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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횡단 도전기] <19> 중국 내몽골 변방 국경 '엘렌하오터'


중국 최변방 고비사막 국경도시 '엘렌하우터'에서 중국 영토의 자동차 여행을 위한 복잡한 행정절차를 마쳐야 한다. 이곳에서 자동차 통관을 위해 2일을 기다려야 한다. 중국은 외국인 소유 자동차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는 경우 제한적으로 허가한다. 우리는 서울에서 출발 전에 중국 컨설팅회사와 접촉, 우리 자동차의 중국 입국허가 절차를 미리 마쳤다.

중국 컨설팅회사 사장이 내몽골 국경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미 5개 중앙부처(총참모부, 공안, 해관총서, 외교부, 문화관광부)의 허가를 받아 놨다. 힘 있는 권력기관으로 일반인은 접근이 쉽지 아니하다. 컨설팅회사는 또한 중국 운전면허증 발급, 자동차 번호판 발급, 자동차 등록, 자동차 보험 가입 등 여러 절차를 지원한다. 일반 개인은 불가능한 일이다.

엘렌하오터 중국 세관에서 자동차 통관. [사진=윤영선]

중국은 '국제운전면허증' 통용이 안 되는 나라이다. 컨설팅회사가 중국 운전면허증 발급을 대신해 주어서 운전이 가능하다. 우리는 시험을 안 보면 운전면허증 발급이 불가능하지만 중국은 되는 수가 있는 나라이다. 러시아, 몽골, 중앙아시아 국가, 조지아, 튀르키예는 국제운전면허증이 통용되는 나라이다.

국가 간 자동차의 자유로운 여행을 지원하는 '제네바 국제조약'이 있는데 우리는 가입국, 중국은 미가입국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중국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라가 10개도 넘는 국가이고, 영토도 세계 4위로 넓은 국가이다. 외국에서 자동차를 타고 들어와서 소수민족을 만나서 인권 문제를 제기하거나, 환경 문제 제기 등 논란이 안 생기도록 외국인의 자유로운 출입을 통제하려는 의도이다.

중국 운전면허증 발급. [사진=윤영선]

입국허가 당시 사전에 우리 차가 지나갈 코스를 중국 정부에 신고했다. 우리 차량이 신고 지역을 벗어나는지 감독하는 감독관 한 명이 내몽골 국경부터 탑승하여 함께 여행해야 한다. 이 사람은 '류선생'이라고 부르는데 다행히 조선족이라 의사소통이 자유롭다. 중국 영토를 벗어날 때까지 류선생은 선두 차에 탑승, 숙식을 함께 할 예정이다. 류선생의 급여, 숙식비 등 제반 비용도 우리가 부담해야 한다. 전형적인 공급자 마켓이다. 중국에 차를 갖고 입국하려면 중국 측 요구를 모두 수용해야 한다.

우리는 실크로드를 여행하기 위해 부득이 중국의 모든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입국허가, 운전면허증 발급 등 컨설팅 비용이 상상 이상으로 거액이 든다. 우리나라 여행객 중에서 중국 영토를 통과해서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자동차 여행자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일부 여행객은 중국은 제외한 러시아 시베리아, 중앙아시아 국가를 통과하여 유럽으로 가고 있다.

옛날 실크로드 상인이 오아시스 왕국을 통과할 때 통행세를 냈던 것처럼 중국에 통행세를 낸다고 생각하고 있다. 일행 중 한 명이 중국 측과 '꽌시'가 있어서 어렵게 여행 허가를 받은 것이다. 엘렌 하오 터에서 한국에서 자동차부품 '터보'를 가져온 조선족 박씨를 만났다. 심부름꾼 박씨는 우리 차로 서안에 와서 서울로 귀국했다. 이미 울란바토르에서 중고 부품을 교체했기 때문에 '터보'는 예비용으로 가져가기로 한다. 여행 비용이 계속 증가한다. 추후 중국 자동차 여행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한다.

지표면 흩어진 공룡 뼈 화석. [사진=윤영선]

중국입국 다음 날 중국 세관에서 자동차를 찾아왔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5일 걸렸는데 비싼 컨설팅 비용 덕분에 다음날 차가 나왔다. 발급받은 중국 '자동차 번호판'을 앞 유리에 부착했다. 개인에게 '중국 운전면허증'도 나왔다. 중국은 우리와는 다른 체제임을 경험한다.

이틀 동안 쉬면서 빨래도 하고, 시내에서 발 마사지도 받는다. 잠시 지나가는 나그네 손님을 상대하는 지역이라 바가지요금으로 비싸고, 서비스 수준도 엉터리라서 기분만 상한다. 컨설팅회사 S 사장(총경리)이 북경에서 이곳에 와서 통관 업무를 대행해 줬다. S 사장이 우리 일행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오랜만에 매우 푸짐한 중국 요리와 중국 바이주를 먹는다. 러시아 음식과 보드카 조합이 어울렸는데, 중국 요리와 중국 바이주 조합 역시 잘 맞는다. 음식과 술도 신토불이이다.

내가 컨설팅회사 S 사장에게 "한국은 여러 명 남자 중에 여자가 한 명 있으면 여자를 '홍일점'이라고 부른다. 중국은 이런 상황의 여자를 어떻게 부르는지 질문했다" 중국은 '봉황'이라 부른다고 한다. 아내는 앞으로 자기를 '봉황님'으로 부르라고 말해서 다 함께 폭소한다. S 사장은 오랫동안 외국인 자동차 여행 업무를 해 왔는데, 여자 입국자는 내 아내가 처음이라고 말하며, 어려운 자동차 여행 참가에 존경한다고 말한다.

공룡알 화석. [사진=윤영선]

고비사막은 공룡화석의 보고이다. 지금은 척박한 사막이지만 아마도 2, 3억 년 전에는 초원이 우거지고 많은 공룡이 살았던 지형으로 추정된다. 엘렌하오터 외곽의 '공룡 지질학박물관'은 1920년대 러시아 지질학자들이 발굴했던 장소에 중국이 대규모 야외 공룡 박물관을 만들었다. 수십 마리 공룡 뼈가 뒤얽혀있는 어마어마한 공룡화석 매장지와 공룡알 화석이 인상적이다.

집단으로 묻혀있는 공룡들의 공동묘지에 야외박물관을 지었다. 과거 이곳은 소금호수로 소금을 채취하여 몽골고원의 유목민에게 팔았던 염전 지역인데, 공룡화석이 잘 보존되어 있다.

멀리 변방까지 찾아오는 사람이 적은 고비사막의 오지이고, 근처에 사는 인구수가 적기 때문에 평일 관람객은 나와 아내뿐이다. 서울에 있는 어린 손자들 생각이 난다. 손자들이 공룡에 관심이 많아서 집에 올 때마다 다양한 공룡 인형을 갖고 논다. 원래 이곳은 몽골고원의 유목민에게 소금을 채굴해서 팔았던 염전이다. 화려한 색깔의 소금 암석 박물관, 사막에서 소금을 채취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소금박물관이 함께 있다.

유목민은 방목하는 가축에게 주기적으로 소금을 먹여야 한다. 주인이 소금을 정기적으로 주기 때문에 방목하는 가축은 야외로 도망가지 아니한다. 타조알처럼 생긴 다양한 공룡알 화석은 처음이다. 과거 외국의 자연사 박물관을 여러 곳 갔는데 공룡알 화석은 처음이라 흥미롭다.

엘렌하오터 도로 옆 가로수와 물 공급 고무호스. [사진=윤영선]

몽골이 독립하기 전 과거 100년 전 '자민우드'와 '엘렐하우터'는 같은 몽골족 마을이다. 현재 두 지역은 국경 철책선을 사이에 두고 완전히 다른 도시가 되었다. 중국 땅은 나무를 많이 심어서 녹음이 울창하고, 시내 도로가 6차선 뻥뻥 뚫리고, 고층 아파트들이 즐비하다. 도시의 가로수, 공원의 나무는 고무호스로 하루에 두 번씩 물을 철철 넘치게 흠뻑 준다. 건조한 날씨의 증발 지수가 매우 높아서 물을 흠뻑 많이 줘야 한다.

아마도 400킬로 이상 멀리서 물을 끌어와서 변방의 고비사막에 초현대식 오아시스 도시를 건설해 놨다. 잘 사는 나라의 국민으로 태어나는 것이 커다란 행운 중 하나이다.

중국 시골 도시의 특징들이 눈에 보인다. 대낮에도 '폭죽'을 터트리는 소리가 자주 난다. 처음은 폭탄 터지는 소리인 줄 알았다. 결혼식, 생일날, 개업일 등 번성하라는 의미로, 밤낮으로 폭죽을 많이 터트린다. 호텔 방에 옷 꿰매는 실과 바늘이 준비되어 아주 먼 과거로 온 기분이다. 중국은 차(茶) 문화권이라서 커피는 거의 없거나 인스턴트 믹스커피만 제공한다.

큼지막한 해바라기 씨앗을 잘 까먹는다. 우리도 편의점에서 해바라기 씨앗을 사서 차 안에서 먹어본다. 몇 사람만 있어도 목청이 크고 소란스럽다. 언어가 '사성 구조'라서 목소리가 크다고 한다. 서기 751년 탈라스 전투에서 아랍 군대가 많은 당나라 군인을 포로로 잡아갔다. 아랍인들은 중국인 '사성 구조' 언어를 처음 듣고 신기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서울에서 준비해 간 무전기 워키토키. [사진=윤영선]

담배 피우는 흡연 문화가 우리의 50년 전과 비슷하다. 현지인들은 아침부터 식당에서 식사하면서 담배를 피운다. 호텔 로비에 담배 연기가 자욱하다. 과거 30여 년 전 우리의 모습이다. 중국 정부는 구글, 카카오톡, 네이버 등 외국의 SNS 사용이 금지하고 있다.

우리도 호텔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와이파이를 이용할 경우 구글, 카카오톡 접속이 아니 된다.

중국이 어떤 나라인지 몸으로 체험하게 된다. 원칙적으로 중국 SNS를 사용해야 한다. 우리의 무전기 워키토키는 반경 5킬로까지 통신이 된다. 그래서 워키토키로 서로 간 연락을 하기로 했다.

간첩죄가 엄하게 적용된다는 소문에 중국 체류 동안 SNS는 적게 사용할 생각이다. 서울에 있는 지인이 한국에서 준비한 로밍서비스로 구글, 카톡 접속이 가능하다고 알려주어서, 감독관 모르게 카톡으로 서울의 자녀들, 형제들과 최소한 연락을 할 생각이다. 류 감독관은 길림성 출신 51세 조선족 남자이다. 류 씨는 중국어 통역을 도와준다.

류 감독관은 우리들의 여행보고서를 정부 당국에 제출한다고 한다. 류 씨 앞에서 중국 정치 얘기, 시진핑 주석 얘기 등은 입도 벙긋하지 말아야 한다. 여행하면서 남의 감시를 받는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피곤하고, 심리적 제약이다. 우리는 구글맵, 카카오톡 사용도 류 씨에게 비밀이다. 류 씨와 20여 일 동행하는 동안 큰 문제는 없었다. 성실하게 우리를 도와주었다.

류 씨의 부인은 한족으로 딸 하나를 키우는데, 딸은 반장이며, 공부도 1, 2등 한다고 자랑한다. 코로나19 동안 생계가 어려웠다고 개인 신상사를 털어놓는다. 중국의 조선족 청소년은 중등학교를 중국에서 다니고, 국가적인 사상 학습을 받기 때문에 중국화 되어 있다. 반면, 중앙아시아 국가에 거주하는 고려인 4세, 5세 후손은 국가의 인위적 사상화 교육이 적기 때문에 순수하다는 비교를 하였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서울고등학교,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학 석사, 가천대학교 회계세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제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국세청, 재무부 등에서 근무했으며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제24대 관세청장,삼정kpmg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심산기념사업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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