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석유 판매가격 상한을 설정하는 최고가격 지정제 도입이 사실상 확정된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까지 병행할 경우 정책 수단이 중복되고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유류 가격으로 빠르게 전이되자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유류세 인하는 소비자 체감도가 높은 대표적인 물가 대응 수단으로, 국제유가 급등기마다 활용돼 왔다.
현재 적용 중인 유류세 인하율은 휘발유 7%,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 10%다. 이 조치로 휘발유 가격은 리터(L)당 약 57원, 경유는 58원, LPG는 20원 가량 인하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현행 법 체계에서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해당 세율을 최대 37%까지 낮출 수 있다. 만일 유류세 인하 폭을 최대치인 37%까지 확대할 경우 휘발유는 L당 약 300원, 경유는 약 210원, LPG는 약 70원 수준의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
국제유가 급등기에는 인하 폭을 더 넓힌 사례도 있다. 정부는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유가가 급등하자 관련 법을 개정해 인하 한도를 50%까지 한시적으로 확대했다. 이후 지난 2024년말 해당 특례는 일몰됐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유류세 인하율을 50%로 확대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제 유가 변동에 대응해 유류세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특례를 2028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개별소비세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휘발유와 경유 등에 적용되는 탄력 세율이 법정 세율의 50퍼센트 범위까지 조정할 수 있는 특례가 오는 2028년 12월31일까지 적용된다.
다만 시행이 사실상 확정된 석유 최고가격 지정제와 더불어 유류세 인하 확대까지 동시에 시행할 경우 정책 수단이 중복되면서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하룻밤 사이에 국제유가가 20달러씩 등락하는 등 불확실성이 심각한 상황에서 극단적인 두 가지 카드를 한 번에 쓰는 건 무리가 있다"면서 "석유 최고가격지정제와 더불어 유류세 인하까지 하게 될 경우 세수는 세수대로 부족하게 되고 정유사의 손실보전까지 해줘야 하는데 이 경우 체감 효과가 제한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정부 재정 여건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유류세 인하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23년부터 작년까지 3년 연속 세수 결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도 본예산 대비 약 8조 5000억원의 세수가 덜 걷혔다. 지난해 세수 결손에는 유류세도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유류세의 경우 15조 1000억원이 걷힐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13조 2000억원으로 1조 9000억원의 결손이 발생했다.
국제유가가 걷잡을 수 없이 급등할 경우 더이상 손을 쓸 카드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강천구 인하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교수는 "두 가지 정책을 모두 병행하게 되면 만일 국제유가가 120달러, 150달러까지 갈 경우 정부에서 시행할 카드가 전혀 없게 된다"면서 "일각에서는 비축유 방출을 얘기하지만 비축유는 국가 안보적인 관점이지, 시장 가격 통제 측면에서는 효용이 없다"고 전했다.
/이한얼 기자([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