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윤소진 기자] AI기본법이 시행된 지 한 달. 정부는 “초기 혼선은 정리됐다”고 말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우리가 규제 대상인가”라는 질문이 반복된다.
지난 1월 22일 시행된 AI기본법은 EU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포괄적 AI 규제 체계를 도입한 사례다. 정부는 ‘진흥 중심·최소 규제’를 강조하며 1년 계도기간을 두고 단계적 안착을 추진 중이다. 법 시행과 함께 과기정통부와 한국AI·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가 공동 운영하는 상담창구 ‘AI기본법 지원데스크’도 가동했다. 개소 열흘 만에 172건의 문의가 접수됐고, 절반 이상이 투명성 의무 관련 질의였다.
투명성 의무는 AI 생성 콘텐츠 표시, 채용·금융 등 자동화 의사결정에 대한 설명 책임을 규정한 조항이다.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스스로 ‘AI사업자’에 해당하는지 묻는 질문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직접 의무 대상은 AI사업자이며 단순 활용 기업까지 일괄 규제하는 구조는 아니다”라며 “현재는 일평균 문의가 10건 이내로 안정됐다”고 밝혔다. 지원데스크의 주요 질의를 정리한 사례집은 3~4월 중 공개될 예정이다. 정부는 고영향 AI 위험관리 체계 등을 구체화한 고시 제정안도 행정예고하며 하위 제도 정비를 병행하고 있다.
정부 설명만 보면 제도는 빠르게 안착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현장과는 온도차가 있다. 인력, 경험이 부족한 중소스타트업은 신규 사업 추진이나 사업 확장 단계에서 여전히 ‘적용 경계’를 가늠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고영향 AI 해당 여부와 투명성 의무의 구체적 범위는 실제 사례가 축적되기 전까지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이에 정부 지원과 별도로 민간 차원의 대응도 시작됐다. 일부 기업은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실무 가이드를 자체적으로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생성형 AI 전문 기업 딥브레인AI는 최근 금융·교육·포털 분야를 대상으로 한 ‘AI 기본법 실무 가이드’를 발간했다. 법 조항을 해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별 점검 항목과 준비 사항을 정리한 실행 중심 자료다.
법 적용에 대한 의문이 줄어든 것이 곧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됐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고영향 AI 해당 여부나 투명성 의무 범위는 실제 사례가 축적되기 전까지 보수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대기업은 법무·컴플라이언스 조직이 있지만 중소 스타트업은 기준이 모호하면 신규 서비스 출시나 투자 유치 단계에서 리스크를 먼저 고려하게 된다”고 말했다. 불확실성이 길어질수록 사업 속도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
1년의 계도기간은 단순한 규제 유예가 아니라 법 적용 경계를 구체화하는 시간이어야 한다. 정부는 업종별 적용 사례와 고영향 AI 판단 기준을 지속적으로 정리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기업은 지원데스크 등 정부 지원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 궁금증을 해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AI기본법은 이미 출발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눈치 보기’가 아니라, 질문과 답변을 통해 물음표를 줄여가는 일이다.
/윤소진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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