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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술만으론 부족하다"…과기부가 던진 뼈아픈 성찰


[아이뉴스24 윤소진 기자] "제 장관직을 걸어보겠습니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기술사업화 생태계 조성'을 강조하며 던진 이 한마디는 현 정부의 절박함을 넘어 우리 과학기술계의 오랜 숙제를 드러낸다. "교수 시절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기술이 개발돼도 사업화나 산업화되는 생태계가 건강하지 못한 점이었다"라는 그의 고백도 묵직한 울림을 준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 장관은 "연간 5조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정부출연연구소의 기술이전 성과가 2000억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인 기술 사업화율은 우리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렇게 귀한 기술을 개발하고도 왜 산업화하지 못하느냐"는 국제사회의 의문이 쌓여가는 이유다.

유 장관은 그 해답을 '주체'에서 찾는다.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이를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필요한 기술 개발을 담당할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기술을 사업화 하는 데 들어가는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 체제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진단이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기술사업화 과제의 첫 시험대가 될 영역은 바로 AI다. 첫 발걸음은 법적 공백 해소다. 기술의 사업화에 있어 법적 공백은 가장 치명적이다. 개인정보 보호와 AI 학습데이터 활용 사이의 균형점을 찾지 못해 데이터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가 하면, AI 서비스 책임소재나 저작권 문제도 여전히 불분명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뒤처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별법 지위를 갖는 AI 기본법은 AI의 법적 정의부터 산업 육성, 규제의 뼈대를 담게 된다. IT 업계는 법 제정이 늦어질수록 개발에 한계가 생기고, 뒤늦은 법적 리스크로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다행히 정부와 여야 모두 AI 기본법 제정을 최우선 논의 대상으로 선정하면서 이르면 이달 중 본회의 통과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 법안은 단순한 AI 산업 규제의 틀을 넘어 기술 사업화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이미 국내 AI 업계는 희망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퓨리오사AI, 리벨리온 등 AI반도체 스타트업들이 잇따라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유니콘' 반열에 오를 예정이다. 대통령 직속 국가AI위원회 출범으로 국가 차원의 AI 육성 청사진도 곧 나온다.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여당과 산업계는 AI 기술 발전을 위한 산업 육성과 자율성에 방점을 찍는 반면, 야당과 시민단체는 AI 위험을 통제할 안전장치와 윤리원칙 확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에 따른 자국 우선주의 심화 우려는 또 다른 변수다.

챗GPT 등장 이후 글로벌 AI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지체는 독이 될 수 있다. 다만 AI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윤리와 안전성도 간과할 수 없다. 산업 진흥과 신뢰 기반 구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지가 관건이다.

"통합 시스템으로 제대로 된 생태계가 구성되면 대한민국은 굉장히 강한 성장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유 장관의 말처럼, 기술 사업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AI 기본법이 그 첫걸음이 될 수 있을까. 정부와 국회의 현명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소진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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