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에게 고가의 그림을 건네고 공천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2025년 9월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전 검사는 그러나 2026년 2월 9일, 1심에서 청탁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 받았다. 다만 법원은 22대 총선 전 지인으로부터 선거차량 비용을 대납받았다는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2025.9.17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2152dfeb4b22c3.jpg)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김건희 여사에게 공천 청탁을 위해 억대 그림을 선물한 혐의를 받는 김상민 전 검사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다만, 지인으로부터 선거에 사용한 차량 비용을 선납하도록 한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현복)는 9일 청탁금지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 전 검사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작년 9월 18일 구속된 김 전 검사는 이날 석방됐다.
재판부는 김 전 검사가 김 여사에게 건넬 목적으로 자신의 돈을 들여 그림을 구매했다는 사실과 그림이 친오빠 김진우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건너갔다는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의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치고 있는 가장 기초적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김 전 검사는 그림을 알아보고 구매하는 과정에서 김 여사를 언급한 것은 사실이지만, 진우씨 돈으로 진우씨 부탁을 들어준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1억 4000만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작품을 구매할 당시 김 전 검사에게는 그럴만한 경제적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구매 대금이 지불된 2023년 1월 26일 전후 피고인의 주 거래계좌 잔고는 마이너스통장 한도인 3억원에 거의 육박하는 2억 9000만원에 달했고, 피고인의 거래 내역상에도 거액을 인출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당시 피고인이 재산 신고의무가 있는 공직자인 검사였던 점 등에 비춰 보면 제3자의 지원이 없는 한 구매대금 1억 4000만원을 현금으로 마련할 여력이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오히려 진우씨의 경우 "요양병원을 운영하며 장기간 건설업을 영위했던 사업가"였다면서 "계좌거래 내역상 자금 마련이나 거액의 인출 내역이 보이지 않지만, 압수물에 5만원권으로 현금 1억 2770만원이 포함되는 등 평상시에 많은 현금을 보유 또는 관리해 온 능력이 인정되는 점 등에 비춰보면 김진우가 그림을 매입할 현금을 마련할 여력이 있는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특검은 그러나 피고인의 자금 출처를 확인할 만한 피고인의 가족계좌 거래내역이나 김진우 외 피고인에게 자금을 제공할 만한 제3자가 존재하는지에 대해선 조사한 바가 없다"고 특검팀의 부실수사 가능성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김 전 검사가 그림을 물색·구매하는 과정에서 김 여사를 언급한 부분에 대해 "대통령의 친인척으로부터 그림 구매비용을 받아 업무를 처리해주는 당사자가 굳이 제3자에게 실구매 비용 부담자를 언급하는 것이 오히려 이례적"이라면서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김진우가 그림 구매비용을 부담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의 의미 있는 정황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그림을 구매한 직후에 이를 김건희에게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전달 또는 교부했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금품 제공이라는 이 사건 구성요건에 대한 특검의 증명 자체가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했다. 2023년 2월 그림을 넘겨받은 진우씨가 계속 보유한 정황이 더 짙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먼저 "김건희에게 그림이 제공됐는지에 대한 판단에 앞서 실구매대금 부담자가 누구인지가 중요하다"면서 "(실구매자가 김진우인 경우) 김건희에게 전달된 적이 있었다고 해도 이를 피고인의 제공행위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김 전 검사로부터 '김 여사에게 그림을 주러 갔는데 엄청 좋아하셨다'는 말을 들었다는 증인 강모씨의 진술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강씨가) 자기 말이 맞다는 구체적 해명까지 부과하며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진술했지만 이후 조사에선 이에 배치되는 정황이 확인된 점, 객관적인 자료가 발견될 때마다 진술을 번복한 점, 수사기관에서 허위 진술한 이유를 재판부가 적극 해명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합리적인 답을 하지 못한 점 등을 종합하면 강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결국 특검으로서는 피고인이 그림을 직접 구매했고 김건희에게 제공했다는 사실 증명에 실패한 것으로 (대통령의) 직무관련성과 그림의 진품 여부와 무관하게 이 부분 공소사실은 무죄"라고 판결했다.
22대 총선 당시 김 전 검사가 지인 김모씨로부터 선거용 차량 비용을 선납하게 하는 방법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우선 김건희 특검법이 정한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고 봤다.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범죄행위'를 수사 대상으로 한다는 특검법 해석상, 김 전 검사의 의원 공천 및 당선 목적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2024년 1월 6일 출판기념회가 끝날 무렵 강당 안쪽 방에서 지인에게 3500만원을 반환한 점이 인정된다"면서도 "김씨가 일관되게 선납금 대여 당시 변제받을 의사가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피고인의 인식 또한 대납금 상당에 대한 무상 대여를 인식하고 있었던 점, 실제 기부받은 금품액수 4200만원과 차이가 있으나 정치자금법 위반 성립 범위가 피고인의 인식 가액 범위인 3500만원으로 한정된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해보면, 결국 피고인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은 유죄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양형과 관련해 "피고인은 14년간 검사로 재직한 법률 전문가로서, 자신의 행위에 대한 법적 의미에 관해 누구보다 잘 인식할 수 있는 입장이었음으도 제3자에게 적극 기부선납을 요청하고,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죄책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꾸짖었다. 재판부는 다만 "대납금액 상당액인 3500만원이 반환된 상태에서 기부금품이 전액 추징된 점, 구속기소 이후 상당기간 구금생활을 한 점 등을 참작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했다.
특검과 김 전 검사 쌍방은 모두 이날 즉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판결 이후 석방된 김 전 검사는 취재진과 만나 "불법과 왜곡으로 얼룩졌던 특검 수사에 대한 법원의 준엄한 판단"이라면서 "항소심에서 계속 유죄 부분 다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기철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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