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ESG NOW] 새로운 경영의 '뉴노멀', ESG 공시


ESG 공시, 기업은 이제 ‘대응’ 아닌 ‘경영’해야

2021년 금융위원회가 ESG 공시 의무화를 예고한 지 5년 만에 그 윤곽이 잡혔다. 지난 2월 25일 금융위원회는 ESG 공시 로드맵 초안을 발표했다. 다음 날인 26일 한국회계기준원 산하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가 공시기준서 제1호와 제2호를 의결·공표했다.

‘2026년 이후로 연기’, ‘시기 미확정’을 반복하던 제도가 이제 ‘언제, 누가, 무엇을, 어떤 기준으로’ 공시해야 하는지 전체 그림을 갖추게 된 것이다.

5년간의 불확실성이 걷히고 있다는 점은 분명 반가운 일이나, 기업의 관점에서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ESG는 더 이상 선도기업들의 선택적 어젠다가 아니라 기업 생존의 필수 요소이자 새로운 경영의 뉴노멀이 됐기 때문이다.

신승국 법무법인 화우 ESG센터장. [사진=법무법인 화우]
신승국 법무법인 화우 ESG센터장. [사진=법무법인 화우]

이번에 확정된 KSSB 기준은 제1호 ‘일반 요구사항’과 제2호 ‘기후 관련 공시’로 구성된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국제 기준을 토대로 하되 국내 산업구조를 반영한 한국형 기준이다.

의무화 일정은 2028년(FY 2027년)부터 자산 3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스코프 3 배출량은 3년 유예돼 사실상 2031년부터 적용된다. 기업이 주목해야 할 것은 일정표 자체보다 그 방향성이다.

ESG의 규범화는 단순한 규제 추가가 아니라, 무엇이 기업가치를 구성하는지에 관한 시장과 법의 인식 변화다. 과거에는 재무 정보가 기업가치 판단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기후·공급망·인권·지배구조와 같은 비재무 이슈도 투자 판단과 기업가치 평가에 실질적으로 편입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석유·가스 기업들 가운데 상당수가 복수의 공시 규제체계에 대응하기 위해 ESG 정보를 별도 보고서가 아니라 연차보고서에 통합해 공시하는 흐름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ESG는 더 이상 주변 정보가 아니라 주된 기업 공시의 일부가 되고 있다.

가장 먼저 갖춰야 할 것은 공시 거버넌스와 내부통제 체계다. ESG 공시를 더 이상 IR이나 지속가능경영 조직만의 업무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KSSB 제2호가 요구하는 기후 관련 지배구조, 전략, 위험 관리, 지표와 목표는 경영진 의사결정과 직결된 정보이다.

처음부터 지속가능경영조직, CFO/IR, 감사, 그리고 법무조직이 함께 공시 체계를 설계하는 거버넌스 구조가 필수적이다. 이사회가 기후 리스크를 어떻게 감독하는지, 경영진이 이를 전략에 어떻게 반영하는지까지 모두 공시 대상이 된다.

공시 데이터의 신뢰성을 담보할 내부통제 프로세스가 없으면, 공시 내용의 정확성을 두고 사후에 법적 책임 공방이 벌어질 수 있다. 내부통제 체계의 확립으로 배출량 집계 방식, 시나리오 분석 가정, 목표 달성 여부 판단 기준 등 세부 사항까지 사전에 정립해 두지 않으면 검증 과정에서 취약점이 드러날 수 있다. 데이터 수집 체계, 내부 검증 프로세스, 이사회 보고 체계를 갖추는 데 만도 최소 1~2년이 걸리는 만큼, 2026년과 2027년은 온전히 준비에 투자해야 하는 시간이다.

그린워싱 리스크 관리도 이제는 공시 체계의 핵심 요소로 다뤄져야 한다. ESG 공시가 제도화될수록 근거 없는 친환경 주장이나 과장된 감축 목표는 규제 당국과 시장 모두의 타깃이 된다.

유럽연합은 이미 외부 탄소상쇄에만 의존한 탄소중립 광고를 원칙적으로 금지했고,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도 그린워싱 단속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추세다. 감축 목표를 공시할 때는 수치뿐 아니라 근거 방법론과 불확실성까지 투명하게 제시하는 것이 그린워싱 방지의 출발점이다.

공급망 협력사의 데이터까지 사전에 검증하지 않으면 책임의 범위는 생각보다 훨씬 넓어진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ESG는 이미지의 문제가 아니라 입증의 문제이고, 홍보의 문제가 아니라 컴플라이언스의 문제다.

거래소 공시와 법정 공시의 법적 성격 차이도 간과할 수 없다. 초기 거래소 공시 단계에서는 면책(Safe Harbor)이 허용되지만, 앞으로 법정 공시로 전환되면 자본시장법상 형사 처벌·과징금·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해지고 임원의 개인 책임도 현실화된다. 의무 대상이 아닌 기업 역시 안심할 수 없다.

대기업의 스코프3 공시 준비는 결국 공급망 협력사에 배출량 데이터 제출 요구로 이어지며 글로벌 고객사들은 이미 이를 현실화하고 있다. 기업은 ESG를 ‘언젠가 해야 할 보고 의무’로 볼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경영 시스템 안에 내재화해야 할 성장 인프라로 받아들여야 한다.

ESG 규범화가 제시하는 방향성을 먼저 이해한 기업에게는 이것이 비용만이 아니라 경쟁우위와 거래 기회, 자본 접근성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5년을 기다렸는데 이제 남은 준비 시간은 길지 않다. 거래소 공시로 시작하더라도 투자자와 시장의 눈높이는 처음부터 법정 공시 수준을 기대한다. 진짜 문제는 언제부터 의무화되느냐가 아니다.

의무화됐을 때 우리 회사의 공시가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느냐 가 중요하다. 그 신뢰는 데드라인 직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ESG를 생존의 조건이자 성장의 기회로 이해하고, 이를 컴플라이언스의 언어로 조직 안에 뿌리내리게 하는 기업만이 새로운 공시 질서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신승국 법무법인 화우 ESG센터장 [email protected]





주요뉴스



alert

댓글 쓰기 제목 [ESG NOW] 새로운 경영의 '뉴노멀', ESG 공시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