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음료 등 식품에 당류가 과다하게 첨가될 경우 세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설탕세' 도입 속도가 빨라지는 모양새다.
국회의원 주최 토론회에서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취지에 공감대를 확인하면서다. 다만 부과 대상과 방식, 역진성 논란과 실제 효과 등에 대한 의견은 엇갈려 폭넓은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량음료와 각종 가공식품에 설탕이 대량으로 사용되는 모습. [사진=AI 생성 이미지]](https://image.inews24.com/v1/aac05baac72542.jpg)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은 12일 국회도서관에서 '설탕 과다사용부담금 국회 토론회'를 열고 설탕세 도입의 필요성과 쟁점을 논의했다.
설탕세는 당이 첨가된 식품, 특히 당 함량이 높은 청량음료 등을 대상으로 세금이나 부담금을 매기는 것이 핵심이다. 설탕 사용 자체에 세금이나 부담금을 부과하지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설탕세' 대신 '설탕부담금' 또는 '설탕과다사용부담금'이라는 명칭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부담금으로 모인 재원은 비만 예방과 지역·필수·공공의료 등에 투입하는 구조다.
설탕세 도입에 대한 목소리는 이전부터 이어져 왔으나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이 SNS에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설탕 사용 억제, 그 부담금으로 지역·공공 의료 강화에 재투자…여러분 의견은 어떠냐"는 게시물을 올리면서 입법화에 속도가 붙었다.
발제자로 나선 윤영호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장(의대 교수)은 첨가당의 건강 위험성을 강조하며 설탕과다사용부담금 추진 현황과 효과,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윤 단장은 "첨가당은 비만, 당뇨, 심경색, 뇌졸중, 암 등 각종 만성질환을 유발하고, 가당음료 섭취는 치매와 우울증 발생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2023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1명, 어린이·청소년은 3명 중 1명이 당류를 과다 섭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량음료와 각종 가공식품에 설탕이 대량으로 사용되는 모습. [사진=AI 생성 이미지]](https://image.inews24.com/v1/c4fe1c69745845.jpg)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도 문제로 지적됐다. 2021년 기준 비만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15조6382억원으로, 흡연(11조4206억원)과 음주(14조6274억원)를 웃돌며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윤 단장은 "코로나19 이후 소득 격차에 따른 건강 격차도 악화되고 있다"며 "개인의 식습관 개선도 중요하지만 국가 차원의 개입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 세계 120여 개 국가와 지역이 설탕세를 도입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가당음료 가격의 20% 이상을 세금으로 부과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2035년까지 실질 가격을 최소 50% 인상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는 등 강화되는 추세다.
설탕세 시행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는 영국이 소개됐다. 영국은 2018년 '청량음료산업부담금'을 도입한 이후 첨가당 음료의 소비자 매출이 33% 감소했고, 음료 내 첨가당 함량은 47% 줄었다. 이에 따라 당류와 연관된 대사질환과 만성질환, 소아 천식 등의 발생률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은 100㎖당 당 함량이 5~8g일 경우 18펜스, 8g 이상일 경우 24펜스를 부과하고, 5g 미만은 비과세한다. 영국 정부는 향후 기준을 4.5g으로 낮추고 가공식품 전반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며, 25년간 약 8조1191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기업이 설탕 대신 인공감미료 사용을 늘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윤 단장은 "최근 '제로 음료' 등 인공감미료 제품이 유행하고 있지만, 일부 연구에서는 설탕보다 위험할 수 있다는 결과도 나온다"며 "설탕과다사용부담금은 인공감미료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설탕세를 도입한 국가 4곳 중 3곳은 다이어트 음료에도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서울대가 지난해 3월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설탕세 도입 찬성 비율이 58.9%였으나, 올해 1월 설탕의 건강 위해성과 부담금 운용 방식, 도입 취지를 충분히 설명한 뒤 다시 조사한 결과 찬성 비율은 80.1%로 크게 높아졌다.
재원 활용 방안으로는 시민사회, 전문가, 기업, 정부 부처가 참여하는 '건강공동체문화위원회(가칭)' 설치를 제안했다. 부담금 사용처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감시·견제 기능을 수행하자는 취지다.
윤 단장은 "설탕부담금은 기업의 제품 개선을 유도해 설탕 함유량을 낮추고, 결과적으로 국민의 설탕 소비를 줄이는 정책 수단"이라며 "걷히는 재원이 0원에 가까워질수록 성공하는 독특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통 위반 과태료의 목적이 과태료 징수가 아니라 사고 예방에 있듯, 설탕부담금 역시 건강 위험을 줄이기 위한 '과태료적 성격'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발제에서 김초일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특임교수는 "설탕부담금 정책의 최우선 타깃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량음료와 각종 가공식품에 설탕이 대량으로 사용되는 모습. [사진=AI 생성 이미지]](https://image.inews24.com/v1/4fcb67455b2eee.jpg)
토론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이진수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현 단계에서는 누구에게, 무엇을 대상으로 부과할지가 핵심 쟁점"이라며 "청량음료 등 당류를 많이 사용하는 가공 음료와 간식류가 주요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필수 식재료가 아닌 가공식품이 주된 대상인 만큼 역진성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과도한 설탕 섭취의 문제점에는 공감하지만, 부담금이 음료·과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면 수용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비용 전가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상욱 식품산업협회 본부장은 "호주에서는 설탕세 도입 이후 청량음료 소비는 줄었지만 성인 비만율은 오히려 증가했다"며 "비만과 건강 문제는 설탕 섭취뿐 아니라 생활습관, 운동 부족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설탕세는 선진국보다는 남미·아프리카·동남아 등에서 세수 확보 목적으로 시행되는 경우가 많고, 중국과 일본은 역진성과 부작용을 우려해 도입을 지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산업계는 이미 정부의 당류 저감 정책에 협력하고 있다"며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 당류 저감 정책과 어린이 영양 교육을 강화하고,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서윤 기자([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