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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멀고 먼 초심 찾기…엔씨의 '진통'을 응원하는 이유


[아이뉴스24 정진성 기자] 엔씨소프트가 조직 개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에는 12년만에 대규모 희망퇴직을 받는 한편, 개발조직 분사도 예고했다. 이는 박병무 공동대표 취임 후부터 강조해왔던 경영 효율화, 조직 쇄신을 위한 행보지만, 그 과정에서 겪는 진통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엔씨는 그간 본사(HQ) 중심의 개발 기조를 유지하며, 그 인력과 기능을 본사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이는 곧 주요한 의사 결정을 둔화시킴과 동시에, 아이디어 측면에서도 부진한 결과를 낳았다. 실제로 엔씨가 최근 수년간 공개했던 신작 다수는 게임성을 떠나 출시 적기를 놓쳐 시장에서 외면 받은 경우가 많았다.

신작의 부진은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2022년 1분기 7903억원에 달했던 분기 매출은 올해 2분기 3689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본사 중심의 '리니지' IP 확장은 엔씨의 큰 성장을 견인했지만, 이는 반대로 비대해진 엔씨를 견인할 게임이 '리니지' 밖에는 없었다는 이야기로도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현재도 엔씨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은 '리니지' IP다. 하지만 이는 국내 타 게임사가 다양성을 지향하며 여러 장르와 플랫폼에서 종횡무진하는 모습을 바라만 보는 결과로 돌아왔다. 엔씨도 뒤늦게 이 행보에 올라탔으나, 시작도 늦은 데다가 앞서 언급했듯이 비대해진 몸집은 이를 따라만 가기에도 벅차게 만들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엔씨는 '자회사 신설'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거대해진 본사를 나눠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조직의 효율화를 꾀하겠다는 의도다. 엔씨는 'TL'과 'LLL', '택탄' 등 3개의 게임 개발 스튜디오와 더불어 AI 연구 개발 조직까지 총 4곳을 분사한다.

이는 넥슨, 넷마블,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 등 국내 게임사들이 이미 취하고 있는 형태다. 본사 아래 다수의 게임 제작사를 둠으로써 짧은 시간안에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다. 줄곧 '리니지' IP에 대한 부담을 낮추기 위해 노력해왔던 엔씨의 행보와도 부합한다.

문로버게임즈와 빅게임스튜디오 등 자체 개발 기조를 벗어나 다양한 퍼블리싱작을 확보하는 것도 이번 행보와 같은 맥락이다. FPS, 서브컬처 등 가능성 있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퍼블리싱함으로써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오는 진통은 어쩌면 엔씨가 감내해야하는 부분이다. 올해 초 진행됐던 구조조정과 최근 발표한 희망퇴직 프로그램, 부진한 게임과 프로젝트의 정리 등 상처를 도려내는 아픔을 견딜 수 있어야 새살이 돋아날 수 있다. 함께 따라오는 비판과 지적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김택진·박병무 공동대표가 전사 대상 레터를 통해 "회사의 생존과 미래를 위해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한 순간"이라며 "어려운 길이지만 엔씨의 미래를 위해 선택하고 결정해야한다"고 말한 점도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엔씨는 '블레이드앤소울(이하 블소)'의 클래식 서버 '블소 네오(BNS NEO)'를 통해 이용자들에게 과거 향수를 전달하고 있다. 여기에는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엔씨의 의지가 담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분사를 통해 분리하는 'TL', 'LLL', '택탄' 또한 블소와 같이 엔씨의 또 다른 유력 IP가 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 실제로 'TL'의 경우 글로벌 서비스 이후 최고 동시접속자 30만, 이용자 400만명을 넘길 정도로 흥행 중이다. 물론 돌고 돌아 엔씨에게 필요한 덕목은 '초심'이다.

과거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굴지의 게임사로 거듭났던 엔씨가 다시 한번 그 초심을 되찾아야하는 것이다. '그래도 엔씨인데'라는 말이 업계인들 사이에서 주문처럼 맴돌듯이, 마치 마법처럼 엔씨가 지금의 진통을 견뎌내고 다시금 도약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정진성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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