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야권 대선 주자인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집행유예형을 선고 받은 직후, 야당 대표들과 예정됐던 만남을 전격 연기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같은 당 당수 이자 유력 대선 주자인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 된 상황에서 자칫 정치적 행보로 비칠 가능성을 고려한 것이다.
20일 <아이뉴스24> 취재를 종합하면, 김 지사 측은 지난 15일 오후 4시쯤 조국혁신당·개혁신당 측에 예방 일정 연기를 통보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한성진)가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뒤 몇시간 후의 일이다.
이번 예방은 경기도 관련 정책 협의를 위해 당초 20일 진행될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경기도와 혁신당, 개혁신당은 이미 2주 전부터 일정을 조율해 만남을 확정했지만, 김 지사 측은 이 대표 선고 직후 돌연 "일정을 조금 미루고 다시 조정하자"고 알렸다.
양당에 따르면, 김 지사 측은 "여러 사정과 도의 급한 일이 있어서 현재로선 국회 방문 일정을 급하게 취소하게 됐다"며 "대표님을 뵙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 일정을 조정하자"고 통보했다고 한다. 경기도는 이와 함께 현재 정치적 상황이 '민감하다'는 점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 관계자에 따르면, 김 지사는 이 대표 유죄 선고 이후 '정치적 의도'를 의심할 만한 행보를 조심하고 있다. 최근 야권 일각에서 이 대표 대안으로 급부상 하고 있는 '신(新) 3김(김부겸 전 국무총리·김 지사·김경수 전 경남지사)'으로 김 지사가 언급되는 상황에서, 자칫 야당 대표와 만나는 것이 '대권 행보'로 보일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친명계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기점으로 비명계에 대한 견제와 경고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지난 1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부 언론이 민주당에 숨죽이던 비명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보도한다)"며 "움직이면 죽는다. 제가 당원과 함께 죽일 것"이라고 했다.
김 지사는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연일 국회를 찾고 있지만, 정치적 발언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 18일 종합 반도체 강국 도약을 위한 정책협약식에선 "플랜B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박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예방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엄중한 상황에서 '신 3김'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은 범 진보 진영 측면에서 김 지사의 행보를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김 지사 측의 일방적인 일정 연기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개혁신당의 한 관계자는 "강성 지지층 눈치보기로 인해 타 정당 대표와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것은 관례에 어긋나고 무례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지사 측은 개혁신당에 사정을 다시 설명하겠다고 전했다.
/김주훈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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