다주택자 매물이 더 출회할 개연성이 제기되고 있다. 매물 증가 폭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규제지역에서는 세입자의 계약 갱신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 중인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만기 연장 제한 대책이 확정될 경우 올해 안에 수도권에서 아파트 약 1만 가구가 매물로 나올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수도권 아파트 가운데 일시상환 방식의 주담대가 설정된 물량이 약 1만2000가구인데, 이 중 약 83%인 1만가구의 대출 만기가 올해 안에 도래할 예정이어서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다주택자들의 기존 대출은 만기가 되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라면서 "양도세까지 완화하며 수년간 기회를 줬는데도 다주택을 해소하지 않고 버틴 이들에게 대출 연장 혜택까지 추가로 주는 것이 공정하겠느냐"고 언급하며 다주택자의 대출 혜택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이 같은 문제제기에 금융당국이 후속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조치가 시행될 경우 매물이 시장에 나오게 할 유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은 "다주택자뿐 아니라 비거주 1주택자 등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매물을 내놓고 있는데, 다주택자의 대출 만기 연장이 불가능해지면 추가로 매물이 나올 수 있다"며 "1만가구까지 추정되는 수도권 매물 중 서울 물량은 일부에 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1주택자가 밀집한 지역보다는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 내 임대사업자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매물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송파구의 B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잠실동 일대 아파트는 평균적으로 가격이 높아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보다는 1주택자 집주인들이 많은 편"이라며 "다주택자 소유 아파트 주담대 연장 불가로 인한 매물 증가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서울의 외곽지역에 갭투자를 위해 전세 끼고 후순위 대출을 받은 집주인이라면 대출 만기 연장 불가 여파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부작용 우려도 있다. 다주택자가 대출 부담으로 주택을 매도할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에서는 새 집주인이 실거주를 해야 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기존 세입자가 계약 갱신을 하지 못해 주거 불안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종료 보완 조치에 따라 오는 5월 9일까지만 무주택자가 다주택자 소유의 아파트를 매수하는 경우에 한해 세입자의 거주 기간을 보장해줄 수 있다.
심 수석전문위원은 "다주택자의 주담대 만기 연장이 불허되고 주택 매도가 제 때 이뤄지지 못하면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기도 어려운 상황에 봉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701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말 7만2049건보다 약 5000건, 올해 1월 말 5만7468건과 비교하면 약 2만건 늘어난 수준이다.
다만 오는 5월 9일 이후 다주택자 중과가 시행에 들어갈 경우 집주인들이 '버티기'에 돌입, 오히려 매물이 줄어드는 이른바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날 것이냐에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효정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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